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숨긴 ‘왕남’ 이재오 노림수

2011.10.18 09:55:00 호수 0호

10‧26 후폭풍으로 박근혜 목줄 죈다!

[일요시사=박준성 기자] ‘왕의 남자’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한나라당으로 복귀했다. 당초 이 전 장관이 당에 복귀하면 당내에서 쇠약해져가는 친이계가 결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뒤엎고 이 전 장관은 복귀 한달 째 조용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10‧26 재보선이 끝나면 이 전 장관이 당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혈투를 개시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현재 폭풍전야와도 같이 고요한 이 전 장관의 속내를 캐봤다. 

‘박근혜 대세론’ 지면 치명적…이겨도 본전
재보선 직후 친이계 ‘박근혜당’ 탈환 노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한나라당에 복귀한 것은 지난달 20일. 한나라당은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 전 장관의 복귀와 동시에 계파간의 혈전이 예상됐다. ‘박근혜 대세론’과 맞물려 난무하는 ‘월박’현상에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친이계가 이 전 장관을 중심으로 다시 뭉칠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모두 뒤엎고 여의도에 복귀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이 전 장관의 매우 조용한 행보에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고 있다.

‘토의종군’ 행보 

이 전 장관은 당 복귀 전날인 지난달 19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이임식에서 “이제 원래 친정인 여의도로 돌아간다. 내 이름 앞에 붙던 정권 2인자, 왕의 남자 등의 수식어는 다 광화문에 내려놓고 정치인 이재오, 은평을 지역구의원 이재오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은 10‧26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서도 지역구에서만 묵묵히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서울지역의 4선 이상 의원들을 모두 상임고문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나경원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을 맡았다.

현재 MB정권에 각종 악재가 겹치며 당이 위급한 상황이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서 10‧26 재보선을 적극 지원한 상태라 이 전 장관 역시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나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요즘엔 특히 현 정부 측근인사들의 부정부패 연루소식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에 갖가지 위법 논란이 제기되며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박 전 대표가 4년 만에 선거판에 나서긴 했지만 야권의 공세도 만만치 않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상임고문이면서도 지역구에만 국한된 이 전 장관의 소극적 행보에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전 장관의 수동적 행보를 두고 의구심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전 장관이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빌미로 박 전 대표를 겨냥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그것.

뿐만 아니다. 개국공신인 이 전 장관이 얼마 전부터 정부에 대한 비판에 동조하고 나선 것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국정감사에서 그는 “다시 의원으로 돌아와 국정감사를 해보니 야당생활 10년을 하면서 따졌던 게 참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장관은 보건복지정보개발원 간부들을 한 명씩 차례로 불러 자리에서 일어서도록 한 뒤 이들의 이력을 들려주면서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공채로 입사했느냐, 특채로 입사했느냐”고 물으며 MB정부의 측근인사, 낙하산인사 실태를 꼬집었다. 정부를 감싸야 할 이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적에 정부관계자는 물론 야당 의원들까지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번 선거판에 뛰어든 이 전 장관의 소극적인 행보를 박 전 대표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선거운동이 지극히 지역구에만 국한돼 있고, SNS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소극적이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SNS를 통해 적극 홍보에 나섰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의 최근 행보에 대해 “만약 여권이 서울시장에서 패할 경우 이 전 장관은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태라 책임론은 모두 박 전 대표에 떠넘길 수 있다. 만약 패할 경우 적극적으로 뛰어든 박 전 대표는 대권가도에 치명적 내상을 입을 수 있지만 이 전 장관은 상대적으로 책임을 면하며 친이계를 다시 추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보선 결과로 친박 진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 자연스레 이 전 장관이 나서 친이계의 결집을 시도해 당내 지분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한나라당 내 주도권은 이미 친박계로 넘어가며 친이계와 이 전 장관의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때문에 이 전 장관이 당내 지분을 확장하고 정치적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박 전 대표를 계속 겨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사실 이 전 장관은 그간 박 전 대표와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왔다. 어쩔 수 없이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단 한시도 박 전 대표와의 대립각을 푼 적이 없었다. 흡사 ‘견원지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례로 이 전 장관은 지난 6월3일 ‘6·3 항쟁’ 47주년을 맞아 굴욕적인 한일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던 대학생들이 박정희 군사정권에 항거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박정희시대’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또 사흘 후인 지난 6월6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1974년 서울구치소에서 그해 6월 첫 일요일 아내에게 첫 편지를 썼다. 그때 참담했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쓰며 ‘박정희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실제 이 전 장관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에 반대했다가 옥살이를 해 박 전 대표와는 좋지 않은 인연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박 전 대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박 전 대통령의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겨냥해왔던 것.



‘박’과 지분싸움

이래저래 이번 선거는 이기든 지든 박 전 대표에겐 부담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전 장관. 그는 요즘 마티즈를 직접 운전하며 틈틈이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뒷짐 지고 관망만 하고 있다가 나 후보가 패할 경우 돌아올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 경우 추락하는 박 전 대표와 동반 추락할 것임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면 몰락이고 이겨야 본전이지만 이 전 장관으로선 지더라도 본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장관의 관심사는 이번 서울시장선거가 아니라 내년 총선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재보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은 그저 지역구활동에 올인하고 있는 이 전 장관이 향후 어떤 공세로 친박계를 압박하며 당의 지분을 확보해 갈지 그의 행보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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