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신차 출고 후’ 트렁크에 수리 흔적이?

2025.09.18 17:54:20 호수 0호

2년간 무사고 운행
업체 “맘대로 해라”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신차로 인수해 운행하던 BMW 차량에서 출고 전 수리 흔적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수리된 차를 신차로 속여 판매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살면서 이렇게 억울하고 황당한 일이 있을까 싶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 2023년 1월 한 딜러사를 통해 BMW 520i 신차를 인수해 지금까지 무사고로 운행해 왔는데, 최근 중고 판매를 위해 검수받는 과정에서 트렁크에 사고 흔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검수하시는 분이 ‘트렁크 리드(덮개) 볼트에 풀린 자국이 있고, 내판 색상도 다르다’는 지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말을 듣고, 지인을 통해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약식 점검을 받았는데, ‘100% 교환이 맞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점검 때 직접 확인했을 때도 교환된 트렁크 내부 색상엔 펄이 없어 색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딜러사는 독일 본사 측에 확인 메일을 보내기로 했으며, 보상 기준은 중고차 시세의 3%로 제시했다. 당시 딜러사 팀장은 “회신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며 “수입차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독일에선 트렁크 교환을 단순 교환으로 본다. 우리나라와 기준이 다르다”고 안내했다.

또 해당 팀장은 직접 찾아와 “독일 본사에서 교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상이 지급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공론화를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도 했다.


A씨는 “딜러사 측의 대처가 미흡해 안타깝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다”며 “고객이 ‘봉’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게시글을 보니 유사 사례가 적지 않은 듯하다”며 “신차 구매 예정이신 분들은 꼭 검수를 거친 뒤 인수 사인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수입사인 BMW 코리아에도 문의했지만 “딜러사 전시장과 소통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딜러사 전시장 지점장 역시 “나는 권한이 없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딜러사 본사 보상팀과 협의하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사연을 접한 대다수의 회원들은 “문제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파는 게 말이 되나?” “안 들키면 그냥 넘어가고, 들키면 돈 내겠다는 심보인가?” “저도 BMW 딜러사에서 구입한 차량이 트렁크 교체 차랑이었고, 매각할 때 알았다. 다행히 감가는 없었지만 괘씸하다는 기분이 들더라” 등 딜러사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 회원은 “수입 차량은 출고 전 점검을 거치며, 큰 수리가 있는 경우 사유를 고지하고 일정 금액 할인이 들어가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수리 이력이 있는 차량을 원치 않아 교환이나 취소를 요구하게 되고, 이 경우 해당 차량은 딜러사가 장기 재고로 떠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딜러사들이 이를 드러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차는 PDI(Pre Delivery Inspection, 출고 전 점검)를 거쳐 ‘무사고·무하자’를 전제로 판매되는 상품을 말한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선 이번 사례가 사고 차임을 모른 채 구입한 것이나 다름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다만 A씨의 차량을 사고 차로 보기는 어렵다. 업계에선 통상 프레임이 아닌 트렁크 리드와 같은 외판 부품 손상에 대해 ‘단순 교환’으로 취급해 사고 차 범주에 포함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사실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PDI가 완벽하지 않거나 딜러사의 관리 소홀로 하자가 남을 우려가 있어 일부는 별도의 전문 검수를 의뢰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판매자의 설명을 듣고 계약·인수하면 될 뿐, 숨겨진 하자까지 직접 찾아내야 할 의무는 없다.

법조계에선 하자 책임은 원칙적으로 판매자 측에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출고 전 수리 이력은 중고차 거래에서 감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차량의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매 후 2년 이상 지난 지금도 A씨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민법 제582조에 따르면 소비자가 차량의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담보 책임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에서도 자동차가 수리됐다고 하더라도 교환 가치가 떨어졌다면 그 손해를 배상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고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또 판매자가 이를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입증된다면, 민법 제110조에 따라 기망행위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7월, 이탈리아의 한 슈퍼카 수입 업체에 대해 차주가 수리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구입했던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중고차 성능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휀더 판금과 재도색 흔적이 확인돼 ‘사고 차량’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입업체 측은 “수리 흔적은 통상적인 생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조정 작업에 따른 것이어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차주는 이를 받아들이지지 않고 4억8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앞서 지난해 2월엔 외제차의 한 국내 딜러사가 긁힘이나 찍힌 자국이 있는 하자 차량을 신차처럼 속여 판매한 사실이 SBS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딜러 10여명은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하자 차량 할인’ 혜택을 가로챘고,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SBS 취재기자는 “고객을 속인 딜러 개인의 잘못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판을 제공한 것은 회사”라며 “신뢰를 바탕으로 차를 제공하는 판매사라면 반복되는 사고에 책임 있는 행동과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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