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경북' 열린 도정의 비결

2016.11.08 08:48:01 호수 0호

담장 없애고 도민 끌어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달 28일,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새 경북도청사 주차장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버스로 빼곡했다. 단체티를 맞춰 입고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광객들은 웅장한 크기의 새 도청사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검무산 아래 24만5000㎡ 부지에 들어선 새청사는 본청, 의회청사, 주민복지관, 다목적 공연장 등 4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새청사로 이전하기 전 경상북도의 도청 소재지는 대구였다. 원래 경북의 일부였던 대구가 1981년 분리되면서 이전 문제가 불거졌지만 입지 선정 과정서 이견이 많아 경북 지역이 아닌 곳에 도청이 있는 상황이 30여년이나 지속됐다.

그러던 중 김관용 현재 지사가 도청 이전을 공약으로 걸고 선거서 승리하면서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 결과 2008년 6월,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가 도청 이전 후보지로 확정됐다. 새청사는 2011년 착공, 지난해 4월에 완공한 후 올해 2월22일 도청을 이전, 3월10일에 개청식을 가졌다.

전통미 물씬

새청사는 전통 한옥의 모습을 띠고 있다. 65만장의 기와를 올린 팔작지붕에는 도민 1만3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회랑, 솟을 대문, 정원 등 건물 배치 역시 전통 건축 양식을 따랐고 안민관(도청), 여민관(의회 청사) 등의 이름에도 전통의 미를 담으려 애쓴 흔적이 가득했다.

또 정자, 정원 호수, 조각 작품, 8300여 그루의 정원수와 뒤편의 검무산이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친환경 건축물 최우수,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에너지효율 1등급, 초고속정보통신 건물 1등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2등급 등 첨단과학을 녹여냈다.


지난해 10월 신청사를 방문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탈렙 리파이 사무총장은 “한옥 지붕, 전통적인 회랑, 한국적인 정원을 통해 경북과 대한민국의 문화적 가치를 잘 담아냈다”며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란 명제를 가장 잘 실천한 건축물”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신청사를 경북의 랜드마크로 육성하고 인근의 문화자원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통 한옥 방식으로 건립
자연과 첨단과학의 조화

실제 새청사는 도민을 비롯해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경북도는 도청 소속 모든 건물 1층을 외부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도청, 도의회, 복지관, 다목적공연장 등 건물과 경주 동궁, 안압지를 본 떠 만든 세심원, 새마을광장과 경화문 등도 있다. 신청사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자 관광객들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 8월까지 새청사를 찾은 관광객은 50만여명으로 연말까지 1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신청사를 찾은 관광객이 7만6000여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1년 새 급증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의 연간 방문객수를 상회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경북도는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경북도는 관광객 담당 업무 부서를 만들고, 안내 요원을 비롯해 문화 해설사를 배치했다. 정수기,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늘리고 관광객 전용 주차장도 두 곳 설치했다.

특히 관광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문화 박물관으로 조성된 도청 본관 1층이다.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붓 모양의 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직경 6㎜짜리 붓 대롱 모양의 동파이프 3만개로 만든 높이 17.5m, 무게 2.5톤의 대형 붓은 건물 중앙을 관통하는 빈 공간의 꼭대기서 1층 로비까지 내려온다. 이른바 ‘선비의 붓’이다.

선비의 붓이 끝나는 지점에는 삼국유사 목판본 전시물이 놓여있다. 경북도는 지난 2015년부터 ‘삼국유사 목판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삼국유사는 고려 충렬왕 때 보각국사 일연이 고구려·백제·신라 3국의 유사를 모아 지은 역사서다.

경북도는 원 목판 없이 인쇄본으로만 남아 있는 삼국유사의 원형을 복원해 도청 신도시 이전을 기념하고 경북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로 사업을 기획했다. 경북도는 판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시로 자문위원회를 열어 고증작업을 거쳤다.


지난해 6월에는 전국 공개모집을 통해 각수 7명을 선발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군위군 군위읍 사라온마을에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를 열었다.

올해 방문객 100만 예상
입소문 나면서 손님 북적

경북도는 지난 3월 조선 중기 판본 ‘중종 임신본’(규장각본) 판각을 완료해 삼국유사 목판 첫 복원에 성공했다. 판각은 판목 만들기-등재본 만들기-글자 새기기-교정하기 등의 과정을 거친다. 경북도와 군위군,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 7월 판각 완료 보고회를 갖고 504년 만에 삼국유사 조선 중기 목판의 부활을 알렸다.

김관용 도지사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단순히 문화재를 복원하는 게 아니라 목판 기술의 중요성과 삼국유사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사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새청사 본관 오른쪽 벽에는 초정 권창륜 선생이 쓴 ‘경북은 한국 정신문화의 창’이라는 글이 대형액자 안에 걸려 있고, 그 아래로 100여종의 도자기가 전시돼있다. 경상도관찰사도임행차도와 박대성 화백의 대형 작품, 퇴계 선생의 시글을 영상화한 대형모니터도 볼 수 있다.

왼쪽 벽면에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덕업일신 망라사망’(덕을 쌓는 일이 나날이 새로워 사방을 두루 아우른다)이라는 글씨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민원상담 및 담소 장소로 활용되는 북카페 역시 도청 내 인기시설이다.

야외에는 새천년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을 왜가리의 날개짓으로 표현한 ‘비상’ 등의 조형물이 있고 수생식물, 관상어 등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경북도는 새청사를 방문하는 도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다목적 공연장인 동락관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동락관의 ‘동락’은 맹자의 여민동락에서 따온 말로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의미다.

경북도는 지난 3월 음악회를 통해 도민과 함께 새청사 개청을 기념했다. 음악회는 초청한 안동시민과 예천군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도민들은 도립교향악단, 안동시립합창단 등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쉼터와 볼거리

추석 연휴 기간에는 시골 할머니 작가들의 그림전시회가 열려 관광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전시회에는 경북 예천군의 신풍미술관이 2010년부터 지역 어르신을 위한 미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할머니 그림학교 회원들의 그림이 걸렸다.

할머니들이 집, 꽃, 닭 등 주변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을 솔직하게 담아낸 회화 작품과 수업 장면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긴 자료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시회, 연주회 등 도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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