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끄 논현’ 점거 두산건설 고무줄 계산서

2025.11.06 16:02:39 호수 1555호

건물 문 걸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의 고급 주상복합 ‘보타니끄 논현’ 현장이 진흙탕 소송전에 휘말렸다. 시공사 두산건설이 발주처인 라미드그룹과 ‘공사비 절감’을 명분으로 맺은 ‘코스트앤피(Cost & Fee)’ 방식 계약이 불투명한 이윤 구조로 드러나면서다. 라미드그룹에 ‘절감’을 약속한 두산건설은 ‘200억원 증액 청구서’를 내밀었다.



두산건설은 2021년 8월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안 내용은 “공사비 총액 439억원 내 절감 가능, 코스트앤피 방식 적용”이었다. 이 방식은 시공사가 투입한 실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이는 구조로, 이론상 원가 투명성이 높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분양 막고
입주자 볼모

두산은 견적 당시 ‘적산업체를 통한 단가 검증과 도면 기반 내역 산출’을 강조했으나, 이후 공사 도중 “공사비가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200억원 추가 청구에 나섰다. 발주처가 보기에 이는 ‘계약 정신을 정면으로 뒤엎은 기망 행위’였다.

라미드관광은 당시 GS건설과 동양건설 대신 두산건설을 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공사비 절감” 제안이었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공사 진행 중 “코스트앤피 계산 결과 상한액을 넘는다”며 총 2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전체 공사비의 42% 증가분으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사비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미드관광 측은 “총액이 명시된 계약인데 증액을 주장한다면 그건 ‘절감형 공사’가 아니라 ‘무제한 청구형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법정 다툼을 넘어 현장 점유 문제로 번졌다. 두산건설은 2021년 10월 PF대출 기관에 유치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유치권을 한번 포기하면 효력이 소멸되며, 이후 점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두산건설은 공사비 소송과 동시에 라미드그룹 회장 개인재산에 가압류를 단행했다. 라미드그룹은 호텔 4곳, 골프장 6곳을 보유한 자산 4조원 규모의 종합 리조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데 개인재산까지 묶은 건 ‘감정적 보복성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두산건설은 ‘보타니끄 논현’ 근린시설 일부의 출입을 봉쇄, 입주민과 발주자의 열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치권 포기 후 점유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보타니끄 입주민 상당수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인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다. 

“200억 더 내놔”···계약 뒤 42% 추가 요구
절감 약속했지만···코스트앤피 구조적 허점

두산건설 측은 ‘보타니크 논현’과 관련해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내하며 책임을 다해 성실 준공을 완료했고, 수분양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계약을 한 수분양자 및 입주자분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사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당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미드가 주장하는 입주 방해는 사실과 다르다. 최초 전 세대 분양이 완료됐지만, 시행사에서 계약 과정의 오류로 인해 일부 세대의 분양 계약이 해지돼 미분양 세대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처분권한은 대주단에게 있어 시행사는 임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 같은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에서는 2세대(804호, 1001호)를 무단 임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단 또한 무단 임대는 명백한 위반사항으로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될 예정으로 통보했고, 해당 세대는 정상적인 분양 세대가 아니기에 당사는 입주를 불허한 것으로, 정상적인 분양 세대들은 차질 없이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두산건설은 코스트앤피 계약방식에 대해 “다수의 사업을 운영하는 시행사에서 계약 조건을 모르고 계약했다는 발언이나, 상당 기간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 중 돌연 기존 계약 내용을 무시한 일방적인 요구는 이미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책임 준공을 완료한 당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통상적으로 발주처(시행사)에서 제시한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공사비 산출이 진행되나, 해당 사업장은 계약 당시(21년 10월) 도면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에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약했고, 향후 도면 확정 시 공사비 산정방식을 계약 기준에 따라 상한도급공사비를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갈등
유치권 행사


이들은 “계약 조건에는 상한 도급 공사비 합의가 안될 경우, 기존의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발주처의 선택에 따라 계약해지도 가능하게 돼있다”며 “이후 두산건설은 1년여 동안 공사비 협의에 성실히 임했지만, 공사비가 오르자 돌연 PF기준 금액인 439억원이 상한이라고 엉뚱한 주장을 하며,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부정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당사는 부득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사비 갈등이 심해지면서 유치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두산건설은 라미드관광이 공사 대금 증액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주상복합 2가구와 오피스텔 17실의 현관 열쇠를 입주민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타니끄 논현은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42실로 구성됐다.

라미드관광 측은 “두산건설이 처음부터 유치권을 행사해 열쇠를 주지 않아서 분양이든 임대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해당 가구들은 애초에 미분양 물량이라 임대할 수 없는데 시행사가 임대를 놓으려고 해서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고 지금은 상가를 제외하면 푼 상태”라며 “열쇠를 주지 않는 이유는 미분양 물량이기 때문이고, 분양 물량은 정상적으로 입주했다”고 반박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비에서 시작됐다. 라미드그룹과 두산건설은 2021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 439억원으로 견적을 주고받았는데, 그해 말 실제 계약에서는 코스트앤피 방식을 쓰기로 합의했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자 건설 현장에서도 이 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엔사 용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등에서도 이 방법이 활용됐다.

