한마디로 ‘신의 직장’이다. 회사는 빚더미에 올라있지만, 직원들은 돈잔치를 벌였다. 우리나라 공기업 현황이다. 성과급과 각종 복지후생비 등 누가 예산을 많이 쓰느냐 형국이다. 예외도 있다.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다. 학자금 무상지원이나 전세자금 대출에도 제외시켰다.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책임지는 이는 없다. 결국 국민의 몫이다. 국감에도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책임질 만한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자에도 배당금·성과금, 복리후생비만 3천억원
부채 늘고 영업이익 줄고…2014년 346조 예상
2009년 기준 국토부 산하 11개 공기업의 부채는 110조원이다. 국가적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한 해 지급한 복리후생비는 3000억원에 이른다. 표준화된 기준이나 지침도 없다.
국토해양위 심재철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분석의뢰한 ‘공기업 복리후생의 종류 및 예산비교’ 자료에 의하면 11개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급여성 및 비급여성 복리후생비 총액은 3006억여원이다. 1인당 610만원 정도가 지급됐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가장 많은 곳은 1480만원의 대한주택보증(주)이다.
돈잔치, 사회공헌은 0%
복리후생의 종류는 모두 91종이나 됐다. 그중 급여성이 43종, 비급여성이 48종이다. 한국감정원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7종으로 가장 적었다. 반면 LH는 다른 기관에서는 볼 수 없는 장기근속격려비, 여성교통보조비, 귀성차원지원비, 구내식당보조금 등 특정 대상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것들까지 포함해 26종이나 됐다.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공기업의 부채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토지주택공사, 지역난방공사, 가스공사 등 22개 공기업의 부채는 6년새 130조원 가량 증가했다. 2004년 82조6966억원에서 2009년 212조512억원으로 129조3546억원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조9691억원에서 2조7576억원으로 3조2000여억원이 줄었다.
구조조정과 비상운영 등이 필요한 시기지만 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109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통합 출범 한달 전 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사내복지근로기금 434억원을 나눠줬다.
22조원의 채무를 진 도로공사는 직원들의 대학생 자녀학자금으로 5년간 70억여원을 무상 지원했다. 문제는 자녀학자금의 수혜자 대부분이 고위간부라는 점이다. 연봉 9500만원인 1급 실·처장 153명 중 80%가 무상 장학금 지원을 받았다. 반면 사회공헌에는 인색했다. 2000만원이 전부다. 또한 계약직 등 비정규직 차별도 문제됐다. 도로공사는 비정규직에게는 학자금을 무상지원하지 않았다. 주택마련자금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대상에서도 제외시켰다.
가스공사는 방만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가스공사는 2008년 이후 해외 탐사사업 실패로 100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또 지난해 미수금은 4조460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공사는 당기순이익 2380억원에 대한 배당금 559억원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중복 지급도 문제됐다. 중식보조비 및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109억원을 중복지급한 것.
여기에 연차휴가보상금 40억, 사내근로복지기금 급여성 경비 지급 48억 등 총 197억원을 과다 지급했다. 박민식 의원은 “부채가 매년 늘어 가스비는 올린다면서 2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나눠 갖는 행태는 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조폐공사도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전병헌 의원은 “조폐공사가 지난 4월 비상경영을 선포했으면서도 6월에는 직원들의 상여금으로 전년 대비 26.8%나 증가한 185억원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1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협도 돈 잔치를 벌였다. 송훈석 의원은 “수협이 2004년 이후 임원들에게 퇴임공로금 명목으로 19억6000만원이나 지급했다”며 “특히 임원들에게만 지급된 성과급도 2005년 이후 12억6900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농협도 예외는 아니다. 송 의원은 “농협이 2009년에 330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지난 5년간 1조8000억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액 급료자가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연차보상비도 지난해 32억1333만원보다 3.24% 증가한 33억1774만원이다. 1인당 493만원에 해당한다. 6월 말까지 지급된 시간 외 수당도 40억1400만원이다.
2009년 말 297개 공공기관 부채는 총 347조6000억원이다. 이 중 24개 공기업의 부채는 212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80개 준정부기관의 부채는 98조5000억원으로 28.3%를, 193개의 기타 공공기관의 부채는 37조로 10.6%를 차지하고 있다.
부채 갈수록 심각
정부가 작성한 자료에 의하면 주요 22개 공기업의 부채가 2009년에는 213조1000억원, 2010년에는 25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부채 증가율이 약 20%로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2014년에는 346조7000억원으로 2009년보다 133.6%나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공기업의 부채는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오는 만큼 공기업들은 기관이 어려울 때 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