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cm ‘비장의 무기’ 골프볼의 모든 것<완벽해부>

2009.02.10 11:51:08 호수 0호

작은 볼 속에 담긴 첨단 과학원리 ‘볼을 알아야 싱글’

골프볼이 어차피 잃어버릴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식을 전환해 볼 필요가 있다. 평생을 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인 골프. 완벽한 스윙을 위한 골퍼의 노력과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장비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의 한가운데에는 역설적으로 4.2cm의 보잘것없는 작은 골프볼이 있다. 볼을 더 멀리 날리고 목표물에 더 정확히 보내는 것. 이 작은 볼을 108mm 오묘한 크기의 홀에 더 빨리 집어넣는 것이 골프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초라한 외양과는 달리 골프볼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술자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 슬픈 역사와 작은 껍질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과학원리들. 없으면 안 되지만 소중함을 잊게 되는 산소와 같이 골프볼은 밋밋한 외양으로 눈속임하고 시치미를 뚝 떼며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골프볼은 색깔도 하얗고 참 밋밋하다. 표면이 올록볼록하지만 그래도 단순해 보인다. 골프볼은 딱딱하다. 하지만 톡톡 잘 튄다. 한 손에도 쏙 들어온다. 그만큼 작다. 이 단순하고 작은 볼 안에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정말 이 작은 구 안에 4타를 줄이는 비밀이 마법같이 숨어 있을까.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다. USGA와 영국 R&A에서 무게는 1.62온스(45.93g), 지름은 1.680인치(4.267cm) 이상, 모양은 구면대칭형, 초기속도는 초당 250피트(72.6m) 이하, 비거리는 굴러가는 거리를 포함해 317야드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러한 규제가 있는 이유는 골프코스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지만 장비의 요행으로 비거리만 늘려 놓는다면 골프게임을 하는 의미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무게를 규제하는 이유는 무거울수록 운동량이 증가하여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름이 크면 오히려 공기 저항 때문에 비거리는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볼만 규제하고 있다.  정규대회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정 비거리가 고민인 아마추어 골퍼는 규정보다 작고 무거운 비 공인구를 사용해 볼 수 있다.

혹자는 좋은 골프볼은 비거리가 좋은 것이라고 하고 로우 핸디캐퍼는 컨트롤이 잘되는 볼이 좋은 볼이라고 말한다. 비거리와 컨트롤이 다 잘되는 볼은 없을까. 딱딱한 볼과 부드러운 볼이 있다. 어떤 볼이 멀리 날아갈까. 당연히 딱딱한 볼이다. 컨트롤이 쉽고 잘 멈춰 서는 볼은 부드러운 볼이다.
골프볼은 드라이버로 쳤을 때는 멀리 날아가고 퍼팅을 할 때에는 원하는 곳에 멈추게 하는 컨트롤이 능력이 필요한데 어떻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가지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까.
골프볼 제조업체들은 고민 끝에 압축 정도와 2피스, 3피스라고 말하는 볼의 구조와 그 두께를 달리해 두 가지 조건에 들어맞는 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코어나 커버에 소재·두께를 변화시켜 두 가지 특징을 지닌 볼을 만들어 냈다.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어
비거리·컨트롤 좋은 볼 연구 시작…조건 맞는 볼 양산

골프볼의 재료는 크게 천연고무와 플라스틱 계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코어는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혼합해 만들고 내부 층은 아이오노머와 화학물질이, 외피는 라발론 엘라스토머나 설린, 우레탄 등이 쓰이고 있다.
2피스 볼의 80% 이상이 설린을 사용하는데 내구성이 좋으며 딱딱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비거리가 좋다. 3피스 볼은 현재 우레탄을 많이 사용하는데 푹신한 운동장의 트랙에 쓰이듯이 성질이 부드럽고 얇게 가공할 수 있어 커버로 주목받고 있다.

