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음주 운전 감소’ 윤창호법 의미와 당면 과제

2025.09.26 13:51:40 호수 0호

2018년 가을, 부산 해운대 한 도로에서 발생한 비극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만취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청년 윤창호씨를 치었고, 결국 그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단순히 ‘개인의 불운한 사고’로 치부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또 얼마나 쉽게 타인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분노한 여론은 단순한 추모에 그치지 않았다. ‘다시는 제2의 윤창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고, 결국 입법부를 움직여 새로운 법률을 탄생시켰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윤창호법’이다.

윤창호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법정 형량을 크게 강화한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했을 경우,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상향됐다. 또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종전의 0.05%에서 0.03%로 낮추고, 음주 운전 적발 횟수에 따른 가중처벌 기준을 엄격하게 바꿨다.

‘한두 잔 정도는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을 법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법 시행 직후 변화는 분명하게 감지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까지 연간 2만건이 넘던 음주 운전 교통사고는 2019년 1만7000여건으로 감소했다. 사망자 수도 같은 해 280여명으로 줄며 확연한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2019년 6월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이 강화되자 단속 초반에는 적발 건수 자체가 급격히 늘었다.

이는 곧 국민들이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는 과정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음주 운전 시도 자체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윤창호법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음주 운전은 실수’라는 오래된 변명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제는 사회적으로 ‘음주 운전은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까지 겹쳤다. 2020년과 2021년, 전국적으로 술자리가 급감하면서 음주운전 통계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시기 연간 음주 운전 교통사고는 1만5000건대까지 떨어졌고, 사망자 수도 200명 안팎에 머물렀다. 법적 규제와 사회적 분위기, 외부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였다. 많은 교통 안전 전문가들은 “윤창호법이 없었다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도 이 정도의 하락세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이후 음주 운전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음주 운전 교통사고는 1만5059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고, 2023년에는 1만6491건으로 더 늘었다. 물론 윤창호법 이전인 2017~2018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분명히 반등세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법률의 힘만으로는 국민들의 행동을 영구히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윤창호법은 실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법의 효과를 단순한 ‘수치의 영구적 하락’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윤창호법은 음주 운전의 위험성을 사회 전반에 각인시켰고, 적어도 한동안은 눈에 띄는 감소 효과를 만들었다. 문제는 이 효과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단속 및 홍보 ▲재범자 관리의 사각지대 감소 ▲음주 문화의 인식 변화를 꼽고 있다.

윤창호법이 막 시행됐을 때 효과가 컸던 이유는 강력한 단속과 언론의 집중 보도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속의 강도가 완화되고, 언론의 관심도 줄어들자 다시 음주 운전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법은 존재 자체만으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회적 경각심을 꾸준히 일깨워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음주 운전자의 상당수는 과거에도 같은 전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즉,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선진국 사례처럼 상습 음주 운전자에게는 알코올 감지 장치를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거나, 운전면허 재취득을 일정 기간 동안 금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단순히 ‘적발되면 처벌한다’는 소극적 접근을 넘어, 사전에 운전을 차단하는 장치가 도입돼야만 한다.

음주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하겠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한 잔쯤 괜찮다’는 음주 관행과, 술자리에서 운전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아무리 법을 강화해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직장 회식에서 대리 운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장려하고,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더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윤창호법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법률 하나로 음주 운전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위험성과 심각성을 집단적으로 인식하게 만든 분위기가 형성됐다. 윤창호라는 이름은 이제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음주 운전을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로 바라보게 한 상징이 됐다.

그 상징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제도와 문화의 변화를 통해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