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

2017.03.06 09:19:48 호수 0호

기시미 이치로 저 / 을유문화사 / 1만3000원

출근길 지하철 안을 보면 대부분 지쳐 있고 표정이 어둡다. 그걸 우리는 당연하게 여긴다. 올 1월 육아 휴직 후 복직한 한 공무원이 일주일 만에 과로사했다는 뉴스에 우리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새벽 출근, 야근, 주말 근무까지… 복직해 다시 일하게 돼 기뻐했다는 그에게 일의 즐거움은 금세 버거움이 되었고 그 버거움은 그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살인적인 초과 근무를 막아 보자는 움직임이 기업 자체에서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 근무를 규정으로 하고 있는데, 노사 협정에 따라 최대 월 70시간까지 잔업을 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뉴스에 사례로 소개된 31세 남성은 한 달에 이틀 쉬면서 과로사 라인의 두 배인 160시간 이상 야근을 반복했고, 폭언에 시달렸다. 이것은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2015년 12월에는 일본 1위 대형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이 월 105시간 초과 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SNS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자고 싶다는 바람 말고는 감정을 잃었다’는 글을 남겼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일이 삶의 전부가 되면 더 이상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물며 직업으로서만 그 일을 하는 거라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일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연관될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한 문제에 아들러 심리학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과연 잘 살아가기 위해 일한다는 것은 뭘까?
일은 생계수단에만 그치지 않고 많은 가치를 담고 있으며, 개인을 타인·사회와 연결해준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자연스럽게 “무슨 일 하세요?”라고 질문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일은 한 사람을 대변하는 큰 요소다. 그런 ‘일’이 자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껴지거나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경우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럼 다른 일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겨우 잡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좋을까? 각자 그 계기는 다르겠지만 왜 일을 하는지 혹은 이 일이 내게 맞는지 생각하게 되는 시기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나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중 하나인 ‘공헌감’과 그로 인해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이 책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아들러는 일, 교우, 사랑의 인생 과제가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경우를 ‘인생의 조화’가 결여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인생의 어떤 과제도 다른 과제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굳이 아들러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는 세 가지 다 골고루 신경 쓰면서 조화롭게 사는 인생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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