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베개’ 슬립앤슬립 광고비 120배 눈덩이 지출

2025.04.30 15:06:58 호수 1529호

4년째 같은 모델인데 갑자기?

‘1억→120억’ 갉아먹은 수익
부채비율 1100% 적신호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HBS라이프의 고공행진이 예사롭지 않다. 아이유를 앞세운 마케팅에 힘입어 매출을 두 배 키우는 등 상승세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 광고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에, 볼륨만 커졌을 뿐 남긴 것은 그리 크지 않다. 허약한 기초 체력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HBS라이프(옛 슬립앤슬립)’는 침구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이브자리그룹 산하 법인이다. 이 회사는 2021년 2월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침구 브랜드 ‘슬립앤슬립’의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아이유 베개’라는 애칭이 붙은 특정 제품을 내세워 폭 넓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속 빈 강정

상승세는 최근 들어 숫자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HBS라이프 매출은 541억원으로, 전년(277억원) 대비 두 배가량 뛰어올랐다. 아이유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2021년(매출 151억원)과 비교하면 358% 급증한 수치다.

수익성에서는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021년 영업손실 4억6620만원을 낸 HBS라이프는, 2023년 흑자 전환에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 4억1590만원을 달성했다. 미약하게나마 우상향 흐름인 건 긍정적이지만, 영업이익률이 고작 0.77%에 그쳤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가장 결정적인 사유는 홍보성 지출이다. 2023년 61억원이었던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는 지난해 244억원으로 4배가량 확대됐고, 절반에 해당하는 121억원이 광고선전비로 빠져나갔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광고 예산이 작금의 수익성을 갉아먹은 셈이다.

정작 비싼 몸값의 광고 모델은 광고 예산 증액과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4년 가까이 이어진 아이유 마케팅이 과도한 광고선전비 지출로 이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당장 2023년만 해도 HBS라이프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1억9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1년 새 해당 항목에서 지출된 금액이 119.6배 증가했음을 뜻한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HBS라이프가 2021년과 2022년에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각각 2억4150만원, 1억800만원에 그친다.

HBS라이프 측은 광고선전비 증액이 중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부적인 광고선전비 급증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HBS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 브랜드 경쟁력 강화 및 제품 인지도 제고를 위한 광고·홍보 집행을 확대했다”며 “신규 상품 론칭과 시장 확대 전략에 따른 계획된 투자로, 중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 목적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장기 전략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과 별개로, 당장 HBS라이프의 재정건전성이 최악에 가깝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불균형을 단시일 내 해소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해 말 기준 HBS라이프의 총자산은 107억원. 이 가운데 91.7%에 해당하는 98억원이 부채로 분류되는 반면 자본의 경우 다 합쳐봐야 9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총자본이 납입자본금(59억6700만원)을 하회한 건 한참 전 일이며, 최근 2년을 제외한 대다수 회계연도에 순손실을 거듭한 탓에 결손금만 58억원이 쌓여 있다.

부채가 자본을 멀찌감치 추월한 탓에, HBS라이프의 부채비율은 무려 1105.8%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적정 수준(200% 이하)과 엄청난 간극이 존재할뿐더러, 이마저도 2023년(부채비율 1428.4%)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수치다.

이처럼 재정 여력이 충분치 못한 HBS라이프 입장에서, 이브자리는 그나마 믿을 만한 구석이다. 이브자리는 영업상 거래 관계뿐 아니라 금전 지원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우군 역할을 맡고 있다.

HBS라이프와 이브자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단 이브자리는 HBS라이프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다. 백합상사(지분율 50.96%)에 이어 지난해 말 기준 HBS라이프 지분 30.93%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브자리는 가장 큰 매입처이기도 하다. HBS라이프는 이브자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상품 공급 계약을 체결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HBS라이프는 슬립앤슬립 브랜드로 상품을 판매하는 OEM/ODM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HBS라이프가 지난해 상품매출 원가로 지출한 265억원 중 227억원이 상품 매입의 대가로 이브자리에 지불됐다. 이브자리가 HBS라이프로부터 올린 매출 227억원은 당해 이브자리 총매출(604억원) 중 36.4%에 해당된다.

믿을 구석

이브자리는 HBS라이프와의 거래를 키우는 대신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있다. HBS라이프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매입채무 49억원 중 33억원이 이브자리에서 파생된 것이다. 또한 이브자리는 2023년 5억4470만원, 지난해 3억4400만원 등 HBS라이프에 꾸준히 차입을 제공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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