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이 출범했다. 윤석열 일가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드러난 만큼 특검의 수사 강도가 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건희 특검의 쟁점은 크게 도이치모터스·명태균·건진법사 의혹 등으로 나뉜다. 특검은 이 사건들을 담당하던 수사팀과 면담을 진행했다. 특히 건진법사를 수사하던 남부지검 검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인사청탁 의혹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건희씨) 대면조사는 물론이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다.” 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강도가 지금까지 진행됐던 검찰 수사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검팀의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수사하던 검사들과 특수통 출신들이 전면에 포진됐다.
곧바로
구속영장?
김건희씨를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를 보좌할 특검보는 총 4명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문홍주(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와 검찰 출신인 김형근(29기)·박상진(29기)·오정희(30기) 변호사 등이다.
민 특검은 지난 18일 새벽 “대통령실로부터 17일자로 특검보 4인의 임명 통지를 받았다”며 명단을 밝혔다. 앞서 민 특검은 지난 15일 이들을 포함한 특검보 후보자 8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한 바 있다.
문 특검보는 광주 인성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로 일하다 2008년 창원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대전지법, 수원가정법원을 거치며 15년간 법원에 몸담았다.
김 특검보와 박 특검보는 연수원 동기이자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김 특검보는 선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검사로 임관해 부산지검·인천지검 특수부장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 특검보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창원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강력부장, 대검 검찰연구관, 울산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치며 약 20년간 검찰에 몸담았다.
오 특검보는 순천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광주지검 여성아동부장,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장,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등을 거쳤다.
특검보는 특검의 지휘·감독에 따라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과 언론 공보 등을 담당하며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
특검 지휘부 구성을 마친 민 특검은 먼저 김씨를 수사해 온 검찰 책임자들과 연달아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민 특검과 특검보들은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승환 1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과 미팅을 가졌다.
통일교, 건진 통해 샤넬백 전달 실패?
“김 최측근이 받아갔다” 행방 오리무중
서울고검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명태균씨와 관련한 여론조사 무상 제공·공천 개입 의혹을, 서울남부지검은 전씨와 관련한 고가의 목걸이·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했다.
민 특검은 채희만(35기) 대검찰청 반부패2과장, 한문혁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장검사, 송봉준(36기)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 인훈(37기) 울산지검 형사5부장검사, 정선제(37기)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장검사 등의 파견을 대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한문혁 부장검사는 202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출장 형식으로 서울고검의 김씨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팀에 합류했다. 한 부장검사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년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소속으로 신라젠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인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 합류한 상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전원이 내란 특검에 참여하는 것처럼 명태균 수사팀도 모두 김건희 특검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채 과장은 2022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을 지내며 금융범죄를 주로 수사했고, 2023년 9월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파견돼 근무했다. 송 과장은 법무부 공안기획과 검사, 금융경제범죄 전담인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장, 공안·반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4부장을 거쳤다.
정 부장검사는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한국거래소 파견 경험이 있고 이후 금융조세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에서 부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6월부터 부장을 맡은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도 금융경제범죄 전담 부서다.
책임자들
면담 진행
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김건희 특검이 출범하기 직전 전씨를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 3일 제21회 대통령선거 이후 전씨를 최소 세 차례 부른 바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2022년 김씨 측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정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앞서 남부지검은 지난 2022년 4~8월쯤 전씨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김씨 선물용으로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받고, 김씨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남부지검은 샤넬 코리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해 문제의 가방 관련 영수증 등을 확보한 데 이어 영국 명품 브랜드 그라프 매장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전씨는 목걸이와 가방을 받았지만 김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잃어버렸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전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가방 등 물품의 구체적인 행방을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 선물용 샤넬백은 그의 수행비서이자 최측근인 유경옥 전 행정관에게 전달됐다.
유 전 행정관은 남부지검 소환 조사에서 “(김 여사 모르게) 내가 알아서 ‘명품백을 교환해달라’는 전씨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가까웠던 전씨 지시를 자신이 김씨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고 가방을 교환해서 전씨에게 다시 건넸다는 취지였다.
남부지검은 유 전 행정관이 웃돈을 내고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첫 번째 샤넬백은 다른 가방 모델과 신발로, 두 번째 것은 또 다른 가방 두 개로 바꾸는 등 모두 네 개의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5차례
선물 준비”
특히 남부지검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고가의 건강식품인 ‘천수삼 농축차’를 전달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샤넬백·목걸이 등도 김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천수삼 농축차는 통일교 계열 식품업체가 만든 것으로 노화 방지, 항암효과, 면역력 강화를 효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부지검은 지금까지 수사한 자료를 김건희 특검에 넘길 계획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통일교 측 윤 전 본부장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받게 해달라며 전씨 측에 명품을 건네면서 청탁한 의혹이 수사의 핵심 갈래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ODA 문제를 논의했다고 그해 5월 통일교 창립 기념행사에서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6월 기획재정부는 제4차 한·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사업 통합 정책협의에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했다.
한도액이 늘면 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 수주가 수월해진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은 대통령실과 외교부·기획재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샤넬백 등을 전달하려 한 것 외에 과거 최재영 목사도 김씨에게 디올백을 전달한 바 있다. 최 목사는 지난 2023년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총 5차례 김씨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김씨에게 명품을 전달하려 하거나 실제 전달한 인물이 상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디올백 사건이 화제가 되자 김씨에게 사실상 ‘인사청탁’을 시도한 인물들이 많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남동 관저 대통령실을 출입했던 한 인사는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온갖 군데서 디올 명품과 선물권이 들어온 것이다. 여사 생일(9월) 전후로는 도배할 정도로 들어왔다. 디올 명품 선물을 준 사람 중에서는 실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 부인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명품백 사건 후 윤핵관 부인도 선물 의혹
“김, 선물 마음에 안 들면 직접 바꾸기도”
이 인사는 “(김씨가) 평소에 입는 옷도 디올이다. 관저에서 입는 평상복도 디올이었다. 명품 수수 의혹 보도를 보고 내가 얼굴이 달아올랐다. 받을 수는 있다고 치자. 그걸 더 비싼 걸로 바꾸러 간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남부지검은 전씨의 핸드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전씨가 2022년 3월 이후 김씨 측 연락처로 세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상대를 김씨의 최측근인 정지원 전 행정관으로 특정했다.
전씨는 정 전 행정관에게 보낸 문자에서 “윤핵관 측에서 제 사람들을 쓰지 말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데 윤핵관에게 연락하겠다” “나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보고 권력의 무서움을 느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을 출입했던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건진 외에도 김씨에게 자리 보전을 약속받거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사외이사 등으로 가고 싶다며 미팅한 인물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검이 출범하면서 2~3년 전 사건까지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김건희가 약속을 지킨 인물은 몇 없다. 건진을 통해 청탁한 사람들도 있고 윤석열정부 초기 윤핵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이 수사 중인 김상민 전 부장검사 사건도 인사 청탁 중 하나라고 짚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후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로 임명됐는데 중앙지검은 이 과정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통
전면 배치
앞서 명태균씨 측은 지난해 2월16∼19일 사이 김씨로부터 “김상민이 창원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도 “김상민 검사가 당선되도록 지원하면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얘기했다는 게 명씨 쪽 주장이다. 다만 총선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을 빚으며 김 전 검사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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