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은 왜 해? 알바로도 먹고사는데

2009.05.26 10:50:36 호수 0호

알바인생 프리터족의 하루

취업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만 생계 유지하는 프리터족 급증
불황으로 일자리 줄면서 중장년층 프리터족까지 늘어 골치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들이 적지 않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겨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프리터족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확산되고 있다. 중장년층도 예외는 아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이 차선책으로 아르바이트족을 택하고 있다. 그야말로 ‘프리’한 인생을 즐기기 위해 아르바이트 인생을 선택한 일본의 프리터족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프리터족의 일상을 쫓았다.



한창경제생활을 해야 할 나이의 이모(29)씨가 돈을 버는 방식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꿈꾸기도 했지만 대학졸업 후 3년여 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프리터족’이 이씨에게 붙어버린 꼬리표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각종 아르바이트로 용돈과 학비를 벌었다. 회계사가 되려는 꿈을 품었던 이씨는 대학졸업 후에도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부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했고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한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다. 고교졸업 이후 처음 해보는 규칙적인 일과에 조금씩 지쳐가던 이씨는 결국 한 달을 채우고 사표를 냈다. 

생각보다 적은 급여도 이씨의 성에 차지 않았다. 대학시절, 이씨가 아르바이트로 번 한 달 급여는 보통 200만원 수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아르바이트를 한 결과였다. 그러나 첫 직장, 첫 월급 중 이씨의 손에 들어온 돈은 대략 150만원. 잦은 야근과 고된 업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이었다.

그후에도 직장을 알아보기는 했지만 이씨를 만족시킬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미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것에 익숙해진 이씨는 틀에 박힌 직장생활이 답답하기만 했다.

“이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

결국 이씨는 다시 아르바이트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구직활동에 쓰는 시간도 아까울 뿐더러 변변치 않은 직장에 들어갈 바에야 대학시절처럼 아르바이트로 돈벌이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대신 대학생일 때보다는 체계적으로 아르바이트 일과를 짰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서너 가지 정도의 알바를 뛰는 것은 기본. 신문배달, 백화점 주차요원 등 시간이 허락된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알바도 찾아서 하고 있어 일주일에 7일을 고스란히 아르
바이트를 하는 데 보내고 있다.
 
이씨가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잡은 이유는 몇 개월 동안 바짝 일하고 한 달 정도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씨는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가 한 달간 벌어들이는 돈은 대략 300만원 수준. 직장생활을 하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많은 액수다.
 
이씨는 “좀 더 나이가 들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생활은 접어야겠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만족한다”며 “무조건 정규직에 취업해야 올바른 인생을 살아간다는 편견은 사라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씨처럼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알바족을 자처하고 있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17일 ‘최근 국내 고용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의 프리터는 2003년 8월 381만 명에서 지난해 8월 478만 명으로 97만 명(25.5%) 급증했다”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고용구조가 악화하면서 그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전체 생산가능인구에서 프리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5년 새 10.2%에서 12.1%까지 상승했다. 연구원은 일본 내각부의 분류 기준을 토대로 비정규직 취업자와 실업자, 취업준비자를 더하는 방식으로 국내 프리터족 수를 계산했다고 전했다.
 
프리터족이란 말이 생겨난 곳은 일본이다. 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인 프리터족은 1987년 생성된 용어로, 필요한 돈이 모일 때까지만 일하고 쉽게 일자리를 떠나는 젊은이들을 지칭한 말이다.
 
일본에서 이들의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 큰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프리터족은 같은 또래의 20%인 1266만 명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이 본격적인 경제생활에 뛰어들지 않고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 일본은 노동력 부족현상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일본에서 벌어진 현상은 몇 년 후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진다’는 법칙이 프리터족에도 적용된다면 우리 역시 언젠가 같은 불행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20대 청년층뿐만 아니라 30~40대 중장년층에서 프리터족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늙어가는 프리터족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프리터족은 2003년 93만1000명에서 2008년 99만1000명으로, 40대 프리터도 5년 만에 79만3000명에서 104만4000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중장년층 프리터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연구원측은 “경제성장에 비해 신규 취업자 증가 속도가 둔화됐고, 대졸자가 많은 ‘학력 인플레’ 탓에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일자리 불일치’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문제는 현재 20대 프리터족들이 계속해서 취업을 하지 못하면 몇 년 뒤 중장년층 프리터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데 있다. 이는 결국 일본과 같은 총체적인 경제성장둔화를 가져올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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