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 후계구도를 놓고 각기 다른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인 탓이다. 얼마 전까지 대상그룹 후계자로 거론된 인물은 ‘삼성가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갈라선 임창욱 회장의 장녀 세령씨였다. 다음이 세령씨의 여동생 상민씨. 딸만 둘인 임 회장으로선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이 구도가 뒤집히면서 제2, 제3의 인물 등극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딸딸이 아빠’ 임창욱 회장 경영권 승계 고민
두 딸로 지분이동…사위 등 제3의 인물도 거론
대상그룹의 후계구도를 점칠 수 있는 변수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임창욱 회장의 식구들을 비롯해 선대인 창업주 일가의 직계 가족이 단출하기때문이다. 물론 핏줄로 대물림이 이뤄진다는 전제에서다.
[변수1] 언니냐 동생이냐
임회장은 부인 박현주씨와 사이에 딸만 둘(세령-상민)을 뒀다. 아들이 없는 임 회장으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딸들을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로드맵을 완성, 서둘러 후계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우선 장녀 세령씨의 경우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혼 후 그룹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2005년 6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돼 1년7개월간 그룹을 비운 임 회장 대신 ‘안주인’ 박씨가 경영 전면에 나선 사례가 이를 뒷받침했다.
박씨는 1993년 대상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경영에 참여하면서 여성 경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차녀 상민씨가 급부상하면서 시나리오가급수정되고 있다. 임창욱-박현주 부부가 상민씨에게 지분 일부를 양도한 것. 이들은 지난 2일 장외거래를 통해 대상홀딩스 주식을 각각 125만주씩 상민씨에게 양도, 상민씨의 지분이 기존 29.07%에서 35.80%로 늘어났다. 안 그래도 대상홀딩스 최대주주였던 상민씨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 진 셈이다.
상민씨는 2001년 임 회장의 증여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상홀딩스 지분구조는 상민씨에 이어 세령씨 19.90%, 임 회장 2.89%, 박씨 2.30%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상그룹 측은 “주가가 높지 않아 주식을 넘긴 것일 뿐”이라며 “두 딸 모두 그룹에 들어올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변수2] 사위에 기대나
재계에선 이번 주식 양도가 그룹의 후계자를 굳히는 계기로 보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이 체제가 지속되다가 딸들이 아닌 사위에게 ‘옥새’가 넘어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위가 그룹 회장직에 오른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이 모델이다. 임 회장의 구속 당시 세령씨의 남편이었던 이 전무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 회장은 세령씨가 이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새 맏사위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 반면 미혼인 상민씨의 상황은 다르다.
상민씨의 지분증가를 두고 단순 상속이나 경영권 확보 차원이란 분석도 있지만 그룹의 차기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의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상민씨의 남편에게 지분과 경영권이 넘어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만큼 임 회장에겐 상민씨의 결혼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올해 29살로 혼기가 찬 상민씨는 재벌가에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재원으로 꼽힌다. 상민씨의 남편이 누가될지 벌써부터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까닭이다.
상민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마친 뒤 귀국한 상태다. 아직까지 그룹 내에서 아무런 직책이 없다. 그렇다고 그룹과 별개의 다른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근무하는 것도 아니다.
상민씨는 2004년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조카의 사진을 올려 유명세를 탈 정도로 재벌가 자녀답지 않게 소박하고 원만하다는 평이다. 한번은 홈피에 “소호(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20달러짜리 귀걸이를 깎아서 15달러에 샀다”는 글을 올려 소탈한 매력도 엿볼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상민씨의 배우자가 누가될지 여부에 따라 그룹의 후계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상민씨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수순이라면 남편의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변수3] 제3의 인물론
일각에선 극히 희박하지만 제3의 인물 발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집안사람 가운데 ‘흑기사’든 ‘백기사’든 어떤 형태로든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시나리오다.
이런 전망은 대상그룹의 탄탄한 혼맥이 배경이다. 대상가는 그동안 화려한 집안과 인연을 맺어왔다. 임대홍 창업주는 부인 고 박하경 여사와 사이에 2남1녀(창욱-성욱-경화)를 뒀다. 대상가는 이들의 혼사를 통해 재계·금융계 가문과 사돈을 맺고 있다.
우선 임 회장의 부인 박씨는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3녀로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이다.
임 회장의 남동생은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 1993년 미원통상 전무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한 임성욱 회장은 1997년 미원그룹에서 대상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해 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다 2000년 세원중공업(현 세원이앤티), 세원화성, 쇼핑몰 메사 등을 거느린 세원그룹으로 분가했다. 그의 부인은 한국산업은행 부총재를 지낸 손필영씨의 외동딸 성희씨다.
여동생 경화씨는 김종의 백광산업 회장과 결혼했다. 김 회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치고 미원통상 대표이사와 P.I미원 인도네시아 대표이사 등 그룹에 몸담은 바 있다.
대상그룹 측은 후계구도 자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너는 그룹 경영의 주요 사안을 챙기고 각 계열사는 1997년부터 도입한 전문경영인 체제를유지하고 있다”며 “임 회장이 올해 60세로 아직 경영에서 물러날 시점이 안 됐을 뿐더러 딸들도 경영에 참여하기는 아직 이르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