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한 추격조 MDL 침범에 침묵⋯‘북미 회동’ 기대감?

2025.10.24 14:06:59 호수 0호

“특이 동향 없었다”던 합참, 결국 인정?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19일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할 당시, 이를 뒤쫓던 것으로 보이는 무장한 북한군 2명이 MDL을 넘어 남측 최전방 감시초소(GP) 인근까지 접근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우리 군은 당시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까지 실시했지만, 합동참모본부는 이 같은 ‘무장 병력의 MDL 침범’ 사실을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24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귀순은 오전 7시경에 이뤄졌고, 이후 정오 무렵 무장한 북한군 2명이 남하해 MDL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군은 이들을 향해 절차에 따라 경고사격을 가했으며, 두 명 모두 북측으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잘못했다간 남북간 교전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합참은 다음날인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귀순 경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고, 이후 “추가로 설명드릴 사안은 없다”며 관련 사실을 함구했다.

이례적인 침묵에는 단순한 ‘정보 보안’ 이상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오는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가 북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한미 간 현안 조율뿐 아니라, 북미 대화 재개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성사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이 대통령도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한 중 북미가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성사된다면 적극 환영하고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히며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상대를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남북·북미 간 접촉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이번 MDL 침범 사실을 즉시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는 정부 차원에서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외교적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북미 간의 움직임은 우리도 관심을 갖고 파악하려고 하고 있으나, 저희가 아는 바로는 새로운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하며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 완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장 북한군의 MDL 침범’이라는 자극적 이슈를 공개할 경우, 북측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APEC을 북미 대화 재가동의 계기로 삼으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국면에서 군이 불필요한 군사적 마찰로 대화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려 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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