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파문 이후 달라진 식단 “오늘은 뭘 먹지?”

2009.05.06 10:59:44 호수 0호

신종플루 파문으로 많은 이들이 한층 더 신중하게 먹거리를 고르는 모습이다. 그 중 적어도 하루에 한 끼 또는 두 끼를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먹거리를 고를 때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메뉴를 정할 때 고심을 하는 직장인 김모(28)씨의 고민은 눈뜨자마자 시작된다. 아침식사로 토스트와 베이컨을 즐겨 먹는 김씨는 평소와는 달리 베이컨 포장지 뒷면을 유심히 살폈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로 만든 제품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신종플루 파문이 일어난 뒤 멕시코 등지에서 수입된 돼지고기는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바 있어 돼지고기 제품을 먹을 때는 더욱 신중해졌다고. 이날 김씨가 확인한 베이컨의 원산지는 유럽.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구워 먹었겠지만 이날만큼은 꺼림직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점심메뉴를 선택할 때도 고민은 시작된다. 이전에는 소고기를 주재료로 한 메뉴를 선택할 때 원산지를 따졌지만 이제 돼지고기를 먹을 때도 이 절차를 빼놓지 않는다. 당분간 돼지고기가 들어간 메뉴는 피하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출출함이 몰려오는 오후 간식시간에도 김씨의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평소 직원들과 즐겨 먹는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음식인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떡을 만든 쌀은 중국산이 아닌지, 고춧가루와 채소들은 국내산인지,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이 들어간 조미료를 넣은 건 아닌지 걱정하다 보면 간식시간도 별로 흥미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자신의 손으로 재료를 골라 만든 음식으로 채워진 저녁시간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김씨는 “즐거운 식사시간이 각종 식품 파동 이후 골치 아픈 시간으로 변했다”며 “뭘 믿고 먹어야 하는 건지, 집밖에서는 안심하고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건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매일같이 남들이 먹는 식단을 짜야 하는 영양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에서 급식식단을 짜는 영양교사들은 식품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식단을 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경기도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영양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29·여)씨는 신종플루 관련 소식을 뉴스에서 접한 뒤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매번 먹거리 파동이 날 때마다 여러 가지로 긴장해야 할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학부모와 학생들이 돼지고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게 될까봐 관련 공문을 서둘러 만들어 배포했다. 이미 짜놓은 식단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한다. 특히 돼지고기를 원료로 하는 음식은 체크를 해 두었다. 식재료를 검열할 때 더욱 신경 쓰기 위해서다. 도축증명서와 등급판정서 등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영양교육에도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미국쇠고기반대 촛불집회 이후 청소년 사이에서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져 영양교육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김 교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메뉴에 미국쇠고기가 들어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최근엔 수입산 돼지고기가 들어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예전에 비해 학생들이 음식재료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다 보니 식단 짜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가정주부, 식당운영자, 식품업 종사자 등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은 저마다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안전할까’란 고민을 하며 이번 신종플루 파동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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