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상하이 스캔들’ 의혹5 대추적

2011.03.15 10:30:50 호수 0호

스파이냐 브로커냐 꽃뱀이냐? 설설 기는 설설설들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가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영사 3명과 잇따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대한민국 정부·여당 고위층 연락처가 덩씨의 USB 메모리에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최초 ‘스파이설’에 무게가 실렸던 이번 파문은 ‘브로커설’에 이은 단순 ‘꽃뱀설’ 등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가 하면 음모론과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보호설’과 장자연 사건을 터뜨려 진실을 서둘러 덮으려 한다는 ‘무마설’까지 상하이 스캔들을 두고 거론되는 다섯 가지 의혹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외교 하랬더니 외도한 대한민국 영사들…
MB식 보은 인사 지적, 불똥 청와대로 옮아
본질 사라지고 조작·폭로전 혹은 음모론


상하이 스캔들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지만 덩씨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처음 사건을 제보한 덩씨의 남편 진모(37)씨 역시 그녀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당초 덩씨의 USB에서 정부·여당 고위층의 연락처가 발견되면서 스파이설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각종 이권에 개입한 브로커이거나 단순 꽃뱀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파이냐, 브로커냐
중국 보호설까지

스파이로 보기에는 덩씨의 행동 자체가 노출돼 있고 과시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 특히, 국가적 스파이라면 외부로 얼굴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게 보통이지만 덩씨가 얼굴을 맞대거나 껴안다시피 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는 점만 봐도 전문 스파이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덩씨가 성을 매개로 영사들을 유인해 사기를 친 게 중요하다”면서 “사기꾼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덩씨의 꽃뱀설을 강력 주장했다. 국회 내 대표적인 중국통인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일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 스캔들은 비자 브로커인 덩신밍이 일으킨 전형적인 꽃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덩씨가 이권이 걸린 비자 발급 권한을 달라고 총영사관에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사적인 관계를 악용해 직원들을 공갈 협박해 일어난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오래 전부터 중국 쪽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온 구 의원인 만큼 이 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

구 의원은 이상득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덩씨를 통해 위정성 상하이 당 서기를 만난 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대통령 형님 정도의 인사가 중국에 와서 위정성 상하이 당 서기 정도는 일정만 맞으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구 의원은 비외교전문가 출신인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관의 부적절한 대응이 사건을 키웠다고 꼬집었다. 외교관은 입이 무거워야 하는데 사건이 커지니까 스스로 나서 기자회견을 해 쓸데없이 일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상하이 스캔들로 국내가 연일 떠들썩한 것에 비해 중국 정부는 자신들과 덩씨는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들과 중국 여성과의 스캔들을 국가 기밀을 빼내려는 스파이 사건으로 부각시킨 일부 한국 언론 보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중국의 덩씨 보호설이 퍼지기도 했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덩씨가 간첩일 가능성은 적고 브로커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중국 언론은 “한국 언론의 보도에 엽기적인 내용이 더 많다”면서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에서 자주 등장한 중국 여간첩 소재가 한국에서도 출현한 것은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과 한국 국민 사이의 감정이 나빠지면서 대두한 중국 위협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게 다 MB 때문이다?
레임덕까지 거론

상하이 스캔들의 불똥은 청와대로까지 튀었다. 소위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 인사’가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했다는 일각의 지적 때문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주요국 대사나 총영사 등 공관장을 임명할 때 전문성보다는 대선 과정과 BBK 사건 등에서 덕을 본 사람을 우선 고려하는 인사 행태를 되풀이해 비판 여론과 함께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 인물로 부상한 김정기 전 주 상하이 총영사도 2008년 5월 부임 당시부터 MB 보은 인사의 대표 사례로 꼽혔던 인물이다. 김 전 총영사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필승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 집권 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천한 뒤 보은 인사 차원에서 주 상하이 총영사로 가게 된 것으로 알려져 MB의 보은 인사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에서는 이번 상하이 스캔들을 ‘레임덕’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레임덕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 말을 무색케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청와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최근 ‘함바게이트’ ‘인도네시아 특사단 잠입 사건’ ‘정동기 전 감사원장 낙마’ 등 현 정권을 당혹스럽게 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었다.

여기에 덧붙여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기강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하이 스캔들’까지 터지자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특별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상하이 총영사관 현지 조사는 물론 범정부 차원의 조사를 벌이기로 했지만 총체적인 기강 해이 조짐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서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는 ‘상하이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작·폭로전에 이어
음모론 ‘모락모락’

상하이 스캔들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장자연 친필 편지 기사가 속속 보도됐고, 이후 상하이 스캔들 기사와 함께 장자연 친필 편지의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상하이 스캔들은 합조단의 공식 조사가 끝날 때까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스캔들을 둘러싼 각종 소문과 설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주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총 9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지난 13일 상하이에 파견키로 결정했다. 필요할 경우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덩씨에 대한 조사를 중국 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에 의하면 국가 기밀 유출 내용은 갈수록 모호하기만 하다. 덩씨를 통해 유출됐다는 정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캠프 전화번호, 총영사관 비상 연락망 등 사건 초기에 나왔던 내용에서 추가된 것이 없고, 이 내용들은 나라를 뒤흔들 만한 국가 기밀로 보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가 하면 상하이 스캔들 관련자들은 서로 “상대방이 조작”했다고 주장,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먼저 지난 10일 한 언론 매체는 “덩씨의 남편 진모씨가 9일 밤 이메일을 보내왔다”면서 “진씨는 ‘현재 보도되고 있는 내용 중 제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도 섞여 있다. 특히 정관계 인사 200명의 자료는 솔직히 제 와이프의 컴퓨터에 들어있지 않던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다른 매체는 즉각 진씨가 “내가 작성하지도 않은 메일이 언론사에 전달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누군가 이번 사태를 조작·은폐하려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언론을 대리인 삼아 서로 정보를 흘리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정관계 인사 200명 자료의 출처로 알려진 김정기 전 총영사 역시 음모론을 내세웠다. 국내 정보 라인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전 총영사는 유출된 자료에 대해 “2006~2007년 만들어진 쓸모없는 자료로 관저 책상 셋째 칸에 넣어져 있었으며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는 덩씨가 훔친 게 아니라 나를 음해하는 세력이 훔친 것”이라면서 “이들이 다음 달 4월 분당을 보궐선거에 맞춰서 나를 또 죽이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전 총영사 역시 이후 총리실 조사에서는 “그렇게 의혹을 제기한 것을 잘못한 것”이라고 한 발 뺐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우리 측 영사들이 중국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 중국 여성을 통해 우리 측 기밀이 밖으로 새나갔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 기밀이 유출됐는지, 어떤 정보가 흘러나갔는지에 대한 증거나 정황을 찾기 위한 노력은 사라진 채, 관련 당사자들 간의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짜 맞춰진 듯한 진실 주장만이 난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조속한 시일 안에 정부가 실체를 규명해 이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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