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꼬리냐, 뱀 머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0.08.10 09:07:53 호수 0호

‘자중지란’ 민주당 9월 전쟁 임박 내막


7월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이 민주당의 9월 전쟁을 앞당기고 있다.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으나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당의 내홍이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의 차기 당권 경쟁을 본격화시키고 있는 것. ‘포스트 정세균’ 경쟁에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참여 의사를 내비치면서 제1야당의 수장이 되기 위한 레이스는 곧 차기 대권을 향한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6월 지방선거에서의 대승이 무색하리만치 7월 재보선에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 7월 재보선이 펼쳐진 8곳의 지역구 중 대부분이 민주당의 몫이었으나 재보선을 통해 거둬간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재보선 후 책임 소재를 두고 당은 내홍에 휩싸였다. 지방선거 후 긴장감이 풀렸다는 지적과 당내 권력다툼에서 비롯된 안일했던 공천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고서야 당을 휩쓸었던 불길이 다소 잠잠해졌다.

2달 만에 선거 패배

하지만 9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당지도부가 가질 남다른 ‘역할’ 때문이다.

9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되면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까지 제1야당의 수장을 맡게 된다. 제1야당의 수장은 다음 총선과 대선이 올 때까지 정치적 성장을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자리이며 대선구도가 본격화되는 1년 후면 야당의 선봉에 서 있는 제1야당의 당대표에게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즉, 단번에 ‘거물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당대표 선거에 민주당 빅3라 불리는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이 출마를 점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는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연임을 하지 않는다면 차기 대권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선당후사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을 위해 어떤 비전과 자세로 일해야 할지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는 정 대표의 발언 속에 9월 전당대회 출마 의지가 포함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선 정치에 거리감을 둬왔던 손 전 대표와 정 의원에게도 차기 당권은 매력적인 카드다. 손 전 대표는 선거 지원유세를 펼치는 것 외에는 계속된 칩거로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벌려왔다. 정 의원도 재보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복당하면서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때문에 이들에게 차기 당권을 얻는 것은 2012년 대권 도전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빅3가 모두 출사표를 만지작거리면서 정치 체급을 키우려는 이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들이 출마, 판이 커지면 완주하거나 의미있는 결과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선 것.

하지만 차기 당권을 향한 움직임이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으면서 당내 불협화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은 일정부분 당의 지분을 쥐고 있다는 점이 당의 내홍 확산에 속도감을 더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뭉치고 있는 것도 계파 갈등을 키우고 있다. 비주류 인사들이 ‘쇄신모임’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류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진보개혁모임’(가칭)이 출범했다.

33명의 전·현직 의원들은 지난 5일 “보다 진보적인 정책, 보다 개혁적인 당 시스템을 원한다”며 ‘진보개혁모임’(가칭)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는 김근태 상임고문을 좌장으로 하는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이목희, 우원식, 유기홍 전 의원 등과 최재성, 백원우, 우상호 등 이른바 ‘486 정치인’들이 이름을 올렸다. ‘쇄신연대’가 비주류를 중심으로 했다면 ‘진보개혁모임’(가칭)은 주류 진영의 개혁의지를 담아낸 셈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재보선 패배는 6.2 지방선거의 민심을 우리가 제대로 받들지 못함으로써 초래됐다. 당 지도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노동과 삶의 고통을 보여줄 수 있는 대안모색의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정강·정책에서 ‘좌클릭’이 2012년 집권을 위한 민주당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당대회는 지도부 2년의 성과와 한계, 문제점 그리고 4회에 걸친 각종 선거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의 토대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6·2 지방선거 등에서 나타난 민심의 주문은 민주당이 진보·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복지정당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칩거했던 손학규 전 대표측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깊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민주당 대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손 전 대표가 차기 당대표 1위로 꼽히면서 측근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인텔리서치가 지난 1일 민주당 전국 대의원 3049명을 대상으로 1인 2표제를 가정한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손 전 대표는 26.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지난달 3일 25.3%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일부분 지지율 상승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어 정동영(18.9%), 정세균(15.8%), 박주선(15.3%), 천정배(9.4%) 등이 뒤를 이었다.

미리 본 성적표 좋은데…


손 전 대표는 당대표 선호도 1순위 조사에서도 3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정 의원이 20.8%, 정 대표가 15.6%의 지지를 받았으며 박주선(13.5%), 천정배(5.3%) 순으로 나타났다.

손 전 대표가 ‘표’를 가진 대의원 뿐 아니라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일반인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손 전 대표측을 한껏 고무시키고 있다. 지난달 7~8일 미디어리서치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손 전 대표는 22.6%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그 뒤를 이어 정세균(18.1%), 정동영(12.5%), 김근태(8.3%), 추미애(5.4%) 천정배(2.8%). 박주선(1.9%)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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