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신종플루 파문으로 본 먹거리 공포

2009.05.06 11:01:22 호수 0호



멕시코발 신종플루 파동 전세계 확산 공포감 극심
섭취로는 전염 안된다는 보고에도 돼지고기 꺼려

동물들의 반란이 또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돼지다. 인플루엔자 A(신종플루)가 전세계로 확산되어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가금류, 소에 이어 돼지까지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에 합류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차츰 고조되고 있다. 익힌 돼지고기는 안전하다는 발표에도 국민들은 행여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동물과 식물, 가공식품 등 인간을 위협하는 먹거리들의 반란을 돌아봤다.



멕시코발 인플루엔자 A(이하 신종플루)가 전세계인을 떨게 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전염된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대재앙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어 공포심은 극에 달한 상태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4월30일 현재 멕시코에서는 159명이 신종플루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심각한 폐렴 증세로 보고된 환자가 2948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멕시코는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신종플루 의심환자 늘어
돼지고기 불신도 확산

지난달 29일, 미국에서도 첫 번째 사망자가 보고됐다. 미국 정부는 “텍사스주에서 생후 23개월 된 유아 한 명이 신종플루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 유아는 미국에서 발생한 첫 신종플루 사망자며 멕시코 이외의 국가에서 발생한 첫 번째 사망자이기도 하다.

미주지역뿐만 아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4월29일 0시 현재 영국,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까지 전세계 26개국에서 2500명 이상의 의심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신종플루 추정환자가 1명 발생했고 의심환자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또 신종플루 감염을 걱정하는의 문의가 폭증하면서 대부분의 보건소에 24시간 콜센터가 마련되는 등 감염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났다.


정부 역시 신종플루와 관련해 철저한 방역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세계보건기구가 신종플루의 대유행 위험단계를 5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는 대책본부를 통해 24시간 비상방역체제를 운영키로 했다.

전 장관은 이날 계동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운영해온 중앙방역대책본부를 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로 격상하고 24시간 비상방역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공포는 사그라질 줄을 모른다. 세계보건기구가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제조품을 먹어서 사람에게 신종플루가 전염된 적은 없고 70도 이상 가열하면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죽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돼지고기가 첨가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민은 “돼지고기 섭취와는 무관한 바이러스라고는 하지만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불신은 어쩔 수가 없어 될 수 있으면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엔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돼지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신종플루 파동 이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며 “특히 원산지에 외국산 돼지고기란 것을 표기한 메뉴는 거의 나가지 않고 있어 가뜩이나 불황으로 매상이 줄어들었는데 큰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할인마트 등에서도 돼지고기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마트 등 수도권 대형 할인마트 등의 돼지고기 매출은 신종플루 파동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이번 신종플루 파문으로 인해 돼지고기 섭취에 불안감을 가지는 이유는 잊혀질만 하면 터지는 먹거리 파동의 기억이 남아 있는 탓이다.

가금류, 소고기 등
각종 먹거리 위험

특히 육류와 관련한 먹거리 파문은 끊이지 않고 벌어져 ‘도무지 믿고 먹을 것이 없다’는 원성 또한 끊이지 않았다. 또 먹거리와 관련된 파문은 관련 업체들과 경제 전반에도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그 중 하나는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문이다. AI는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주로 닭과 칠면조 등 가금류에 많은 해를 입힌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약병원성·비병원성 3종류로 구분되고, 이 가운데 고병원성은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리스트 A등급으로, 한국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AI는 193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다가 1983년 벨기에·프랑스 등 유럽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이래 2004년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고병원성의 경우 인간에게도 감염되어 1997년 홍콩에서 6명이 사망했고, 2004년 베트남에서는 16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도 1996년에 이어 2003년 12월 충청북도 음성에서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당시에도 닭, 오리 등을 파는 식당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를 만큼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는 현상이 벌여진 바 있다. 당국이 인체에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적극 홍보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먹거리 동물이 일으킨 또 다른 파문은 광우병 파동이다. 전 국민적인 촛불집회까지 불러일으킨 광우병 파문은 요식업계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식품의 원산지를 표기하는 것이 의무화되는 등 국민들의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들도 이어졌다.

먹거리 공포는 육류뿐만 아니라 식물에서도 일어났다. 지난해 미국에서 생토마토를 먹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모넬라균 식중독이 발생한 것. 한 식당에서 토마토요리를 먹은 노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토마토에 대한 공포는 극에 달했다. 숨진 노인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암이었지만 토마토의 살모넬라균 중독이 병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전하다고 여겼던 식물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균이 발견된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일부 육류만 가려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사람들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에서 재배되는 토마토는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됐지만 토마토 공포는 한동안 계속됐다.

먹거리 공포를 가속화시킨 또 다른 주범은 각종 가공식품이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로 확산된 ‘멜라민 파문’은 간식으로 먹는 과자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따져보게 만들었다.
멜라민은 ‘트리아미드 트리아진’으로 불리는 공업용 화학물질로 암모니아와 탄산가스로 합성된 요소 비료를 가열해 만든다.

이 멜라민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데 이 물질이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첨가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멜라민 파문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유명회사 제품의 과자에도 멜라민성분이 줄줄이 검출되면서 국민들 특히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가공식품 폐해도
갈수록 심각

과자와 관련된 파문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6년 KBS <추적60분>이 과자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과자파동이 벌어진 것.


당시 이 프로그램은 과자 속에 들어가는 색소, 방부제, 조미료와 같은 첨가물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 방송에서는 과자로 인해 아토피가 더욱 악화됐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직접 나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특히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먹였던 과자들이 위험한 식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과자를 먹이지 말자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결과로 과자매출이 급감하는 현상과 ‘홈 메이드 쿠키 열풍’이 함께 불기도 했다.

‘내 아이가 먹을 것은 내 손으로 만들자’는 구호 아래 과자 만들기 교실 등이 우후죽순 생기고 과자 굽기에 필요한 오븐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또 잊혀졌던 한과 등의 과자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떡 등의 간식거리가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먹거리 파문은 끊임없이 벌어져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특히 21세기가 되면서 먹거리가 인간에게 주고 있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도대체 뭘 먹고 사느냐’는 푸념이 일상적인 말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시민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머리를 짜낸 일들이 결국 먹거리 재앙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며 “또 어떤 파동이 벌어져 안전을 위협할지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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