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로 544명 사망⋯미국 또 개입?

2026.01.12 15:34:24 호수 0호

현지 인터넷·국제전화 차단
트럼프 “행동해야 할 수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 사태에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중동 정세가 긴장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1일(현지시각)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 단체 인권운동가뉴스통신(HRANA)은 보름간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진압으로 최소 54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496명은 시민, 48명은 군경이며, 1만600명 이상이 체포됐다.

HRANA는 전날까지 사망자가 최소 116명이라고 발표했으나, 하루 만에 무려 5배가량이나 증가했다.

다만 이란 당국의 인터넷·전화 차단으로 현지 접촉이 어려워 단체별 발표 수치는 엇갈리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단체 이란인권(IHR)은 이날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최소 192명이라고 밝혔다.

인권 단체들은 수치엔 차이가 있지만, 통신 차단 등으로 실제 피해 규모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IHR 측은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마무드 아미리모가담 IHR 이사는 이날 “지난 8일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한 이후 발생하고 있는 시위대 학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리알화 통화가치 급락을 계기로 촉발돼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위 관련 공식 사상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국민의 시위는 정당하고, 우리는 그들과 만나 대화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소수의 폭도들이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도록 안보·국방 기관이 단호하게 진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폭동과 시설 공격, 모스크 방화, 그리고 ‘쿠란’을 불태우는 행위 등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이자 음모”라며 “그들이 나라 안팎에서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해외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들여와 시장과 공공장소 등에 방화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 D.C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이란 대응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양측) 회담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 전에 우리가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 댄 케인 미 합참의장 등 고위 관료들로부터 이란 대응 방안에 대해 보고받을 예정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란에 보내 시위대의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WSJ>는 “논의가 현재 초기 단계”라며 “미 국방부가 군사 타격에 대비한 병력 이동도 아직 하지 않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도 시위 지지 입장을 내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이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페르시아 민족이 폭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도 <AP 통신>에 “시위는 이란의 내정 문제”라면서도 “필요 시 강력한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연설에서 “오판하지 말라”며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점령지(이스라엘)와 모든 미군 기지 및 함선이 우리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사태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과 관련, 향후 제재 완화나 에너지 협력 등 협상 구도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최근 베네수엘라 사안에서 ‘정치적 안정’ 프레임을 내세우면서도 원유 수익의 통제 구상을 공개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란에서 유사한 접근이 검토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정세 불안으로 미국 내 유가 등 물가 부담 우려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유가 인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으며, 베네수엘라 사안과 관련해서도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개입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미국 국민들을 위한 유가 인하”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실제로 시위 격화와 함께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브렌트유 선물가는 이날 종가 기준 배럴당 63.81달러로, 이란 당국의 통신 차단 직전인 지난 7일(59.96달러)보다 6.42%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가는 향후 원유 공급 상황에 대한 시장의 기대나 위험 인식이 반영되는 지표로 꼽힌다.

한편, 과거 이란 왕정의 왕세자가 공개 발언에 나서면서 정권교체 담론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레자 키루스 팔레비 왕세자(65)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이란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임무는 이 전환을 이끄는 것”이라며 “완전한 투명성 아래 국민이 자유롭게 지도자를 선출하고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팔레비 왕세자는 지난 1978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이듬해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붕괴된 뒤 망명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시위 국면에선 일부 참가자들이 그의 복귀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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