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서 전작권 카드 저울질? ‘주권 거래’ 논란도

2025.07.11 15:12:10 호수 0호

위성락 “협의할 것” 가능성 시사
한동훈 “끼워팔기 대상 아냐” 지적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이재명정부가 통상과 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협상을 미국 측에 제안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하나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11일 “전작권 환수는 한미 간 오랜 장기 현안으로, 미국 측과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미국 방문 후 브리핑을 갖고 통상·안보를 묶은 패키지 협상에서 주한미군 규모 조정과 전작권 환수 문제가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위 실장은 “전작권 환수 문제가 안보 협의 속에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거기까지 (논의가) 돼있지는 않다”면서도 “(한미 협상의 카드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전작권 환수는 전쟁 발발 시 미군이 갖고 있는 작전통제권을 우리 군이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6·25 전쟁 이후 유엔군사령관이 보유하던 한반도 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넘어갔다. 평시 작전통제권만 1994년 우리 군에 환수됐고 전시작전권은 여전히 미군이 보유하고 있다.


전작권 환수는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2년 환수를 목표로 합의가 이뤄졌으나, 이후 남북 관계 악화 및 한국군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 연기돼왔다. 이 대통령 또한 대선공약으로 ‘한미 동맹 기반 하의 전작권 전환’을 내세우며 환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측의 입장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은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트럼프행정부의 실세로 평가받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차관은 지난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둘 수 없다”며 전작권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방위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 변화는 한국에게는 전작권 환수를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과 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협상을 통해 한국은 전작권 환수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미국은 국방비 증액이나 주한미군 유지 비용 분담 등의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가에선 군사 주권 문제를 경제적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것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전작권 환수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전작권 환수는 이재명정부가 마음대로 끼워팔기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전 대표는 “전작권 시스템은 적은 비용으로 확실하게 국민 안전을 보장해 온 장치”라며 “그(끼워팔기) 결과 주한미군 철수, 복무 기간과 대상 등 국방의무 가중 같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는 나비효과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전문가들도 전작권 환수가 급속하게 추진될 경우, 한국군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합동참모본부는 전작권의 빠른 전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합참은 지난 9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업무보고하는 자리에서 “절대 먼저 미국 측에 전작권 전환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특정 시한을 정해 놓고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 후보자의 질문에 대해 “지휘 통제 및 감시, 정찰 분야에서 한국군은 아직 전작권 전환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를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기브 앤 테이크’에서 ‘테이크’를 확실히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군사·외교 전문가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증액이 수반되지 않으면, 역대 정부들이 그래왔듯 전작권 환수는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작권 환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고,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도 필히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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