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캐시백 사기’ 전말

2014.07.14 11:03:17 호수 0호

직원이 사기 치는데…지점은 알고도 모른 척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롯데하이마트 우수판매직원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자수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만 30여명, 피해액은 6억원에 이른다. 물건 값의 15%를 캐시백 해주겠다며 고객들에게 접근했다는데 사기 수법이 기상천외하다. 여기에 해당 지점이 직원의 사기 행각을 눈감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TV만 틀면 나오는 롯데하이마트 광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전자제품 살 때는? 하이마트!'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하이마트 매장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과 다양한 종류의 전자제품, 가정용 전자기기를 제공하는 '원스톱' 쇼핑을 제공하면서 설립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2012년 7월 롯데쇼핑에서 하이마트를 인수하고 같은 해 12월 롯데그룹에 편입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2014년 7월 현재 전국에 420곳의 매장이 있으며, 종업원은 계약직 419명을 포함해 3878명(2013년 12월31일 기준)에 이른다.

직원들 편법 동원

매장도 직원도 많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그 중 각 매장 내 판매사원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세일즈마스터'라고 불리는 전문상담원이 그들이다. 세일즈마스터는 풍부한 상품지식과 친절 마인드를 갖춘 유통 전문인력이다. 우수사원으로 선정되면 회사로부터 표창을 받고 각종 인센티브를 챙기는 등 돌아오는 혜택이 다양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진열상품을 새 제품인양 팔기도 하고 전시제품을 샀는데 중고품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7월3일 드러난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 우수판매사원 캐시백 사기사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날 상인네거리점 전 판매사원 이모씨는 대구 달서구 경찰서에 자수하고 구속수감됐다. 고객 돈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것.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에서 PC코너를 담당하던 이씨는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고객 30여명에게 물품대금을 미리 현금으로 주거나 자신의 계좌에 송금하면 원금과 함께 일정 금액을 캐시백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 고객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물건값 15% 되돌려준다고 고객들에 접근
미리 송금 받는 방식으로 수억원 빼돌려

대구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말경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에서 이씨에게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구입했다. 카드결제를 마친 뒤 이씨가 "TV 두 대 값으로 현금 1000만원을 결제하면 회사에서 매달 25만원씩 6번의 캐시백을 주는 행사가 있다"며 A씨에 접근했다. 이씨는 "캐시백을 다 받은 후 물건을 안 받은 상태에서 취소를 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150만원가량을 돌려받으면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더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는 셈이라고 생각한 A씨는 이씨와 롯데하이마트를 믿고 현금 1000만원을 이씨의 계좌로 입금했다. 이후 4월과 5월, 롯데하이마트 명의로 현금 25만원이 입금됐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A씨도 돈이 입금되자 이씨를 완전히 믿었다.

문제는 세 번째 돈이 들어오기로 한 6월말 발생했다. 입금이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A씨는 이씨에게 전화해 따졌고 이씨는 "사정이 생겼다"며 A씨의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상한 마음에 A씨는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을 찾았지만 이씨는 지난 6월28일 이미 퇴사하고 잠적한 상황. 그리고 7월3일 이씨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기 행각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수판매 직원이
고객돈 들고튀어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피해자가 A씨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드러난 피해자만 약 30여명, 피해액은 6억여원이다. 이씨는 지난 2011년 롯데하이마트 서남시장점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비슷한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서남시장점에서 2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하지만 피해액은 20만원 선. 소액인 데다가 이씨가 고객에게 피해금액을 돌려줘 회사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것으로 마무리됐다. 순환근무를 하는 롯데하이마트의 특성상 지난해 12월 상인네거리점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 돈을 야금야금 횡령하던 이씨가 경찰에 자수하게 된 계기는 뭘까? 답은 이씨가 끝까지 치밀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범행 초기 이씨의 수법은 치밀했다. 이씨는 롯데하이마트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면서 대금을 결제하고 영수증을 발행하고 고객에게 물품을 발송하는 것까지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지점의 의심을 피했다. 캐시백은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입금자 명을 '하이마트'로 입력하고 한두 달 정상적으로 대금을 입금하면서 고객을 안심시켰다.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범행을 벌이던 이씨는 제품 거래와 상관없는 고객들에게도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고객들에게 요구하는 금액도 100만원 선에서 1000만원 선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이씨의 수상한 행각을 의심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그런 고객들은 원금을 돌려주는 선에서 무마했다. 하지만 돌려막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피해액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자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회사는 범행 인지

이씨가 근무했던 2개의 지점에서 이씨의 범행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롯데하이마트의 허술한 직원 관리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직원 개인 비리라는 것.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도박에 손을 댄 이씨가 빚을 갚기 위해 고객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수금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 지점에서 사전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씨가 롯데하이마트 직원으로 있으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며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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