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조수 잔인한 포획 수당 논란

2016.11.07 09:28:55 호수 0호

“꼬리나 귀 잘라오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수확철 농가들이 멧돼지와 고라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선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포획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른바 포획수당으로 엽사에게 주는 일종의 수고비다. 그런데 최근 지자체들이 이 수당을 받으려면 포획한 동물의 귀나 꼬리 등을 잘라오라는 ‘엽기행정’을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물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까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충북 단양군은 멧돼지·고라니의 꼬리를 잘라오게 하고 있다. 군 측은 부정 청구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사체 훼손이 흉측하다는 여론이 있지만 부정 청구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옥천군 역시 멧돼지는 꼬리와 귀를 자르고 고라니는 사체를 통째로 가져와야만 3만원씩 수당을 주고 있다. 이 지역에선 올해 멧돼지 164마리와 고라니 1647마리가 붙잡혔다. 멧돼지 양쪽귀 328개와 그의 절반에 해당하는 꼬리가 수당 청구용으로 군청에 제출됐다는 얘기다.

진풍경 벌어지기도

옥천군 관계자는 “덩치가 큰 멧돼지는 운반 자체가 어렵고 자체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사체 일부만 받는다”며 “작년까지는 귀를 받았지만 일부에서 겨울철 수렵한 멧돼지 귀를 수당 청구용으로 보관한다는 얘기가 들려 올해부터 꼬리까지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음성군은 고라니 꼬리를 제출하면 2만∼3만원을 주고 비둘기·까치 등 조류는 두 다리를 가져왔을 때 5000원의 수당을 준다. 군은 매월 한 차례씩 날짜를 정해 포획 수당 신청을 받는데 그때마다 읍·면사무소 등에서는 잘린 동물 사체를 풀어놓고 수를 헤아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 여성 공무원은 “맡은 업무라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지만 잘린 동물 사체를 확인하는 일이 끔찍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동물 사체 일부를 제출하는 수당 청구 방식에 대해 엽사들마저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엽사는 “죽은 동물이라지만 귀와 꼬리를 자를 때면 두 번 살생하는 기분이 든다”며 수당 지급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국은 유해 야생동물 퇴치효과를 높이는 데는 수당이 최선이라고 항변한다. 멧돼지와 고라니 때문에 고통받는 농민 신고가 매일 수십건씩 들어오는 상황이다 보니 한 마리라도 더 신속하게 붙잡아 피해를 줄이는 게 급하다는 것이다.

옥천군 관계자는 “수당 대신 활동비를 주는 지자체의 포획 실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행정기관 입장에서도 내키지는 않지만 퇴치 성과를 높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유해동물이지만 방법이 잔인하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한 네티즌은 “유해동물도 살아있는 생명인데 두 번 죽이는 것 같다”며 “유해동물 개체수가 늘었다면 당연히 조절을 해야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증명할 수는 없나”라고 꼬집었다.

동물보호단체도 “동물을 학대하는 엽기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해야생동물 포획허가 기준을 명시한 현행법에는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할 때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아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고라니 5만원 멧돼지 8만원 지급
수렵포상제에 동물보호단체 반발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 간사는 “동물 사체 훼손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동물복지를 외면한 반생태적 행정이며 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해 야생동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서식지와 밀도조사가 선행된 뒤 인간과 공생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민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야생생물관리협회 김철훈 부회장도 “포획한 유해 야생동물은 지자체가 사체 전부를 수매해 매립하는 게 맞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희소성 없는 고라니 사체는 자연에 그대로 방치돼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동물 사체 일부를 자르는 행위는 혐오스러운 짓. 동물도 보호될 권리가 있으니 농가에 동물이 피해를 입히면 보상하도록 해요” “고통 받는 농민들 생각하면 환경단체 주장은 너무 호사스러운 것 같다” “일본사람들이 조선인 귀나 코를 잘라 가져간 것 하고 뭐가 다른가. 잔인하다” “유해동물 잡거나 개체수 관리라는 건 이해하겠는데 꼭 증명 방법이 그래야 하나?” 등의 다양한 반응이 잇따랐다.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이 다쳤을 경우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이들을 구조하고 치료한다. 그런데 농업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는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되어 포획이 가능하고 포획한 사람에게 포상금까지 주어진다.

만약 고라니가 차에 치여 다치게 되면 구조센터에서 이를 구조해 치료를 하게 되는데, 같은 고라니가 농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되면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돼 포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포획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법 외에 야생동물이 농업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충청북도는 각 시·군에 공문을 발송, 내년부터 포상금 지급 방식을 전면 개선하도록 할 방침이다. 우선 공공매립장이나 소각장서 확인증을 발급받아 제출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쪽에선 치료

충청북도 관계자는 “엽사들이 잘라온 멧돼지 꼬리나 고라니 귀를 보면 끔찍할 정도”라며 “유해 야생동물 포획을 중단할 수 없는 만큼 비윤리적이거나 잔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포상금 지급 방식을 전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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