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론

2014.02.03 10:07:26 호수 0호

우리는 모두 자살생존자들이다


천정환 저 / 문학동네 / 1만4000원

고통과 해석 사이에서 <자살론>.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자살을 고통과 해석의 역사로 다룬 것으로 자살의 근대의 국면과 계기에 대해 저자는 말하고 있다.
자살의 근대는 주체성과 사회적 문제상황 뿐 아니라 통치성과 자살에 대한 문화적 의미화의 변화에 의해 주어진다. 이에 저자는 자살의 다기한 원인을 살펴보고 해석하며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앎으로 삶을 존중 받고자 한다.
현재 우리가 자살의 원인이라 보는 ‘우울증’은 근대적 성격을 띤다. 조선 시대에도 목숨을 끊는 이들이 있었으나 유교적 봉건 이데올로기 속에서 ‘분하고 수치’스러울 때 자살을 택했다.
이렇듯 자살의 서사가 원인이 시대를 거스르면서 달라진다. 자살은 실존적 선택이기에 숭고하지만 벼랑 끝에서 이루어지는 외로운 죽음이기도 하다.
경제적 생존 수단이 모두 박탈되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와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을 양산하는 사회에서 저자는 무엇이 이들을 자살이라는 외로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화두를 던진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원인, 성격 그리고 문화적 표상 등을 과거로부터 역으로 추적해보면서 현재에 일어나는 수많은 자살과 자살을 둘러싼 문제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더 이상 지금의 대한민국에 자녀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없어 목숨을 끊은 기러기아빠, 회사의 부당한 대우로 싸우다 무관심 속에 자살하는 노동자, 입시지옥에 허덕이다 창밖으로 몸을 던지는 청소년과 같은 외로운 죽음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우리사회가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성찰하기를 청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전 세계에서 자살할 확률이 가장 높은 ‘가장 우울한’ 국민이다. 한국사회에서 자살은 웬만한 유명인의 것이 아니고서야 딱히 놀랄 만한 사건도 아니게 돼버렸다.
2013년 11월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8년째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 중이며, 한국 10~30대의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또한 자살이다. 그러나 이런 팩트조차 이제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죽음에 둔감해진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되고 말았을까.
이 책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성격과 원인,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문화적 표상 방식 등을 과거로부터 계보화해 추적하면서,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자살과 그것을 둘러싼 문제상황을 섬세하게 돌아보며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하기를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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