애초의 골프볼은 클럽으로 칠 만한 크기의 돌멩이 대용이었다. 나무나 가죽으로 만들었다가 오래 쓸 수 있는 고무로 만들었고 좀 더 탄력이 있게 하려고 고무줄을 감았다.
현재의 골프볼은 고무를 감아 놓은 구식이 아니다.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이용해 첨단 기술을 켜켜이 쌓아 놓은 다층 구조물이다. 보통 코어와 커버로 이루어져 있고 몇 겹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나누어진다(현재 5피스도 출시됐다).
3피스의 경우는 커버가 두 개인가 코어가 두 개인가로 나누어지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볼의 성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코어의 압축강도에 따라 스핀의 강도와 느낌의 강약이 결정된다. 압축이 클수록 단단하며 볼의 속도가 빨라진다.
다른 성질의 코어 층과 씌우개 층을 배치함으로써 비거리를 만족하는 딱딱함과 컨트롤 능력과 타구감을 높여 주는 부드러움이 공존하게 됐다. 타구감과 스핀양은 클럽이 직접 닿는 외피(커버)가 좌우하므로 현재 기술발달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외피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골프볼을 보면서 ‘왜 그렇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표면이 고르지 않아야 볼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긴 했지만 정말 그것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딤플은 구티볼을 사용하던 시절에 발견됐는데 표면에 흠집이 날수록 볼이 멀리 날아가는 경험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작은 흠집에 지나지 않는 딤플이 비거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딤플의 역할을 설명하려면 공기역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딤플이 없는 볼은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고 나서 바로 낙하하지만 딤플이 있는 볼은 어느 한 지점에서 높은 공기압으로 순간적으로 공중에 띄워지고 결과적으로 더 먼 거리를 날아가게 된다.

새 볼과 카트 도로에 떨어져 생긴 상처 난 헌 볼은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골프관련 전문기관이 컴퓨터 제어 로봇을 이용. 볼의 상태별로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전체적으로 새 볼의 성능이 최고였지만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는 새 볼과 연습 볼, 상처 난 볼, 풀 묻은 볼, 흙 묻은 볼, 그리고 1라운드 사용한 볼 등 모두 6가지 상태의 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로봇은 10도의 드라이버와 특정 A사의 볼을 사용했다.
결과는 볼이 공중으로 날아간 거리, 즉 비거리만 놓고 볼 때 새 볼의 성능이 가장 우수했다. 비거리는 225.0야드. 하지만, 평소 연습 볼과 1라운드 사용한 볼의 비거리도 223.1~223.7야드로 조사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있어서는 어느 볼을 사용해도 새 볼이나 진배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처 난 볼과 흙 묻은 볼의 비거리는 다소 떨어졌다.
총거리(비거리&런)는 오히려 ▲연습 볼(251.8야드) ▲1라운드 사용한 볼(250.6야드) ▲풀 묻은 볼(250.3야드) ▲흙 묻은 볼(246.3야드) ▲상처 난 볼(244.5야드)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진흙이나 풀 묻은 볼은 비행궤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볼의 분산(타깃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빗나간 거리) 거리를 조사한 결과. 흙 묻은 볼은 10.8야드의 편차를 보였고 풀 묻은 볼도 7.9야드의 오차를 나타냈다.


