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은행 비리’ 지적한 조남희 금소원 대표

2014.04.14 12:17:54 호수 0호

서민 막고 부자 받는 '금융계급'을 아십니까?

[일요시사=경제2팀] 국내 은행들이 곪을 대로 곪았다. 전 은행권에 내부통제 부실,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의 횡령 및 내부 비리로 시끄럽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리 사건을 필두로 최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 비리도 수면위로 드러났다. 아울러 지난해 KB금융 직원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은행 도쿄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하나은행은 KT ENS 사기대출 연루 의혹을 사고 있다. 왜 이렇게 은행들의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는 걸까? 금융전문가와 만나 시중은행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잇따라 터지는 온갖 은행 사건에 조남희 금융소비자 대표는 숨 가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8일 오후 금융소비자원 사무실에서 조남희 대표와 만나 국내 은행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 국민은행 직원비리가 연이어 터졌다. 어디서부터 잘못 됐나?

▲ KB국민은행의 경우 관치금융부터 잘못됐다. 국민은행은 은행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경험이 부족한 CEO가 들어와 조직을 장악한 곳이다. 이렇게 되니까 조직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업무를 할 수 없다. 위에서부터 말단까지 업무 통제력이 약하니까 기강이 해이해지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관치금융이 이어지면 보여주기식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사의 허술한 구조와 경영진의 한계, 권력과의 밀착 관계의 결과다.

- 지배구조가 어떻기에?

▲ 국민은행은 관치금융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3년에 한번씩 내려오는 낙하산 CEO로 인해 은행 전체 분위기가 확확 바뀐다. 3년마다 외부인사가 들어올 때마다 뜬금없는 주제의 경영 슬로건을 내세우니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윗선들 눈치 보느라 제대로 일할 수 없는 분위기다.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그래야 업무통제력이 갖춰지고,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3년마다 외부인사가 들어오니까 직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다. 정부에서 내려온 낙하산 CEO는 잠시 머물러가는 사람들이다. 3년이 지나고 또 누군가가 들어오면 분위기는 또 달라질 것이다.

- 내부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졌나?

▲ 시스템 자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름대로 잘 갖춰져 있다. 그동안 내부 통제시스템은 강화하려 했지만 직원들의 일탈행위는 막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겠는가. 이것 역시 관치금융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권과 유착된 회장이나 은행장이 들어오니까 시스템이 아닌 인물 위주로 업무가 돌아가는 것이다.

아무리 시스템을 잘 갖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굉장히 큰 민영은행이다. 정부가 개입하면서 더 커져버렸다. 그런데 이런 대집단을 외부 인사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정부는 마치 외부인사가 한 은행을 장악하면 통제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가 과도하게 민영은행에 개입한 결과다.

-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리에 이어 해외지점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나오고 있다.

▲ 사실상 해외지점은 문제가 많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우선 개인들을 받지 않고 기관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기업의 사금고화 될 수 있다. 특히 점포가 해외에 있다 보니 내부체제도 부실하고 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해외지점에 대한 의혹들도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파문으로 도쿄지점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다른 해외지점들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 금융감독원에서 국민은행 내부통제를 전면 점검한다는데.

▲ 글쎄. 당국은 늘 사태가 터지고 난 후 움직인다. 금융권은 사후보다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 감사를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지금 발표되는 것도 비리가 터지고 난 후 부랴부랴 움직이는 모습이다.

“곪을 대로 곪았다”사건사고 잇달아
관치금융·부실감사가 금융사고 불러


- 정부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한다는데.

▲ 강력히 반대한다. 또 다른 금감원을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소프트웨어도 없이 막연히 보호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진정성도 없고 시야가 좁은 판단이다. 결국 자기네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민간 영역에서 어떻게 걸러줘야 하는지,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민간 부분을 육성해야 하는데 금융위원회는 이런 부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법에 대한 설명도 없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차라리 우리와 같은 기관이 10개가 있다면 그것이 차라리 낫다. 금융소비자원 같은 기관은 육성해도 1년에 15억도 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에서 이러한 기관을 만들면 또 수백억이 들 것이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다.

- 정부는 메가뱅크(500조원대의 초대형은행)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 우선 균형부터 잡아야 한다. 전반적인 금융권의 균형부터 잡고 나서 메가뱅크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지금 글로벌 은행으로 커도 될 정도로 일을 잘하는가. 최근까지 상황만 봐도 국민은행의 지속되는 비리, 하나은행의 KT ENS 사기대출 연루, 개인정보 유출 등 제대로 된 은행이 없다. 지금도 이렇게 사고를 많이 치는 이런 은행들이 메가뱅크로 덩치만 커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 금융소비자원이 은행 관련 입장을 많이 내놓는 이유는?

▲ 지금 우리나라 은행을 보면 모든 금융이 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만큼 자산도 은행에 몰려 있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은행이 안전하다고 믿고 자신의 전재산을 은행에 맡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자산을 안전하게 굴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은행에서 한 번 사고가 터지면 문제가 너무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을 감시하는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금소원은 금융 산업을 바로 잡기 위해 일하다 보니 은행 감시를 많이 하게 된다.

- 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 참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서민들을 기반으로 커진 우리나라 은행들이 이제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서민을 막고 부유층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가난한 서민들은 대출하기 어렵게 벽을 높여놓고 상류층 및 대기업은 대출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 이러니 서민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사금융으로 가는 거다.

이렇게 악순환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또 서민들이 주로 찾는 적금 금리는 너무 낮게 형성했다. 금융지식이 없는 서민들에게 보험, 펀드 등은 무책임하게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불완전 판매가 생기는 것이다. 돈벌이에 급급한 은행들의 무책임함이 사회 전체적으로 계급사회를 만들고 있다.

- 카톡 프로필 ‘사심이 적을수록 잘 보인다’라는 문구는 어떤 뜻인가?

▲ 말 그대로 어떤 일이든 사심이 적을수록 보인다. 나도 인간인데 사심이란 게 왜 없겠는가. 다만 바쁠수록 이 문구를 보며 스스로를 제어하기 위함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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