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이완구 총리 지명을 바라보며

2015.02.09 16:10:17 호수 0호

일전에도 <일요시사> 지면을 통하여 사안의 본질을 살피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박 대통령이 행한 이완구 의원의 국무총리 지명을 살피면 역시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먼저 표면적인 부분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와의 관계에 대해서다. 3선 의원으로 지식경제부장관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던 최경환 부총리는 이완구 지명자와 동급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황 부총리다. 황우여 부총리는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역임한 5선 의원으로 이완구 의원과 비교대상이 되기 힘들다. 그런데 그보다 한참 비중이 떨어지는 이완구 의원을 총리에 지명했다.

흡사 막내동생을 상석에 앉힌 형국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황 부총리에게 이만 물러나라는 의미인지, 만약 그렇다면 먼저 황 부총리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어야 도리에 맞다.

그런데 황 부총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이완구를 덜컹 총리에 지명하였으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대목에서 대통령이 여자라 남자들이 중시여기는 위계질서에 대해 알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지울 수 없다.

둘째는 부총리 두 사람도 그렇지만 거기에 더하여 총리까지 국회에서 차출했다는, 즉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국회에서 그것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을 행정부로 끌어들인 일은 기본적으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 듯 보인다. 혹여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은 경우라면 이해 가능하지만 그 직을 유지한 채 총리와 부총리 직을 수행하는 일 자체가 영 마뜩치 않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점이 나타난다. 박 대통령의 삼권분립에 대한 원칙의 잣대가 상당히 모호하다. 속된 표현을 사용하자면 엿장수, 즉 대통령 마음대로다.

그 실례를 들어보자. 세월호 참사 사건이 터진 이후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언급했었다.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삼권분립을 강조하며 함구로 일관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개헌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개헌 역시 입법부 소관인데 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반대의견을 내놓았었다. 중구난방의 변을 살피면 그저 헛갈리기만 하다.

다음은 이완구 총리 지명의 이면을 살펴보자. 국민들이 또 야당에서 국무총리 교체를 요구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서다. 아무리 살펴도 내 기억으로는 정홍원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국민들과 야당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한 것은 국무총리 교체가 아니라 비서진들에 대한 조처로 안방 단속을 잘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 부분은 손도 대지 않고 느닷없이 총리를 교체하겠다고 나섰으니 국민들은 그저 기가 찰 따름이다.

이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혹여 지난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정운찬씨를 총리로 임명했듯이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닌가 하고.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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