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겨있는 육성 녹음파일을 다량 확보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고검은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와 미래에셋증권 계좌 담당 직원 간 2009~2011년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수백개를 확보했다.
주가조작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난 1차 주가조작 시기(2009년 12월23일~2010년 10월20일)를 포함해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까지 겹치는 기간인 만큼, 검찰은 이 녹음파일이 혐의 입증의 ‘스모킹건’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녹음파일은 문재인정부 수사팀과 윤석열정부 수사팀도 확보하지 못한 새로운 증거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해당 파일에는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에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 중 40%를 주기로 했다’ ‘계좌 관리자 측이 수익금 배분을 과도하게 요구한다’ 등의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펄인베스트먼트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진행된 2차 주가조작 사건에서 시세조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판명돼 유죄 판결을 받은 공모자 이종호씨가 운영했던 회사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2010년 1월~2011년 3월 증권계좌 6개를 위탁하거나 요청에 따라 매매하는 등 전주(錢主) 역할로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었던 조상원 검사는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를 위탁하거나 직접 주식거래를 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의자에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김 여사에 대한 재기 수사가 결정된 뒤, 직접 수사에 나선 서울고검이 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게 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16일 김 여사에게 늦어도 다음 주 중에 서울고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통보했다. 다만 같은 날 김 여사가 우울증 증세를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면서,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할 가능성은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여사는 1차 소환 불응 당시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절했다가, 대선이 끝나자 “특검 수사가 있어 응하지 않겠다”며 재차 요구에 불응했다.
만약 이번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민중기 특검팀이 바통을 전달받아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은 확보한 수사 기록 및 녹음파일 등 증거 자료를 특검팀에 넘기게 된다.
한편, 이날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이었던 지난해 7월,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을 사용해 통화했다는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디올백 수수’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기 직전인 지난해 7월3일, 김 전 수석과 두 차례 총 33분가량 통화했다. 이후 같은 달 20일 이례적으로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 정치권에선 ‘황제 출장 조사’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날 김 여사와 김 전 수석의 비화폰 통화 소식이 전해지자,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정수석은 대통령 부인 행사나 의전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냐”며 “김주현 민정수석이 윤석열·김건희의 법률 대리인으로 각종 수사 무마에 앞장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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