‘골프볼을 알고 선택하면 싱글, 모르고 선택하면 초심자’란 말이 있다. 대개 클럽 선택에서 매우 까다롭고 신중하나 볼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대부분 골퍼는 ‘누가 줘서’, ‘가격이 싸서’ 골프볼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핸디, 힘, 감(感)에 따라 선택해 쓰면 분명히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골프볼 구조는 가운데 있는 핵(코어)을 중심으로 반발력과 탄성이 다른 물질을 씌워 만든다. 핵을 포함해 몇 가지로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구분한다.
1피스 볼도 있지만 대부분 연습장용이다. 일반적으로 2피스 볼은 거리용으로 초심자와 보기 플레이어에게 권하는 경우가 많다. 3피스, 4피스는 거리보다는 스핀양이 많아 싱글 골퍼와 프로가 컨트롤을 위해 많이 쓴다.
반드시 초심자에게 2피스, 싱글과 프로에게 3피스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프로는 정확도와 숏게임 능력이 좋아 그린 컨트롤이 쉬운 3피스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도 자신의 느낌에 따라 2피스를 선호하는 예도 많다.
반대로 초보자와 보기 플레이어 가운데도 부드러운 터치 감을 선호해 3피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골퍼 스스로 거리, 컨트롤, 감 중에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에 따라 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또 하나, 최근 들어 거리, 컨트롤과 함께 컴프레션(Compression)으로 구분해 볼을 사용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컴프레션이란 볼에 가한 압력에 따라 90(Soft)과 100(Hard),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컴프레션 수치가 낮을수록 볼은 더욱 소프트해져 타구감과 컨트롤이 좋다. 이런 추세에 맞춰 컴프레션 70 볼이 나왔고 요즘엔 50까지 선보였다. 내년에는 컴프레션 0 볼까지 출시된다고.
컴프레션은 볼의 탄성과 거리, 스핀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컴프레션이 낮아질수록 회전력이 높아지며 탄도 역시 높다. 보통 스윙 스피드가 빠른 프로들은 컴프레션 100 볼을 쓴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90을 쓰기 때문에 이 역시 자신의 감이 우선 돼야 한다.
골프볼의 탄도는 볼의 종류, 타격 시 헤드 스피드, 클럽의 로프트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흔히 골퍼들은 볼이 높이 뜨면 클럽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의 영향이 크겠지만 볼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어떤 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스코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라운드 전 연습장과 전문가를 찾아 자신에게 맞는 볼을 찾아보는 것도 골프를 더 재미있게 치는 방법의 하나다.


핸디캡별 볼 고르는 요령
英 ‘더 골프 최근 소개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골프볼을 선택하는가. 가격에 맞춰 고르는가. 투어 프로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찾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늘 사용하는 볼을 습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가. 만약 이런 식으로 볼을 고른다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볼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골프 전문 월간지 <더 골프>는 최근호에서 ‘어느 볼이 당신에게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핸디캡별로 맞는 볼을 소개했다. <더 골프>는 핸디캡이 다른 4명의 골퍼(핸디캡 24,18,12,6)를 대상으로 제조사가 다른 볼을 여섯 개씩 쳐보도록 한 뒤 기록을 비교·검토해 실력에 맞는 볼을 추천했다.
 

■ 핸디캡 24: 샷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헤드 스피드가 중간쯤인 그룹이다. 이들은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며 섬세한 샷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이런 골퍼들은 거리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사이드 스핀을 최소화해 미스샷을 줄여주는 기능을 갖춘 볼이 적합하다. 타이틀리스트 PTS 솔로, 캘러웨이 빅버사,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플라이트,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다.

 ■ 핸디캡 18: 아주 공격적인 스윙을 하며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한다. 이들은 슬라이스가 많이 나고 섬세한 샷은 잘하지 못한다. 이런 골퍼들은 스핀이 덜 먹고 슬라이스를 줄여줄 수 있는 볼이 좋다. 그것은 타이틀리스트 NXT, 캘러웨이 빅버사A,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롱,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Px3 등이다.

■ 핸디캡 12: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원한다. 특히 웨지를 사용할 때는 그렇다. 타이틀리스트 NXT 투어A, 캘러웨이 워버드/HX 핫, 스릭슨 소프트 필, 나이키 원 블랙, 테일러메이드 TP 블랙,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 적합하다.

■ 핸디캡 6: 거리보다는 섬세한 느낌이 더 중요하다. 이들은 드라이버로 드로성 타구를 날리기를 원하고 쇼트게임에서는 스핀이 많이 걸리며 타구감이 좋은 볼을 원한다. 이런 골퍼들에게는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캘러웨이 HX 투어 56, 스릭슨 Z-URC, 나이키 플래티넘, 테일러메이드 TP 레드, 윌슨 스탭 Tx4 등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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