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전폭지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표절 의혹

2016.03.14 09:44:42 호수 0호

‘박근혜 야심작’ 베끼는 게 창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미국 뉴욕시청 산하 봉사 단체 뉴욕서비스(NYC Service)의 캠페인 포스터를 표절한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한 행사 홍보 포스터가 뉴욕서비스 캠페인 포스터를 베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표절 경제혁신센터라는 오명을 쓰게 생겼다.
 



지난해 9∼10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스마트관광 앱 개발 창업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창업 준비자 또는 창업 초기기업이 ‘스마트관광’을 주제로 비콘, 빅데이터 관광 DB 등을 활용해 관광 산업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앱을 겨루는 것으로, 스마트관광 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기획됐다. 혁신센터는 각 언론사에 홍보 포스터와 보도자료 배포해 이 대회를 적극 홍보했다.

국제적인 망신

그런데 혁신센터에서 제작한 홍보 포스터가 미국 뉴욕시청 산하의 봉사 단체인 뉴욕서비스(NYC Service)의 캠페인 포스터를 상당 부분 표절한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사이 뉴욕서비스는 ‘중·고등학교 자원 봉사 교사를 독려한다’는 내용으로 이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인 전문 업체 ‘Sid Lee NY'의 디자이너들은 지난해 3월23일 디자인 블로그 ’비핸스‘에 작품을 올렸다. 혁신센터가 포스터를 제작한 시기는 지난해 7∼8월 사이로 추정된다. 누가 먼저 제작한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일단 뉴욕서비스가 먼저 포스터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변리사들은 표절을 갈음하는 요소로 콘셉트(분위기)를 꼽았다. 혁신센터와 뉴욕서비스의 포스터를 비교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흡사하다. 파란색 배경과 흰색으로 그린 오브제(그림), 검은색 굵은 글씨체, 구도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포스터의 전체적인 배경인 파란색의 색감은 똑같다. 디자인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이 두 개의 포스터를 보고 “파란색 배경에 비슷한 버전의 컬러 베리에이션이 사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컬러 베리에이션이란 하나의 색감에 여러 개의 다른 몇 종류의 색을 넣어 기존의 색감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구현할 수 있다. 우연히 혁신센터가 제작한 포스터와 뉴욕서비스의 포스터의 컬러 베리에이션이 비슷할 수도 있다.

비슷한 것은 배경뿐만이 아니다. 흰색으로 그린 오브제의 콘셉트도 비슷하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흰색 선의 굵기와 오브제의 배치·구도 등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주제를 정중앙에 위치한 것과 검은색 글씨체 역시 비슷하다.

‘창업 경진대회’ 홍보 포스터 논란
뉴욕시청 봉사단체 캠페인과 흡사

두 포스터가 차이점은 있다. 흰색으로 그려진 오브제는 각각 다르다. 포스터 목적에 맞게 오브제를 그려서다. 혁신센터에서 만든 포스터는 ‘스마트 관광 앱 개발’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비행기·배·스마트폰 등을 그렸다. 뉴욕서비스의 포스터는 ‘중·고등학교 자원 봉사 교사 독려’라는 콘셉트에 맞게 학교·연필·통학버스 등을 그렸다. 이외 차이점은 혁신센터 포스터는 뉴욕서비스 포스터보다 글씨가 더 많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런 표절 의혹에 대해 혁신센터는 “스마트관광앱 개발 경진대회 포스터 디자인 과정에서 제주에 대한 가치를 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진행된 사안이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센터 자체에서 포스터를 제작한 것은 아니다”며 “다음카카오 자회사가 재능 기부 형식으로 포스터를 제작했으며 함께 콘셉트를 잡았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역시 “표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뉴욕서비스 포스터를) 참고하지 않았다. 디자이너가 자체로 개발했다”며 포스터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다음카카오는 “포스터 제작은 자회사에서 했기 때문에 다음카카오가 언급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포스터에는 다음카카오CI가 버젓이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스마트 관광 앱개발 창업 경진대회 포스터 샘플을 보면 ‘뉴욕서비스의 포스터를 의도적으로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지난해 뉴욕서비스는 문제의 포스터 외에도 비슷한 콘셉트로 배경색만 다른 포스터 3 개(주황·분홍·녹색)를 만들었다. 그런데 다음카카오도 문제의 포스터 외에도 배경 색만 다른 2 개(주황·분홍)의 포스터를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포스터들은 뉴욕서비스가 만들었던 주황·분홍색 배경과 똑같이 겹친다. 이 포스터를 본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컬러가 똑같다”고 입 모아 말했다. 우연치고는 기묘하다. 다음카카오와 혁신센터는 내부 심사로 파랑·주황·분홍색 배경 중 하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책임 떠넘기기

문제의 포스터에 대해 김형국 바인 특허 법률사무소 사무장은 “표절 시비의 핵심은 직관적으로 봤을 때 ‘동일한 것으로 보느냐’와 콘셉트다”며 “원작자가 소송을 건다면 충분히 문제될 소지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서비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는 못했다. 이 포스터를 제작한 베레나 미쉘츠(Verena Michelitsch) 시드리 뉴욕(Sid Lee NY) 디자이너는 “정말 웃긴 일이고 완전히 베꼈다(this is indeed very funny and a total rip).”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왜?]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 중 하나인 ‘창조경제’가 허울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창조경제 정신을 구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17개 시·도에 일괄적으로 설립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혁신센터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임에도 불구하고 직원 대부분이 계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국 17개 혁신센터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혁신센터 출범과 함께 채용된 신규 직원 125명 중 67.2%에 해당하는 84명이 ‘2년 이하 근무 조건’의 계약직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세종·광주·경남·강원·울산·인천 혁신센터는 인력 전원이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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