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57)보령그룹-㈜보령

2012.06.20 11:19:54 호수 0호

김 회장댁 네 자매 짭짤한 '돈창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너 곳간 채우기'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겔포스·용각산으로 유명한 '제약명가' 보령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 11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보령'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84년 8월 설립된 ㈜보령은 건강보조식품, 숙취해소제, 비타민드링크 등 가공식품 도매업체다. 주차장업과 구내식당,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 등도 사업 목적에 포함돼 있다. 처음 보령산업이란 회사였다가 2003년 2월 현 상호로 변경했다.

2006년부터 늘어

문제는 ㈜보령의 자생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절반 이상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십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보령은 지난해 매출 81억원 가운데 57억원(70%)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보령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보령제약(35억원)을 비롯해 보령메디앙스(12억원), 보령바이오파마(3억원), 보령수앤수(3억원), 비알네트컴(2억원), 킴즈컴(1억원) 등이다. 2010년에도 보령제약(31억원), 보령메디앙스(13억원), 보령바이오파마(2억원), 비알네트컴(2억원), 킴즈컴(1억원), 보령수앤수(1억원) 등 계열사들이 총매출 76억원 중 50억원(66%)에 달하는 일감을 ㈜보령에 넘겼다.


㈜보령의 계열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총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10%대 수준에 머물다 이듬해부터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내부매출은 조금씩 오른 반면 외부매출이 확 줄은 결과다.

㈜보령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0년 12%(총매출 107억원-내부거래 13억원) ▲2001년 13%(136억원-17억원) ▲2002년 12%(170억원-20억원) ▲2003년 10%(207억원-20억원) ▲2004년 12%(231억원-27억원) ▲2005년 12%(250억원-30억원)로 나타났다. 이후 2006년 21%(184억원-39억원), 2007년 24%(158억원-38억원)로 오르더니 2008년 59%(63억원-37억원), 2009년 64%(73억원-47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2010년 66%에 이어 지난해 70%가 된 것이다.

㈜보령은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2000년대 들어 적자 없이 매년 10억∼60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473억원에서 지난해 90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불었다. 같은 기간 173억원이던 총자본은 523억원으로 3배 가량 늘었다. 그동안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보령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 모두 회장 가족들이다.

그룹 주력인 보령제약(29.32%·204만5331주)과 보령메디앙스(24.68%·246만7575주), 보령바이오파마(33.7%·20만5400주)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 중인 ㈜보령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너일가는 ㈜보령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모양새다.

지분 100% 소유 ‘김씨’ 오너일가 개인회사
수십억 고정 거래…지난해 매출 70% 의존

지난해 말 기준 ㈜보령은 지분 100%(52만8000주)를 오너일가가 쥐고 있다. ㈜보령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45%(23만7600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김 회장의 장남 정균씨가 25%(13만2000주)로 2대주주. 나머지는 김 회장의 여동생인 은희·은영·은정씨가 각각 10%(5만2800주)씩 갖고 있다.
김승호 보령그룹 창업주는 아들이 없다. 부인 고 박민엽 여사와 사이에 4녀(은선-은희-은영-은정)만 뒀다. 이중 장녀 김 회장과 막내딸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김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마케팅, 기획 등 각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00년 보령제약 회장실 사장을 역임한 뒤 2001년부터 그룹 부회장을 맡다 2009년 회장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가톨릭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은 후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1997년 보령메디앙스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맘사업본부장, 패션유통사업본부장 등 다양한 실무를 거쳐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녀 은희씨와 3녀 은영씨는 경영과 거리가 멀다. 이들은 각각 의사, 외교관과 결혼한 전업주부로 회사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올해 28세인 김정균씨는 향후 그룹 후계자로 유력한 인물이지만, 이력은 물론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이나 사내외 행사 등 일절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다. 그는 2010년 ‘유정균’이란 이름에서 갑자기 성씨를 개명해 그 이유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기도 했다.


수천만원씩 배당

보령 오너일가는 ㈜보령이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짭짤한 '용돈(?)'도 챙겼다. ㈜보령은 지난해 2억6400만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물론 이 돈은 모두 오너일가 몫이었다. 김 회장은 1억1880만원을, 은희·은영·은정씨 세 자매는 각각 2640만원씩을 받아갔다. 김씨의 경우 6600만원을 주머니에 넣었다.

㈜보령은 앞서 2005년 6억700만원, 2006년 13억2000만원, 2007년 2억6400만원, 2008년 1억3200만원, 2009년 1억3200만원, 2010년 3억9600만원을 배당한 바 있다. 보령일가 5명은 마찬가지로 그때마다 개인당 수천만∼수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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