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속 MB, 대북 유화정책 로드맵 찾기

2010.08.10 10:10:00 호수 0호

경제지원 해줄게 일단 대화부터 트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성적표는 어떨까. ‘F’ 학점이라는 것이 대북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과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엇갈린 대북정책이 문제다. 삐걱거린 대북관계가 계속 악화 일로다. 천안함 사고로 냉각되더니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우리 군의 서해해상기동훈련으로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은 대응타격 하겠다며 위협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미국의 22개 북한기관 제재대상 지정 등을 이끌어 냈으나,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됐다는 평가다. 북핵 6자회담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유화적 로드맵으로 가고 싶은 MB. 그러나 추진할 만한 로드맵과 수구보수를 설득할 리더십의 부재로 고민만 가중되고 있다.  


천안함 사고서 벗어나고파… 출구가 안 보인다
임태희 실장·현인택 장관, 엇갈린 대북 협상 전략

이명박 정부의 대북 외교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유화정책 로드맵을 제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와는 달리 갈수록 대결 국면이다.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출구가 아쉽다. 현재의 대북기조는 대화 보다는 압박에 무게 중심이 가 있다. 천안함 사건 직전의 대북기조는 압박과 대화가 6:4의 비율이다. 천안함 이후에는 8:2 정도로 압박에 힘이 실렸다. 

대북제재 조치
안팎서 비판 높아

일각에서는 MB 정부 들어 계속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정책이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남북관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무리한 천안함 사건을 통한 북한 압박외교는 미국의 인위적인 동의를 얻고 UN의장성명, ARF에서의 성명채택 등의 성과를 얻었지만, 희생(비용)이 크다는 것.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남북관계도 거의 단절됐다.

동해와 서해상에서 실시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나 우리 해군의 단독훈련 등 사상 최대의 군사훈련으로 남북관계는 사실상의 전쟁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관계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반발로 한국에 대한 원색적 비난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천안함 조사보고서를 당사자인 한국에 전달도 하지 않았다.

MB 정부의 대북한 압박정책으로부터 시작된 외교적 부담이 정치경제적 부담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며, 그 부담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는 실로 예측하기 어렵다. 이 같은 대북기조로 긴장이 높아지자 국내외에서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비대위를 소집하고 “이명박 정부의 외교는 지금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며 “대북제재 조치는 과거 BDA(방코델타아시아)의 자금 동결 제재 당시에도 경험했지만 북한이 결국 부시 정권이 (이를) 폐기하자 대화에 나섰다”고 강조하고 대화를 통해 북핵 해결의 길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이 북핵 해법으로 동원한 경제 제재가 중국의 미온적 태도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9.19 공동선언의 합의정신을 살려 대화를 통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인혼 조정관은 “두 번의 핵실험에 나선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일본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3일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가능한 한 빨리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희망했다. 반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6자회담에서 매우 좋은 내용의 성명과 선언이 나왔다”며 “공동선언이 이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북핵 6자회담은 2003년 시작된 이후, 2009년 4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유엔이 이를 규탄하자 북한은 이에 대한 항의로 회담을 중단했다.

MB의 고민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천안함 사건이 터지기 직전 북핵 6자회담 재개가 임박했던 때로의 복귀가 목표다. 천안함 사건 이후 실시된 대북제재와 유엔으로부터의 결의안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한·미·일·중·러 대 북한의 5대1 구도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식 구도로 돌아섰다. MB 정권의 대북기조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엇갈린 비선라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동아일보는 임태희 현 대통령실장과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서로 다른 협상이 결국 결렬을 가져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에 북한 조문단이 내려오면서다. 임 실장의 비선라인을 통해 급물살을 탔다는 것.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대선 때 이명박 후보 비서실장과 당선 후 이명박 당선자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이끈 비선 라인은 지난해 8월 이전부터 북측과 긴밀한 접촉을 해왔다.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서울 방문을 막후에서 조율했다고 알려져 있다. 동아일보는 조문단 방문 이후인 지난해 8, 9월 북한의 대남 유화조치는 모두 임 실장 비선라인이 북측과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에서 북한은 당시 노동부장관이던 임 실장에게 연내 정상회담 개최와 경제지원을 요구했고 상호간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선라인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MB는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이끄는 당국간 대화채널을 가동하게 된다. 현 장관이 이끄는 정부협상단은 임 실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 11월7일 개성에서 북한 통일전선부 협상단과 정상회담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북한은 임 실장과의 합의된 사항 이행과 식량·비료 등의 경제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회담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엇갈린 대북 비선라인
갈등만 부채질

이후에도 북한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3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고 전한다. 임 실장과의 합의 이행과 남북간 비공식 대화 채널 조성, 비료 30만t 지원 등의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천안함 사건이 터졌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우선 대통령이 비선 라인을 통해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고 당국간 라인을 통해 북한이 원한 정상회담 논의를 결렬시킨 것이 협상 원칙에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며 “임 실장과 현 장관이 엇박자를 내 정부가 전략적으로 협상에 임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MB 정권은 대북제재를 위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유엔 결의안을 이끌어 내고 한미군사훈련 재개 등 미국이 추진하는 동북아 전략의 첨병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을 경계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근식 경남대교수는 “예전 냉전시대와는 다른 평화와 협력의 동북아 질서 형성에 한국이 앞장서야 한다.

대북 압박정책, 득보다 실이 많다… 외교·경제 위기
미국·일본 중심 신냉전시대 비판… 실리균형 외교 필요


그런데 미국의 첨병 역할을 자임한다면 국가 이익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하면서 미ㆍ중간, 중ㆍ일간 협력적 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중견국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군사안보전략 차원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미국이 독자적으로 동북아, 특히 한반도 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말이다. 신상진 광운대 교수도 “미국과 동맹관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는 협력의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며 “미ㆍ중 세력관계 변화를 염두에 두고 실리적이면서도 균형적인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MB는 이번 8·15 경축사를 통해 대북 메시지에 강경한 내용을 담으면서 유인책도 함께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기 위한 대북제재가 추진중인 상황에서 어떤 제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며 “북한에 대한 경고와 촉구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경제적 지원 등의 유인책 제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도 최근 북한 지도부가 도발을 중단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면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가능성이 크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대북문제에 활동해온 최성 고양시장도 “이명박 대통령의 프로젝트는 대북압박을 취하는 한편 나름대로 3차 정상회담을 통한 여러가지 새로운 MB독트린을 만들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냉전시대 도래
미국 첨병 역할 비판

그는 또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국내정치적으로 MB의 입지가 수구냉전으로 왜소화 되면서 프로젝트를 취하기 어렵게 되면서 그런 것을 하지 못하게 된 거다”며 지금도 이명박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라인업은 계기가 되면 천안함 국면으로부터 벗어나서 3차 정상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화적 로드맵으로 가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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