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성범죄자인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 공개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미 법무부는 ‘엡스타인 파일’ 중 논란이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된 사진 등을 일시 비공개 처리했다가 21일(현지시각) 재게시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남부뉴욕연방지검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등을 검토 대상으로 분류해 일시 삭제했으나, 추가 검토 결과 해당 사진에 엡스타인 사건 피해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따라서 어떠한 수정이나 가림 처리 없이 다시 올렸다”고 밝혔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도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진 속 여성들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이미지를 내렸던 것”이라며 “해당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나 다른 누구의 사진이든 원칙대로 공개하겠다”면서도 “다만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한다는 게 그 끔찍한 범죄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블랜치 부장관은 법정 시한(지난 19일)까지 모든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선 “피해자의 이름과 개인정보가 충분히 보호되고 가려졌는지 확인하느라 늦어졌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미 법무부는 추가 검토를 거쳐 향후 몇 주 동안 수십만건의 자료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논란은 미 법무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각)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법’에 따라 관련 문서를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공개 자료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 등과 함께 찍힌 사진이 포함돼있었다. 이튿날 해당 사진을 포함한 16건이 웹페이지에서 삭제된 정황이 <AP통신>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은폐 의혹’으로 번졌다.
정치권에선 법무부의 공개 방식과 절차를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을 공동 발의한 토머스 메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법의 취지와 문구를 무시했다”며 “생존 피해자들이 만족할 때까지 문제 제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다른 공동 발의자인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공개 자료는 많은 부분이 삭제돼 불완전하다”며 법무부 관계자의 탄핵과 기소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법무부의 자료 공개가 법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달했다”면서 법무부의 책임 있는 해명과 조사를 촉구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미국 역사상 최대의 은폐 사건 중 하나”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가에선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교류가 널리 알려졌던 점을 들어, 이번 자료 공개·편집(가림) 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 공개’를 예고했던 수사 자료가 일부만 공개되면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아직 미공개 자료가 상당한 만큼,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 다만 그가 지난 2019년 구치소에서 사망하면서 수사는 끝내 완전한 진상규명에 이르지 못했다.
엡스타인이 생전 유력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해 왔던 탓에 주변 인사들 가운데 일부가 사건에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확산됐다. 2000년대 초까지 파티나 행사에서 어울렸던 트럼프 대통령도 의혹 속에서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그는 “오래전 엡스타인과 멀어졌으며, 범죄와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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