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떠난’ 농심 계열분리 시나리오

2021.05.13 16:52:56 호수 1317호

신씨 삼형제 한 입씩? 한 입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춘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농심그룹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주의 타계로 인한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 농심 본사 ⓒ농심

지난 3월27일 오전 3시38분경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졌다. 서울 한남동 자택을 거쳐 농심 본사에서 영결식을 진행했고,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 고인은 유언으로 “거짓없는 최고의 품질로 세계 속 농심을 키우라”고 남겼다. 생전 품질 제일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했으며 유족에게는 “가족 간에 우애하라”고 당부했다.

‘라면 왕’
별이 되다

신춘호 회장은 국내 식품업계의 산증인이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둘째 동생인 신춘호 회장은 라면 사업을 추진해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키웠다.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춘호 회장은 1965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라면 뽑는 기계를 들여놓고 ‘롯데공업’이라는 이름의 식품업체를 창업했다. 

롯데공업은 1978년 사명을 지금의 ‘농심’으로 변경했고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입지를 다졌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을 앞세워 지금껏 국내 라면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스낵이자 ‘국민 과자’라는 애칭을 얻은 ‘새우깡’도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제품이다.


신춘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농심그룹 승계 작업은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찌감치 승계 작업의 기초를 닦아 놓은 덕분에 상속을 둘러싼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신춘호 회장 별세…향년 92세
오너 2세 체제…승계 작업은?

농심그룹은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승계의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다.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맡는 구조다. 다만 완전한 계열분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를 거머쥔 장남은 그룹 내 주력 사업부문까지 넘겨받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기준 특수관계인의 농심홀딩스 지분 총합은 66.60%(308만8968주). 이 가운데 신동원 부회장의 지분이 42.92%(199만367주)다. 신동원 부회장은 2003년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출범할 당시 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36.38%를 확보했다.
 

▲ (사진 왼쪽부터)신동원·신동윤·신동익 농심 부회장 ⓒ농심

신동원 부회장은 1979년 농심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0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제57기 농심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조만간 농심홀딩스 단독 대표이사 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왕관 쓰는
후계자들

차남은 율촌화학에서 기반을 닦았다. 신동윤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율촌화학 지분 13.93%(345만4560만)를 보유한 2대주주다. 신동윤 부회장의 자녀인 신시열씨(0.59%, 14만5740주), 신은선씨(0.02%, 4885주)도 적게나마 회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장남은 율촌화학, 차남은 농심홀딩스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신동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는 지분율 31.94%(792만1700주)로 율촌화학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을 직접 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동윤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율은 13.18%(61만1484주)이고, 신시열씨와 신은선씨도 0.29%(1만3241주)씩 주식을 보유 중이다.

삼남이 주축이 된 메가마트는 사실상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보여주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메가마트 지분 56.14%(173만813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신 신동익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이 전무하다. 게다가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인 신승렬씨도 농심홀딩스 주식을 팔고 있다.


세 방향
후계구도

그룹의 대기업 지정이 확실시되는 만큼 신춘호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계열분리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농심그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총액 5조원을 넘으며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요건을 갖췄다.

주력 사업회사인 농심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3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농심홀딩스는 1조2761억원, 율촌화학은 6288억원이다. 상장사 3곳의 자산만 합쳐도 4조7274억원이고, 15개의 비상장사 자산까지 더하면 5조원을 훌쩍 넘긴다.
 

▲ 신춘호 농심 회장 빈소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탓에 내부거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오르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의무를 지고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해 규제를 받게 된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농심그룹이 계열분리를 통해 몸집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장남 중심 차·삼남 독립?
상속제 재원 마련이 관건

이미 오너 일가는 대규모 주식 스왑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2017년 5월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 30만1500주를 주당 10만8000원에 신동원 부회장(27만9867주)과 그의 장남 신상렬씨(2만4580주) 등에게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

당시 신동원 부회장은 자기자금 222억원에 농심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취득한 80억원의 차입금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신동원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36.93%서 42.92%로 대폭 늘었고,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율은 19.69%서 13.18%로 크게 줄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는 신춘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어떻게 처분하느냐가 관건이다. 신춘호 회장은 농심과 율촌화학에서 각각 35만주(5.75%), 334만7890주(13.5%)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으로 약 1600억원에 달한다. 비상장사로는 농심캐피탈 주식 53만주(10%)를 보유하고 있다.


후계자들이 신춘호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으려면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뒤따른다. 신춘호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무려 800억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증여대상 주식가치가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막대한 세금
어떻게 처리?

상속 과정에서 율촌재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 율촌재단은 공익법인으로, 특수관계사 지분 5%를 증여받을 수 있다. 성실공익법인인 율촌재단은 증여 비율이 10% 까지 가능하다. 공익법인은 세금을 내지 않고 특수 관계회사 지분을 일정 부분 증여받을 수 있다. 세금을 내지 않을 정도로 율촌재단에 신 회장 지분을 넘기고, 나머지 부분에 한해 3형제를 중심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