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심각한 아동 재학대 실태

2010.11.09 10:50:26 호수 0호

학대도 병 ‘매도 들어본 사람이 든다’

학대를 당한 아동 10명 중 1명은 재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아동 학대나 재학대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다보니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학대 아동 10명 중 1명꼴로 재학대 당해 사후관리  구멍
주로 가정에서 학대 이뤄지다보니 적발 쉽지 않아 문제


실제 아동 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은 부모이고, 한 번 아동학대로 적발된 부모가 지속적으로 자녀를 학대하는 비율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아동 학대 행위자 치료프로그램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2009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5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피해아동 보호 건수는 5685건에 이른다. 이 중 공식적으로 ‘아동 재학대’가 확인된 사례는 581건으로 집계됐다.

학대 피해아동 10명 중 1명은 재학대를 당한 셈이다. 하지만 공식 집계 상황이 581건일 뿐, 아동학대가 주로 가정에서 이뤄져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동 학대나 재학대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에 가기 싫어요”

학대 유형별로는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함께 발생하는 중복학대가 2238건(39.4%)으로 가장 많았고, 육아와 보호를 소홀히 하는 방임이 2025건(35.6%), 언어·정서적 위협 등 정서적 학대가 778건(13.7%)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체학대 338건(5.9%), 성적학대 274건(4.8%), 유기 32건(0.6%)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아동학대 발생빈도는 거의 매일 발생한 경우(45.6%)가 가장 많았고, 피해아동은 초등학생에 해당하는 7~12세가 전체의 48.1%를 차지했다.  다문화가족의 경우 아동학대보호사례는 전체 5686건 중 3%인 181건으로 나타났지만 피해아동 연령은 50.3%가 6세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학대행위자의 93.4%는 부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K(11·여)양은 지난해 11월 지역아동보호기관에 재입소 했다. 아버지(42)의 폭행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K양의 아버지는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어린 딸에게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을 강요했고, K양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걸레 자루를 이용해 마구 때렸다. K양은 이전에도 아버지와 함께 아동보호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조모(13·여)양은 새엄마를 맞이한 2005년부터 끔찍한 나날을 보냈다. 아버지(38)가 출근을 하면 별 이유 없이 새엄마에게 폭행을 당한 것.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지역아동보호기관은 2005년 6월 조양을 보호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조양 새엄마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폭행의 빈도는 줄었지만 걸핏하면 폭언과 모욕적인 말을 퍼부은 것이다.

급기야 조양은 대인기피 증상을 보이며 자신의 방에서 대·소변을 본 뒤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버리는 이상증세까지 보였다. 결국 아동보호기관은 지난해 12월 조양에 대한 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상황이 심각함을 파악한 뒤 부모한테서 격리 보호 조치 했다.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국에 45개 존재하지만 보호·치료 후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토끼를 호랑이굴로 밀어 넣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와 피해 사실이 확인된 아동은 모두 3만8074명이고, 이 중 84.4%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으며, 학대 장소는 가정이 압도적인 이유에서다.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와 치료가 아무리 잘 이루어졌더라도 학대 가해자인 부모에 대한 상담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아동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면 재학대를 부른다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가해 부모에 대한 치료나 교육 조치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가해 부모를 고소, 고발하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 병원에 입원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고, 친권이 있는 부모가 아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면 아이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8년6개월 동안 아동 학대가 문제가 돼 법원에서 친권 제한이나 상실 판결이 난 사례는 고작 9건 뿐이다. 상당수의 아동 학대가 부모에 의해 자행되고 있고, 지난해 8명의 아동이 부모의 학대로 숨진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친권 제한과 상실은 학대가 심한 부모에게서 아동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로 피해 아동의 친족과 검사, 관할 시·도지사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법원 판결이 나면 피해 아동은 아동복지시설이나 ‘그룹 홈’ ‘위탁가정’ 등을 통해 보호된다.

법적 제도마련 시급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특성상, 친권 간섭을 막는 제도적 장벽이 두껍고,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은 부모 손에서 크는 게 낫다’는 통념이 강해 청구율 자체가 낮고, 승인 판결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전국 16개 시·도에 45곳이 전부고, 광주·대구·대전·울산은 1곳, 경남·전남·충남도는 2곳 뿐이다 보니 사후관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기관마다 6~12명의 상담원이 전부이기 때문에 새로 접수한 사건을 챙기는 것도 역부족인 마당에 한 번 돌려보낸 아동의 재학대를 예방하고 신경쓰기란 힘들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전문인력의 부족과 가해자의 참여를 강제할 만한 법규 등 제도 마련을 호소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관련법 발의도 힘을 보태고 있다.

먼저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지난 3월 아동 학대를 당한 피해아동 뿐 아니라 가해자도 철저한 교육과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원 의원은 이와 관련 “최근 아동학대는 아동학대 행위자에 의한 재학대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정보를 등록해 관리함으로써 관계기관 간의 정보공유를 통해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재학대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같은 당 이한성 의원은 지난 7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이 검사에게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를 법원에서 청구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자녀 학대를 일삼거나 중범죄를 저지른 부모의 친권 박탈, 또는 제한을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나아가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은 아동학대 가해자 취업 제한과 재학대 방지를 위한 친권 상실, 피해 아동과 가족 지원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은 ‘학대피해아동 보호·지원 및 행위자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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