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 간과 뱃살의 상관관계

2018.12.21 10:45:32 호수 1198호

소싯적 젊은 처자들의 시선을 받던 떡 벌어진 가슴 근육은 어디로 갔을까?



활시위처럼 팽팽한 근육은 미끄러지듯 내려와 세월의 무게처럼 복부에 안착했다. 뉴턴의 사과만 중력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체도 모두 쳐진다. 중력의 도움(?)을 받지 않는 부위는 없다.

여성의 봉긋한 젖가슴도, 삶에 지친 가장의 어깨도, 할아버지들의 눈초리며 귓불도 처진다. 귀 큰 이가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았으니 그만큼 귓불도 늘어진 것이다. 소변 줄기도 먼 곳을 지향하지 못하니 모든 것은 밑으로만 향한다. 결국 땅속으로 들어갈 운명을 예감하듯 키도 작아진다.

공원이나 산책로에 간혹 보이는 도립기에 거꾸로 매달려 보자. 피가 머리로 쏠린 탓에 혈압이 상승하고 척추가 이완되지만 오장육부는 쏟아져 내리지 않는다.

인체의 절묘함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장기 사이를 막아주는 장간막에 의해 우리의 내부 장기는 굳건히 제 자리를 고수한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었다면 아뿔싸 할 일이 여기에 있다. 장간막에 기름이 달라붙어 복부비만을 초래할 정도로 세상에 음식이 넘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많이 먹고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한 결과다. 소식다동(小食多動)을 부르짖지만 우리는 보란 듯이 다식소동의 생활을 즐긴다.


우리 몸의 장기를 섞이지 않게 구분해주는 장간막에 중성지방이 마치 그물에 얽힌 물고기처럼 얽히고설켜 붙어 있는 것이 바로 똥배다. 육식을 하면 지방 및 아미노산의 대사를 위해 담즙이 그 위에 뿌려지게 된다. 이때 간은 복잡한 과정을 통해 지방대사를 조절하고 넘치는 지방을 담즙을 통해 몸밖으로 배출하는 임무를 띤다.

우리가 먹은 지방의 양과 질이 적당하고 섬유질이 확보됐다면, 간에 의해 담즙의 형태로 소장에 도착한 지방은 장운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비타민과 섬유질 등 필수 영양소가 결핍돼있고, 장의 해독기능이 저하돼있다면 어떻게 될까?

장에 운반된 지방과 독성물질은 다시 순환돼 장으로 되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장-간 순환이다. 이 과정서 간에 가장 가까운 장간막과 내장의 속과 표면에 지방이 침착되는데, 이것이 바로 내장비만이다. 지방간 등으로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가장 중요한 지방연소 기관인 간이 제 역할을 못함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간은 지방을 태우라고 있는 것이지, 지방의 저장고가 아니다. 술을 끊고 저지방 식이를 해서 간 속의 기름을 먼저 빼내지 않으면 절대 뱃살을 제거할 수 없다. 음식 찌꺼기로 배수구가 막혀 물이 넘쳐흐르는 싱크대를 생각해보자. 먼저 수도꼭지를 잠그고 막힌 배수구를 확보하면 자연스레 물은 빠질 것이다.

술과 기름진 음식을 즐기던 식습관의 개선 없이 운동으로 비만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바닥에 흐르는 물을 한없이 걸레로 닦아내는 행위와 같다. 간에서 지방이 제거된다면 뱃살은 저절로 빠질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 담배를 끊고 채식을 하며 운동을 하겠다는 여러 가지 결심을 한꺼번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결심의 성공 확률은 제로며 그런 각오가 연착륙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술을 끊었다면 차라리 고기를 실컷 먹어 술의 공백을 메우거나 안 하던 운동을 시작했다면 당분간 더욱 더 골초가 되어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적극적으로 취하라.

우리의 습관은 장구한 세월에 기인한 것이며 어찌 됐건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내려놓겠다는 계획은 우리를 실패하게 만든다. 술과 업무에 혹사한 간의 기능이 회복돼 지방대사를 충분히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다. 술을 끊게 되면 맹수처럼 육식하던 식습관 또한 변화가 온다.

이 시점서 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이것저것 다 끊으면 무얼 먹고 살란 말인가?라고 말이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먹고 싶지 않은 거지.

 


[박창희는?]

한양대학교 체육학과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체육학 석사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체육학 박사 과정 중()
인천건강관리협회 홍보강사
한국창의인재포럼 전임교수
BBS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 고정출연
누리원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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