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미의 본질' 찾는 금속조형작가 조수정

2014.04.07 11:45:16 호수 0호

'장신구는 체온 품어야 보석이 되죠'

[일요시사=사회팀] 차가운 금속은 예술가의 손을 거쳐 내 몸에 꼭 맞는 장신구로 변형된다. 그러나 인체를 배제한 장신구는 결국 차가운 금속에 불과하다. 인간이 가진 따뜻한 체온이 장신구와 만났을 때 비로소 금속은 온기를 품은 '보석'이 된다. 다양한 금속공예 연작을 선보이고 있는 조수정 작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절제된 표현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금속에 접목하고 있다. 조 작가가 만든 주얼리는 여타 보석들처럼 인간의 주체성을 정의하거나 지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던 '미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그의 작품들은 '신화'에 가깝다.



대학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조수정 작가는 졸업 후 예술가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다. 한 대기업 의류회사에 취업한 그는 직장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게 아닌 잘 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으로 조 작가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장인서 예술가로

"저는 인테리어 일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전 성격이 꼼꼼하고 작은 걸 잘하는 사람이었죠. 대학교 때도 남들은 다 큰 조형만 만드는데 저는 작은 걸 만들었어요. 그게 싫었죠. 인테리어를 선택했는데 일도 재밌고 좋았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제가 잘하는 게 뭘까. 고민이 들더라고요. 뒤늦게 주얼리 공장에 들어갔어요. 대학원 공부도 했죠. 졸업할 무렵에는 주얼리 인테리어를 하게 됐어요. 목표로 했던 디자인은 아니었던 거죠. 대신 회사가 끝나면 매일 지금과 같은 작업을 했어요. 한 10년 정도. 경제적인 문제로 전업작가는 2009년에야 됐네요. 좋은 점이요? 회사에 있을 때는 내 것이 없었지만 작가로 활동하면서 내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있게 됐죠."

조 작가는 전업 작가가 되거나 강단에 서는 일은 꿈에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조 작가는 어느덧 작품으로 사람을 만나고 학생들에게 예술을 전하는 사람이 돼있었다. 조 작가는 "요즘 들어 무엇도 단언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떤 전시는 기획부터 '이런 걸 해야지'라고 의도하고 했어요. 그때는 그걸 평생 원할 것 같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공허한 거예요. 제가 작가를 결심하면서 세운 기준이 있어요. 꼭 1년에 1번은 개인전을 하자. 하지만 올해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길까도 생각 중이고(웃음). 고민이 좀 많거든요."


금속공예 장신구 작업…고급스런 절제미 눈길
인체 모티브로 따뜻한 색감 "좋은 재료 고집"

조 작가는 순수예술과 실용예술의 경계에서 방향을 찾고 있다. 금속공예가인 그는 실용성에 기반을 둔 장신구를 만들고 있지만 수많은 전시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조 작가는 "그동안 나를 억제해 왔던 판매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만큼은 철저하게 저의 콘셉트를 설명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일 거고, 때론 착용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줄 거예요. 그중 반응이 좋은 것들은 생산을 더 해서 아트샵에 판매하는 것도 좋겠죠? 비율은 7:3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조 작가는 재료가 주는 고급스러움을 고집하고 있다. 주로 은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어떤 사람들은 철이나 동을 사용한 뒤 은을 씌우라고 하지만 원료가 갖고 있는 특유의 물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저렴한 것을 비싸게 포장하는 일은 저와 맞지 않아요. 좋은 원료가 만드는 고급스러운 무드를 따라갈 수 없거든요. 대신 보석은 장식으로 거의 쓰지 않아요. 오히려 섬유나 가죽, 유리를 이용하죠. 금속의 기본 속성이 차갑기 때문에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색의 배열에 신중한 편이에요."

조 작가는 사람으로부터 작업 모티브를 얻었다. 누드크로키 수업. 인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그는 당시의 느낌을 생생히 회상했다.

"곡선이 그렇게 아름다운 건지 몰랐어요. 그리면서 더 알게 되더라고요. 인체는 만들어낸 게 아니잖아요. 정말 자연적인 것. 놀라운 경험이었죠. 대학원까지 인체 드로잉 시리즈를 했어요. 작업도 자연스레 인체로 이어졌는데 문제는 안 팔렸다는 거죠(웃음). 그래서 좀 더 포괄적인 작업으로 자연을 해보자. 그러다보면 인체와 만나겠지. 마음을 바꿨어요. 작품도 팔리니까요. 아직은 자연에서 헤매고 있지만 또 어떻게 만날지 모르죠."

따뜻한 장신구

금속공예는 재료가 단단한 만큼 다른 작업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구상과 드로잉, 재료 선정, 정밀한 가공까지 작은 장신구라도 손이 가는 일이 꽤 많다. 앞으로 조 작가는 "작품으로서의 장신구와 생산품으로서의 장신구를 분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단한 다이아몬드라도 가를 수 있는 조 작가인지라 어쩌면 '분리'라는 특성으로로부터 그의 작품이 도약하는 건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조수정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금속조형디자인과 졸업
▲'하늘과 땅과 사람이 담긴 장신구'(2010, 유금와당박물관) 등 개인전 6회
▲가나아트스페이스·국립중앙박물관·쇳대박물관 등 한국 전시 다수
▲SOFA NEWYORK(2005) Line International Artfair(2007) 등 해외 전시 다수
▲SWAROVSKI(2000) K·J·D·A(2006) 등 다수 디자인 대회 수상
▲동덕여대, 인덕대, 서경대 등 강사역임
▲서울시 창작공간 신당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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