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전당대회 후 민주당의 계파 지도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친노·486과 동교동계, 비주류 등으로 나눠졌던 이전과 달리 좀 더 세분화되고 세력화되고 있는 것. 전당대회에서 누구를 지지했느냐,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할 것이냐는 점을 두고 갈라지거나 뭉치고 있다. 특히 독자노선을 택한 486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내 세력구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10·3 전당대회 이후 이해관계 따라 “여기 모여라”
당내 계파 동교동계·친노·486서 세분화 돼 재정비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경쟁을 계기로 민주당 내부의 세력구도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우선 당내에서 가장 큰 영역을 점하고 있던 비주류 인사들은 그대로 ‘뭉치기’로 했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는 새 지도부 출범 후에도 모임을 존속키로 결정했다.
비주류, 결속력 ‘…’
쇄신연대 인사들은 지난 6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회합을 갖고 향후 진로를 고민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30여 명의 참석자들은 “당내 민주주의의 미흡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가고 비전과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쇄신연대는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을 배출, 지도부에 입성시키면서 ‘신주류’로 떠오를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쇄신연대는 이와 관련, “야당 역사상 비당권파에게 이처럼 큰 집단 승리를 안겨준 사례가 없다. 비판 세력에서 벗어나 당을 혁신하고 수권정당을 만들기 위해 책임있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당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속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두는 시선이 적지 않다. 쇄신연대는 시작부터 당내 인사들의 출입을 자유롭게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인사들이 이견을 보임에 따라 ‘멀지 않지만 가깝지도 않은’ 느슨한 연대 형식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노 진영도 분화하고 있다. 민주당내 친노 인사들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했다. 친노 인사들 중에서도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들의 ‘청정회’가 정 최고위원의 손을 들어준 것.
청정회는 성명을 내고 “김대중의 철학과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발전할 정통성 있는 리더십, 진보세력과의 연대에 헌신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했다.
정 최고위원에 대한 친노 진영의 지지에는 그를 당대표 삼아 당내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속내도 들어 있었다. 청정회 회장인 이용섭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혁신의 가치를 잇고 발전시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정회의 성명에 일부 회원들이 반발을 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손학규 대표를 돕고 있던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중심으로 일부 청정회 회원들이 성명을 발표, “지난 7월 전체모임에서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원칙을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을 지지한다’는 총론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지지 후보를 확정하는 데는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며 “투명한 의견수렴 없이 일부 소수 회원들이 일방적으로 성명서를 작성한 뒤 언론에 발표한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낸 것.
당 지도부에 손 대표와 전당대회 후 거취를 고민하던 정 최고위원까지 합류함에 따라 친노 진영의 ‘한지붕 두가족’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동교동계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동교동계 대변인 격인 장성민 전 의원이 직접 출사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내 계파·세력 중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인 것은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인사들이다. 친노와 더불어 주류를 형성해왔지만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독자세력 구축에 나선 것.
이인영 최고위원과 우상호, 임종석 전 의원이 중심돼 활동하고 있는 486 전·현직 의원 모임인 ‘삼수회’는 “486만의 모임에서 벗어나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조직을 확대해 당내 개혁블록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독자세력화의 길을 모색키로 했다. 이들은 지난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년여 간의 모임 성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공식 발족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연대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제2의 486모임’의 탄생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최재천·정성호·김성호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돼 움직이고 있으며 이종걸 의원이 후견인 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쇄신연대에서 전당대회 평가와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모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도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고, 삼수회에 대항하는 개념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난 6월 지방선거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486 인사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이들이 당내 세력구도의 무게추를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권을 잡은 후 손 대표가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권력 무게추 된 486
이미 당 지도부에 486세력의 리더격인 이인영 최고위원이 합류한 데다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부산 출신의 대표적 486 인사인 김영춘 전 의원을 발탁했다. 또한 수석 사무부총장에는 486 운동권 출신 인사로 이 최고위원과 함께 ‘삼수회’를 주도하고 있는 이철우 전 의원을 임명했다.
이에 대해 정가 한 인사는 “486 인사들 중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중도성향을 보이는 등 비교적 계파색이 엷은 인물이 많아 손 대표가 새로운 지도부에 합류시키기 적합했을 것”이라면서 “더불어 486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계산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