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에는 늘 전제가 숨어 있다. 미국은 한때 위대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다. 이 전제는 미국 내부의 상실감과 불안을 정확히 겨냥한다. 제조업의 쇠퇴, 중산층의 붕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 세계를 이끌던 규범 국가라는 자부심의 약화.
MAGA는 이 모든 감정의 집합체다.
문제는 이 구호가 향하는 방향이다. 과연 ‘다시 위대하게’라는 말이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미국을 혼자로 몰아가고 있느냐다.
트럼프식 MAGA는 동맹을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본다. 국제 규범은 리더십의 도구가 아니라 족쇄로 인식된다. 협약은 전략이 아니라 거래의 실패로 취급된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외교는 조율이 아니라 압박이 되고, 동맹은 파트너가 아니라 잠재적 무임승차자로 전락한다.
이 지점에서 MAGA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 아니라 ‘Make America Go Alone’으로 변질된다. 다시 말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가 미국을 혼자로 만드는 선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 이후 미국의 힘은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규칙을 만들고, 동맹을 엮고, 분쟁을 관리하는 구조적 리더십이 있었다. 달러는 신뢰의 통화였고, 미국은 최후의 중재자이자 규범의 설계자였다. 미국이 개입하면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어도 완전히 무너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MAGA 이후의 미국은 규칙의 수호가 아니라 규칙의 예외가 되기를 택했다. 협약에서 이탈하고, 다자 틀을 무시하고, 힘의 논리로 단기 성과를 추구했다. 이 선택은 지지층에게는 박수를 받았지만, 반대층이나 국제사회에서는 신뢰를 잃었다.
동맹은 신뢰와 예측 가능성으로 유지된다. 미국이 약속을 쉽게 깨고, 협정을 손익 계산으로 재단하기 시작하자 동맹국들은 다른 선택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을 말하기 시작했고, 중동은 다극 외교로 방향을 틀었으며, 아시아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이중 트랙을 강화했다.
미국을 배제하기 위한 반미 연대가 아니라, 미국을 변수로 관리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여전히 강대국이지만, 더 이상 중심은 아니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고립은 타인이 만드는 것이지만, ‘혼자 됨’은 스스로 선택하는 결과다. MAGA는 미국이 세계에서 쫓겨난 사건이 아니라, 미국이 스스로 거리를 둔 사건이다. 즉 미국은 스스로 다자 무대에서 물러나고, 규범의 심판을 거부하고, 동맹의 조율 대신 일방적 통보를 택한 것이다.
이때부터 미국의 영향력은 군사력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았다. 영향력은 상대의 선택을 바꾸는 힘이지, 두려움을 키우는 힘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강경 조치와 체포 시도, 제재의 정치화는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법과 질서의 수호자라는 미국의 오래된 이미지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 사법은 규범이 아니라 압박의 수단이 됐다.
이제 세계는 미국의 힘을 존중하기보다 경계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도 언제든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은 동조가 아니라 거리두기를 낳았다. 그렇게 MAGA는 위대함의 복원이 아니라 신뢰의 침식을 가속했다.
중국, 러시아, 글로벌 사우스가 규칙의 재정의를 시도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후퇴가 있다. 이것은 미국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미국이 스스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는 14일(현지시각)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적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 판결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MAGA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미 법원은 지난해 10월14일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섰다며 무효 판결한 바 있다. 문제는 판결이 아니라, 그 이후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MAGA는 국내 정치에서는 강력한 동원 구호다. 그러나 국제 정치에서는 비용이 누적되는 전략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한번 ‘혼자 가는 미국’으로 인식되면, 그 이미지는 정권이 바뀐 뒤에도 오래 남는다. 세계는 한 나라를 한 정권의 성격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동맹국들은 다시 돌아올 미국을 기다리기보다 미국 없이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Make America Go Alone’의 진짜 결과다.
미국의 위대함은 언제나 ‘함께’에서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질서, 냉전의 관리, 글로벌 금융 시스템, 기술 표준의 확산은 모두 동맹과 규범의 산물이었다. 그 위대함은 혼자서 휘두른 힘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동의한 방향성에서 만들어졌다. MAGA가 이 역사적 자산을 부정할수록, 미국은 더 강해지기보다 더 외로워진다.
세계는 미국의 몰락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측 가능한 미국, 책임지는 미국, 규칙을 설계하는 미국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미국이 그 역할을 다시 맡을 의지가 있느냐다. 다시 위대해지겠다는 말이 다시 혼자 가겠다는 선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대함은 고립에서 나오지 않는다. 리더십은 독주가 아니라 조율에서 증명된다.
MAGA가 진정으로 미국을 살리려면, 그 문장은 바뀌어야 한다. ‘Great Again’이 아니라 ‘Together Again’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MAGA는 계속해서 Make America Go Alone으로 읽힐 것이다.
트럼프는 MAGA를 MATA(Make America Together Again)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