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참석 안하는 며느리 ‘이혼’ 정당

2011.02.02 09:00:00 호수 0호

종교 마찰 며느리 “이혼하고 자녀 양육비 내라"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로 명절 시댁의 제사 참석을 거부한 20대 여성이 이혼을 당하고 자녀의 양육비까지 물게 됐다. 불교신자인 남편으로부터 이혼 및 자녀 양육권 소송을 당해 패소한 것. 사실 ‘기독교인의 제사’ 문제는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이들 부부 외에 종교 문제로 불화를 겪고 있는 다른 부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부의 종교 갈등이 집안 갈등으로 번져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 20대 젊은 부부의 파경 스토리를 재구성했다.



불교 남편 기독교 아내 ‘종교 문제’로 불화 잦아
명절에도 제사 참석 안 해, 자녀 데리고 ‘친정행’


기독교 신자 윤모(28·여)씨는 집안의 제사 참석을 거부하는 등 종교 문제로 시댁과 갈등을 겪다가 동갑내기 남편으로부터 이혼 및 자녀 양육권 소송을 당했다. 그 결과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안영길)는 최근 “두 사람은 이혼하고 윤씨는 이씨에게 딸이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3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집안 종교 갈등이 봉합이 어려울 정도로 심화됐다면 이혼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판단한 것.

연애결혼 했음에도…

이씨와 윤씨는 대학 재학 시절 연애를 하다가 일찍 결혼했다. 연애를 하면서도 두 사람의 종교가 다르다는 점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유교적 사상이 강한 불교 집안의 아들이었고, 윤씨는 기독교 목사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이 둘은 뜨거운 사랑으로 종교 갈등쯤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이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를 출산했다.

두 사람은 2006년 결혼에 성공했지만 결혼생활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윤씨가 어린 나이에 시집와 출산을 하면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종교 갈등까지 겹치면서 다투는 일이 많았던 이유에서다. 이씨와 윤씨가 종교문제로 가졌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설이 일요일과 겹쳤던 2007년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윤씨는 설날 오전인 일요일 교회에 가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시부모들은 “큰집에 제사를 지내러 가자”고 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씨는 “앞으로 제사에 절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고, 이에 이씨의 부모는 “절은 하지 않아도 되니 어른들께 인사나 드리고 오자. 교회는 오후에 가도 되지 않느냐”고 재차 설득했다. 하지만 윤씨에게 시부모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결국 윤씨의 시부모들은 “그러려면 집을 나가라”고 화를 냈고, 시부모의 핀잔에 윤씨는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이때부터 이들의 결혼 생활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두 사람으로 시작된 종교 갈등이 집안 갈등으로 번져 더욱 극심한 불화를 겪게 된 것. 이씨 부부는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났지만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했다. 이씨가 자신의 부모를 대하는 윤씨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먼저 이혼 이야기를 꺼내자 윤씨가 아이를 남편에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결국 양가 부모들까지 나서 회의를 진행했지만 종교문제에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어 윤씨는 아이도 찾아가겠다면서 시댁에 들렀지만 남편과 시부모의 반대로 아이를 데려가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자의반 타의반 별거에 들어갔고, 이씨는 별거 뒤  다른 여성과 만나면서 윤씨와의 관계를 더욱 확실시 하고 싶은 마음에 2009년 윤씨를 상대로 이혼 및 양육권 소송을 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윤씨는 “분가해서라도 남편과 살고 싶다”는 뜻을 비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종교 문제로 부부가 다투고 재결합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2007년 4월 이후 부부가 감정을 회복하지 못했고, 현재는 유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파탄에 이른 경위와 현재 상황 등을 보면 아이는 남편 쪽에서 키우는 게 옳다”면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윤씨는 이씨에게 양육비 3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다만 남편 이씨가 윤씨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종교 문제로 힘들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결혼한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결과 관련, 한 변호사는 “아내의 제사 불참만을 이혼사유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제사 불참이 원인이 되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교 때문에 결국 이혼

그런가 하면 이번 판결은 ‘기독교인의 제사’ 문제가 부부의 이혼 소송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기독교인의 제사 문제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제사를 중시해온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혹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제사 문제와 관련, 한국교회가 타종교 혹은 사회문화와의 ‘대결적 양상’에서 벗어나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기독교 일각에서는 “제사 음식을 만들어 제사상을 차릴 수도 있다”면서 “다만 절은 하지 못하겠다고 양보하면 상대방도 이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요즘 기독교인 가운데 제사를 우상 숭배나 조상신 숭배로 여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으냐”고 반문한 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속으로는 제사를 우상 숭배로 여기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말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통 제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새로운 추모예배 보급이 시급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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