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도...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2010.11.02 09:39:41 호수 0호

여의도 둥지 튼 ‘특채의 제국’ 전모

노영민 의원 아들 특채 논란은 시작이었을 뿐
초선·중진 할 것 없이 친인척과 국회 한솥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딸 특채 파문을 계기로 시작된 특혜 논란이 여의도 의원회관에 상륙했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의 아들이 같은 당 소속 국회부의장실에 4급 상당 비서관으로 취업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야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이 도마 위에 오른 것. 국회의원들의 친인척 보좌관 채용을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에도 계속 있어왔지만 뿌리 깊이 박힌 ‘현대판 음서제도’는 오늘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외교부 고위직 인사들의 자녀 특채 논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권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국민이 낸 혈세로 친인척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친인척 보좌관을 둘러싼 논란은 민주당 노영민 의원의 아들 일로 시작됐다. 노 의원의 아들이 지난 6월부터 같은 당 홍재형 국회부의장실에서 기획비서관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문제는 20대 중반에 불과한 노 의원 아들의 직위가 4급 상당이었다는 점이다. 4급 비서관은 의원 보좌관 직급 중에서도 고위직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 국회직 공무원의 경우 입법고시에 합격할 경우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데 8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에서 20대 중반에 불과한 노 의원 아들의 취업과 관련,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친인척과 ‘같은 직장’


노 의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경력 단절이 있어 올해 말까지 (비서관으로) 일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노 의원의 아들은 홍 부의장실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로 ‘경력 관리’를 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노 의원의 사건을 계기로 다른 여야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 보좌관들도 하나둘 드러났다.

지난달 21일 국회에 따르면 18대 국회 여야 의원 상당수가 친인척을 4급 보좌관에서부터 9급 비서까지 채용하고 있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7촌 조카를 5급 수행비서로 삼았다. 17대 국회까지 이 장관의 보좌관을 했던 5촌 조카는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국회의원실 7급 여비서도 그의 조카였다. 안 대표가 처음 국회에 발을 들였을 때 9급으로 시작해 현재 7급이 된 것.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김성조 의원의 매제는 4급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안경률 의원의 4급 보좌관은 누나의 아들이다. 국토해양위원장인 송광호 의원은 5급 비서관인 자신의 딸과 8년 넘게 함께 근무하고 있다. 송 의원이 14대 총선에서 당선되자 9급 비서관으로 시작해 몇 차례 승진을 거쳐 5급 비서관으로 활동하게 된 것.

송 의원은 이에 대해 “14대 국회의원 출마 전부터 지역구 관리를 함께해 왔다”며 “의정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딸이 일정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양석 의원의 경우 남동생과 조카를 각각 4급 보좌관과 9급 여비서로 두고 있다. 남동생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정 의원의 구청장 출마 준비를 도우면서 선거캠프에 합류했으며, 조카는 2008년 총선에서 정 의원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동생은 내가 원외 당협위원장 때부터 나를 도와온 정치적 동지”라며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선교 의원이 친척을 4급 보좌관으로 두고 있고, 윤진식 의원의 5급 수행비서는 외조카다. 또 정갑윤 의원은 아들의 친구를 6급 비서로 채용하고 있다.


야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의 5급 수행비서는 그의 처남이다. 박은수 의원도 친동생을 5급 비서관으로 채용했다. 이영애 자유선진당 의원의 의원실에는 친딸이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노영민 의원의 아들을 4급 기획비서관으로 채용했던 홍재형 국회부의장은 1급 상당의 부의장 비서실장에 처남을 채용해 또 한번 구설에 올랐다. 홍 부의장측은 이에 대해 “비서실장은 오랫동안 대기업 등에 근무해 비서실장으로서의 자격과 경륜을 갖추고 있으며 정무위 소속인 홍 부의장의 의정 활동도 적극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구설에 오르지 않게’ 친인척을 국회 보좌관으로 채용하는 수법들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친분이 있는 의원들끼리 친인척 보좌관을 맞바꿔 채용하거나, 지역구 유지와 관련된 이들을 채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아예 의원회관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를 보좌관으로 등록해놓고 지역구 관리를 맡기거나 월급을 유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총선에서 낙마하면 친한 의원실에 자신의 보좌관을 채용시키고 실제로는 자신의 일을 보게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은 사례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동생, 동생의 처남, 시동생, 조카 등 4명을 모두 보좌진으로 채용했다 지난해 언론에 알려진 후 교체했다. 구상찬·백성운 의원도 각각 조카와 아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했다 올해 초와 지난해 말 교체했다.

이 같은 친인척 보좌관이 채용이 가능한 것은 보좌진의 채용 및 해고가 국회의원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보좌진을 내정하고 국회 사무총장에게 임용요청서를 제출하면 전과 경력 등 공무원으로서 결정적인 흠결이 없는 경우 채용을 허가해주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친인척 보좌관 채용은 물론 자격이 없는 보좌진들의 채용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6월15일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18대 국회 출범 후 총 3461명의 보좌직원들이 재직하거나 교체됐다. 이중 현재 299명 국회의원들의 보좌직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들은 1907명이며 2년 동안 1554명의 보좌직원이 면직했다.

국회의원 ‘맘대로’

이 중에는 2년 동안 보좌직원을 한번도 교체하지 않은 의원이 있었지만 22명이나 교체한 의원도 있었다. 임용된 지 두 달이나 세 달, 심지어 한 달 만에 그만뒀던 것.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좌진의 채용이나 해고는 의원의 마음이지만 보좌진들이 입법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고용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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