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입시 코디’ 실체

2018.12.19 09:26:41 호수 1197호

돈만 있으면 ‘SKY(서울·고려·연세대)’ 보내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인기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네이터’의 현존 여부에 대해 궁금증을 표출하고 있다. 입시 코디네이터는 과연 존재할까?
 

▲ SKY캐슬 사진 = JTBC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요즘 들어 부쩍 주위 사람들에게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네이터’는 상류층이라 불리는 이들 사이서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들만의 리그

JTBC 금토드라마 <SKY(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이라는 고급 주택 단지를 배경으로 한다. 대학병원 의사들과 판·검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들만 모여 사는 곳. 때문에 이곳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부(富)와 명예를 세습하도록 ‘그들만의 교육법’으로 강하게 조련한다. 

그 중심에는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딸을 키워낸 엄마 한서진(염정아 분), 박사과정까지 마쳤으나 두 아들의 성적에 집착하는 전업주부 엄마 노승혜(윤세아 분), 그리고 VVIP만 상대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 등이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은행 V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입시 코디를 중개해준다는 설정은 허무맹랑한 듯하면서도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배경은 아파트 단지가 아닌 고급 빌라촌. 경기 용인의 골프장 안에 있는 타운하우스서 촬영해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SKY 캐슬> 관계자는 “재벌가라면 그들만의 리그로 보일 텐데, 이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고루 갖춰 본인들이 재벌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계층”이라며 “서울대 의대가 문제라기보다는 의사는 실력만큼 적성도 중요한 직종이기에 다양한 갈등이 생겨날 수 있는 설정이라서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드라마 평론가는 “그동안 교육문제를 다룬 드라마는 엄마나 아이 등 어느 한쪽에 중점을 뒀다. 반면 <SKY 캐슬>은 모녀뿐 아니라 아빠, 코디 등 여러 축을 중심으로 갈등을 전개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 층을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작가가 실제로 아들 대학입시를 치러본 학부모라는 점도 신뢰도를 높였다. 작가는 2015년 강남 엄마와 강북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2부작 <고맙다, 아들아>를 선보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작가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취재를 꼼꼼히 했다”며 “대부분 실제 사건을 베이스로 각색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VVIP 전용’ 부·명예 세습 창구
대치동 수천만원대 컨설팅 존재 

그렇다 보니 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드라마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들은 드라마와 관련된 이야기로 가득찼다. 드라마를 보다가 공감되는 장면이 나오면 '우리 동네에도 몇 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들에 대한 제보가 쏟아져나왔다. 

드라마에서는 대입 중심축이 수능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옮겨가며 생겨난 풍토도 반영됐다. 2000년대 중반 대치동에 살며 자녀를 소위 ‘SKY’로 불리는 명문대에 보낸 ‘돼지엄마’들이 스타강사를 섭외해 학원을 차리는 등 활약했다면 이제는 개인별 맞춤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입시 코디네이터를 직접 이용했다는 한 학부모는 “연간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대 컨설팅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입학사정관제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넘어오면서 시험부터 교외활동, 수상기록까지 진학을 원하는 대학에 맞춰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의 행보를 짜주는 입시 코디네이터들의 활동이 많아졌다”며 “그들의 코치를 받으려면 1년에 최소 30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한 학원 관계자는 드라마 내용에 대해 “코디가 억대 연봉을 받으려면 1년에 수십 개의 팀을 꾸려야 가능한데, 드라마서 나오는 것은 다소 과장된 이야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치동 학원가의 행태는 예전부터 유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학원의 입학문은 좁기 때문에 그 학원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기준을 갖추려 또 다른 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일부 엄마들은 우등생들의 ‘스토커’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등생들이 어떤 학원에 다니며 어떤 학습지로 공부하고, 평소 무엇을 즐겨먹고, 24시간 생활 패턴은 어떤지까지 체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대치동에는 워낙 잘사는 사람들이 많아 돈 자랑은 의미가 없다”며 “각 학교서 전교 1∼3등 안에 드는 자녀를 둔 엄마가 가장 대우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 높은 곳으로

반면 0.01% 상류층은 <SKY 캐슬> 속 이야기에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 그들은 처음부터 해외 대학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 강사는 “막대한 재력을 갖춘 재벌가나 사업가는 자녀들을 고생시키며 굳이 의대, 법대에 진학시키려 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해외에 유학을 보내 SKY 이상의 학벌을 쌓게 하며 경영, 경제 위주의 교육을 시키기 때문”이라며 “해외 학교는 운동이나 음악 등 특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서양 아이들과 잘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 학업보다는 그들의 적성의 맞는 특기를 길러주는 데 더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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