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국민 50% “배우자 부모는 가족 아냐”

2011.02.02 09:00:00 호수 0호

“어허! 그럼 뭐야~‘친척’이야?”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가족 해체 현상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2차 가족실태’에서 국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배우자의 부모는 가족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즉, 시부모, 장인·장모는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5명 중 1명은 친부모도 가족에서 제외시켰다. 10명 중 4명은 형제·자매도 가족이 아니라고 응답했다.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 갈수록 좁아져
배우자의 부모, 형제자매는 “내 가족 아냐”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가족관이 혈연 중심이 아니라 거주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범위가 좁아지다 못해 같이 살지 않으면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일요시사>는 ‘제2차 가족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봤다.

여성가족부가 2005년에 이어 지난해 조사를 실시해 최근 발표한 ‘제2차 가족실태’ 결과는 기존의 가족관을 되돌아보게 했다. 2차 조사결과에서 가족의 의미 변화는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1차 가족실태 조사에 이어 5년 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전국 2500가구의 만 15세 이상 475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내 가족은 어디까지?

조사 결과 가족의 범위는 대체적으로 축소됐다. 배우자의 부모도 내 가족이라고 답한 사람은 50.5%에 그쳤고, 자신의 부모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77.6%로 나타났다. 5년 전 92.8%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어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여기는 응답자 역시 63.4%로 5년 전의 81.2%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급감했다.

5년 전 각각 63.8%, 47.6%로 집계됐던 수치가 이번 조사에서는 각각 23.4%, 20.6%로 나타난 것. 심지어 자녀와 배우자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각각 84.5%, 81.1%로 나타나 1차 조사와 비교했을 때 각각 14.2%p, 17.3%p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여성가족부는 “1인 가구와 아이가 없는 부부가 늘었고, 배우자나 자녀와의 유대감이 과거보다 끈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부계가족과 모계가족 사이의 차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친손자녀는 26.6%, 외손자녀는 24.6%만 가족이라고 봤지만 친손자녀와 외손자녀 간 차이는 5년 전 11.2%p에서 2%p로 크게 줄었다. 실제 가족 형태는 ‘부모와 자녀’가 48.2%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부부가구가 19.6%로 2위를 차지했고, 3위는 1인 가구(15.8%)가 이름을 올렸다. 7.3%는 한부모와 자녀로 나타났으며 3세대 이상 가구는 4.8%에 그쳤다. 평균 가족원수는 2.9명에 불과했다.

가족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노후를 누구와 지내고 싶으냐는 질문에 ‘배우자와 단둘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2.7%에 이른 것. 이어 ‘유료 복지시설’이라는 대답은 4.7%로 집계됐고, ‘무료 복지시설’ ‘형편이 되는 자식과 함께’라는 대답은 각각 3.8%로 나타났다.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에서일까. 부부 관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의 발언권이 이전에 비해 커진 것으로 나타난 것. 5년 전 1차 조사와 비교했을 때 부부가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비율은 자녀교육 관련 문제 54.0%에서 56.7%로 증가했고, 주택구입 문제 역시 74.3%에서 77.2%로, 투자 및 재산관리 문제는 62.5%에서 70.8%로 모두 증가했다. 이어 대체로 아내가 한다는 응답 역시 모든 항목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양육과 자녀 돌봄의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 결과 육아는 거의 여성이 전담하고 있었고, 1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돌봄 활동의 거의 모든 항목(식사 도와주기, 옷 입는 것 도와주기, 아플 때 돌봐주기 등)에서 ‘대체로 아내가 담당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며 1주일 평균 소요시간은 남성보다 여성이 2~3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내 남편·아내가 최고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명절 실태에 대해 처음으로 설문을 실시했고 그 결과 55.1%가 전통적인 제를 지내며 제수 장만은 ‘여성이 주로 한다’는 응답이 62.3%에 달했다. 또 남편 쪽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경우가 62%, 남편 쪽과 보낸 후 부인 쪽으로 이동하는 가구가 34.6%로 남성 위주 명절 문화가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생활 영역을 살펴보니 가구의 생계비 지출은 사교육비 항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10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구가 28.8%로 가장 많았고 자녀에 대한 인식 부분에서도 비용적 측면을 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많은 가구가 자녀 양육에 있어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자녀 양육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자녀를 비용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저출산 심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자녀를 키우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일이다”라는 문항에 대한 응답(5점 척도)이 10대는 3.9점, 30대는 3.7점, 70대 이상은 3.5점으로 나타난 것.

한편, 이번 실태조사를 주관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여성 가사 부담을 줄이고 부부교육, 아버지 교육, 자녀와의 대화법 교육 등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 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가족친화 기업 확산, 공공부문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지원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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