절반 가까이
오른 청구서

문제는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산건설이 라미드그룹에 공사비로 최초 견적보다 182억원(42%) 올라간 621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미드그룹은 당초 제시된 총액 한도를 초과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두산건설이 유치권 행사로 맞불을 놨다.

라미드그룹은 “코스트앤피로 계약서를 쓸 때 ‘도급 공사비에 상한가를 적용해 도급 계약 금액을 확정한다’고 명시했고, 이 상한액은 총액 공사비(439억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하는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이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관광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시행사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최근 자재값이 폭등하고 인건비도 올라가자 공사비는 여러 건설 현장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3으로, 5년 전(99.31)과 비교해 32% 가까이 올랐다.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자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 3건에서 2024년에는 36건까지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써 30건으로 지난해 검증 건수의 83.3%를 넘어섰다. 유치권 행사도 최근 서울 논현동뿐만 아니라 경기 군포,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코스트앤피 계약을 맺을 때 원가는 물론, 추가 이윤으로 인정할 세부 항목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계약서에 열거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활용한 경험이 짧고 마땅한 표준계약서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혼란이 크다.

유치권 포기 각서 내고도 불법 점유 논란
“회장 개인 재산 가압류” 감정적 압박까지

라미드그룹은 “공사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비용에 검증 절차 없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붙였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절감 노력을 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코스트앤피는 발주자가 검증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제한 청구’가 가능한 위험한 계약 구조”라며 “두산 사례는 계약의 불투명성과 대형 건설사 중심의 시장 권력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발주자 원가 감사 의무화와 유치권 남용 제재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산건설은 투명한 원가 구조를 내세워 수주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그 투명성은 법정 공방으로 바뀌었다. 한국 건설산업은 오랜 기간 ‘브랜드 신뢰’와 ‘갑질 관행’ 사이에서 흔들려왔다. 이번 논란은 한 건의 민사소송을 넘어 ‘코스트앤피’라는 제도적 허점이 어떻게 대기업의 무기가 되는지 그 민낯을 드러낸다.

투명성 없는 절감 제안은 결국 또 다른 폭리의 시작일 뿐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한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코스트앤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그룹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라미드관광 측은 “책임 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있었다”고 맞섰다.

한편,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휩싸였던 보타니끄 논현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월, ‘보타니끄 논현’의 일부 계약자들은, 시행사인 라미드관광과 분양·홍보를 담당한 솔렉스마케팅이 ▲건물 입면 설계 ▲세대별 야외 테라스 제공 ▲지하 세대 창고 제공 등과 관련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절감형 공사”
함정 빠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약 5개월간의 조사와 심사를 거쳐 이달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원 교육 자료 및 상담 자료는 위법 행위로 볼 수 없거나 위반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경우여서 무혐의로 판단했으며, 블로그와 홈페이지 게시물은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위법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심사 절차를 종료했다.

라미드관광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억울한 오해를 해소하게 돼 다행”이라며 “입주민들이 만족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강남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스트앤피’ 불공정 사례

시공사가 실제 투입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여 청구하는 방식인 코스트앤피는 투명한 원가 정산을 위한 제도였지만, 검증 장치가 없는 경우 발주자가 공사비 통제력을 잃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회계감사기관의 실시간 검증 의무화로 악용 여지를 차단하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법적 관리체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 초 대우건설이 하도급 업체인 A 건설에게 지불해야 할 공사 대금을 수개월간 지급하지 않던 이유도 코스트앤피 계약 때문이었다.

해당 공사는 S-OIL이 발주한 울산 RUC&ODC(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 프로젝트로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2년여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준공했다.

A 건설은 배관 및 기계 설치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의 하도급업체로, 같은 해 4월 공사를 완료했지만 총 공사 대금 304억원 중 42억원을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건설 측은 “당초 받아야 할 금액은 66억원이었으나 대우건설 측이 삭감을 요구했다”면서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대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삭감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우건설 측이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탓에 7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급여도 못 주고 있어 파산 직전”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공사에서 ‘코스트앤피’ 계약이므로 발주처인 에쓰오일 측이 공사 대금을 주지 않아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A 건설이 요구하는 공사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에쓰오일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주장하고 있는 코스트앤피 방식은 발주처인 에쓰오일과 원청인 대우건설 간의 문제로, 표준하도급 계약을 맺은 대우건설과 A 건설 간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이 자사의 공사 대금 지급 의무를 에쓰오일 측에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만일 대우건설이 A 건설 측과 공사비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상황이라면 대우건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A 건설 측과 잔여 공사 대금을 이미 24억원이나 삭감한 42억원에 협의해놓고도 여전히 공사비가 과다하다며 A 건설에도 책임을 돌리고 있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또 대우건설은 해당 공사를 통해 A 건설뿐 아니라 다수의 하도급 업체에게도 공사비를 미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기업 갑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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