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국증권과 불법거래 내막

2011.04.20 11:11:01 호수 0호

실적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짓이든!?

우리은행이 화들짝 놀랐다. 연말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불법거래를 하다 딱 걸려서다. 증권사로부터 가장납입을 받는 수법을 썼다. 돈은 한 푼도 오가지 않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우리은행은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결국 꼬리를 잡혔다. 그러자 우리은행은 문제의 지점 지점장의 개인비리라며 딱 잡아떼고 있다.


연말 실적 올리기 위해 부국증권과 짜고 불법거래
평일 아닌 분기 말, 수천억원대로 거래하다 덜미



우리은행이 연말 실적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증권사와 짜고 수천억원대 불법거래를 하다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의도지점은 지난 2009년 12월31일 부국증권으로부터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5000억원을 예치했다. 문제는 부국증권이 실제로 이 자금을 우리은행 MMDA계좌에 넣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일종의 ‘가장납입’ 거래를 한 셈이다.

이들의 ‘실적 뻥튀기’ 수법은 교묘했다. 우선 부국증권은 5000억원 규모의 약속 어음을 발행했다. 그리고 우리은행은 이 자금을 MMDA 실적에 올렸다. 어음을 ‘타점권’으로 분류만 하면 현금 예치를 하지 않더라도 어음이 계수로 인정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현금은 오가지 않았다. 부국증권은 1거래일 뒤인 1월4일 MMDA 거래를 곧바로 해지했다. 익일 결제를 해도 되는 어음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덕분에 우리은행은 2009년말 실적에서 톡톡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5000억원 가장납입

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2009년 12월말 총수신 잔액은 144조4720억원으로 전달 148조6485억원에 비해 4조1764억원 감소했다. 총수신 세부항목 가운데 MMDA 잔액은 11월말 20조4278억원에서 12월말 20조8086억원으로 늘었다. 결국 MMDA 잔액이 12월말 크게 증가하면서 총수신 감소폭을 줄이는 효과을 본 셈이다.

이들의 ‘수상한 거래’는 지난해 부국증권이 금감원으로부터 정기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평일이 아닌 분기 말에, 그것도 수천억원대로 대담하게 이뤄지다 보니 결국 꼬리를 밟힌 것.

당시 부국증권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이 먼저 예금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부국증권은 우리은행의 이 같은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으리란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은행과의 크레디트라인이 절실한 때문이다.

증권사의 단기자금 조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콜차입과 환매조건부채권(RP)거래가 바로 그것. 은행과 증권사는 통상 콜거래를 선호한다. 신용만으로 거래할 수 있어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RP보다 편한 게 그 이유다.

증권사는 주로 자산운용사와 은행으로부터 콜차입을 하는데, 자산운용사의 경우 ‘AA’ 등급 이상 증권사만을 상대로 콜거래를 한다. ‘A’ 등급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은행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일은 실적에 눈먼 우리은행과 어떻게든 콜차입을 하려는 증권사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점장 개인 비리”

부국증권 측 관계자는 “우리은행으로부터 평소 콜 유동자금을 받다보니 (우리은행의) 편의를 봐주는 차원으로 안일하게 MMDA 거래를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거래로 따로 이자를 받은 것은 아니며 곧바로 해지했다”고 해명했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은행 본점 차원 거래라기보다는 해당 지점장이 예수금을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말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정기검사 때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한 뒤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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