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세계적인 미술가 수보드 굽타

2014.09.04 11:55:14 호수 0호

그의 작품엔 인도가 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오는 1일부터 수보드 굽타의 회화 30여점과 조각 5점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평단은 물론이고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굽타의 작품들은 뉴욕 크리스티 단일 경매에서 최고가에 팔리기도 했다. 인도인들의 삶과 애환, 나아가 종교(힌두교)와 문화(카스트 제도)가 어우러진 그의 미술언어는 그 자체가 훌륭한 역사적 '랑그(langue)'이자 호소력 있는 '파롤(parole)'이다.



지난달 27일 아라리오갤러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도의 현대미술가 수보드 굽타의 전시 일정을 알렸다. 수보드 굽타는 같은달 29일 중국 상하이 쉬자후이에 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의 개막작가로 초청됐다.

상하이 전시에서 굽타는 대형설치 작업과 조각, 회화 등 연작 5점을 선보였다. 인도인의 주식인 감자를 모티브로 한 작품(모든 조형은 순금으로 칠했다)을 비롯해 요리용 집게 수백개를 모아 만든 조각품, 인도 가정에서 쓰이는 헌 놋그릇과 주방용품 수천개를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이것은 분수가 아니다(This is Not a Fountain)' 등의 설치물이 언론에 공개됐다. 상하이 전시는 오는 10월26일까지 예정돼있다.

감자를 모티브로

세계적인 작가라고 해서 중국에서만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달 1일부터는 서울 소격동에 있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굽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서울전은 상하이 개관전과 연계해 열린 것이라고 갤러리 측은 설명했다.

먹다 남은 음식물이 묻은 지저분한 접시와 말라붙은 포크, 대리석으로 만든 드럼통 등이 거장의 손에서 페이소스 가득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에서는 굽타의 회화 30여점과 조각 5점을 만날 수 있다.


굽타는 1964년 인도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인터뷰를 참고하면 굽타는 대학과정 수료 후 무작정 수도인 델리로 올라와 여인숙을 전전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굽타는 꿈을 버리지 않고, 수년 만에 세계적인 미술가로 발돋움했다.

굽타의 작품에는 그가 인도에 살면서 경험한 일상과 유년 시절의 기억이 담겨있다. 카스트제도에 묶인 인도인의 애환, 역사와 종교의 흔적들이 작품에 묻어 있는 것이다. 도시락통을 자전거에 싣고 출근하는 아버지, 갠지스 강물을 양동이에 담아 오던 어머니, 우유병을 잔뜩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릭샤꾼의 모습 등이 강렬한 미술언어로 재현됐다.

서울·상해서 10월까지 동시 전시
음식·식탁·부엌 등 일상이 소재

여러 작품 중 지하에 세워진 금빛 오토바이가 이목을 끈다. 이는 영국 정통 바이크사 로열 엔필드의 가장 오래된 모델 '불렛'을 브론즈로 가공한 것이다. 크롬으로 도금한 우유병들이 함께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사실 로열 엔필드는 영국의 식민지배(인도는 20세기 중반까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또는 인도의 암흑기를 연상시키는 도상이다. 세계대전을 전후로 오토바이는 인도 군·경찰이 사용하다가 지금은 인도 민중의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탈바꿈했다. 굽타는 이런 오토바이를 '녹슨 금빛'으로 칠하며 인도의 과거와 현재를 절묘히 뒤섞고 있다.

굽타가 선보인 대부분의 회화들은 음식과 관련이 있다. 인도인의 일상에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 굽타는 부엌과 식탁 등에서 이미지를 차용했다. 회화 속 음식찌꺼기를 내려다보는 권위적인 시선은 금장을 두른 고풍스런 액자에 담겨 희화화됐다. 굽타가 속한 힌두교권은 음식을 남기는 행위를 금기시해왔다. 또 한편에서는 한없이 서구화된 식탁 풍경이 펼쳐진다.

갤러리 측은 "영국인들의 음식문화를 연상시키는 풍경은 작가(굽타)가 인도인으로 자라온 경험과 만나며, '전통과 현대' '지배와 피지배' 등이 교차해 역사·문화·종교의 복잡한 층위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세계 미술계 주목

굽타는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며 '인도의 데미언 허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작가 본인은 이 별명을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굽타는 그저 수보드 굽타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유명 작가와 달리 굽타는 인도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인도를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인도의 땅과 함께 숨 쉬며, 빈자에게 한없이 따스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굽타의 작품엔 드라마가 있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라는 가장 성스러운 드라마가 굽타의 눈을 통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angeli@ilyosisa.co.kr>

 

[수보드 굽타는?]

수보드 굽타는 1964년 인도 비하르(Bihar)에서 태어났다. 굽타는 파트나 미술대학(1983∼1988) 수료 후 수도인 뉴델리로 올라와 현재까지 거주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설치,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유수 국제 비엔날레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아시아·유럽·미국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

대표 전시로는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오슬로 아스트러프 펀리 현대미술관을 비롯, 각국 미술관을 순회한 '인디언 하이웨이(Indian Highway)',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빈프로젝트 스페이스 카를스플라츠에서 열린 '그리고 너는 뒤샹' 등이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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