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홀딩스 이복형제간 미묘한 기류 내막

2008.12.09 10:34:08 호수 0호

‘포스트 승’ 놓고 불안한 동거

어느 가정이든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재혼만큼은 언급조차 꺼려지는 아픔이다. 재벌가도 예외는 아니다. 일단 노출되면 집안은 물론 기업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골육상쟁’의 불씨가 남아 배다른 자식 간 재산 다툼이라도 터지면 수십년 동안 고생하며 쌓은 ‘공든 탑’이 일순간에 쑥대밭이 되고 만다. 숨길 수 있다면 끝까지 감추는 게 상책인 이유다. 하지만 재벌가 사람들의 숨기고 싶은 비밀은 그리 어렵지 않게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동화홀딩스다.

국내 최대 목재기업인 동화홀딩스 경영권을 둘러싸고 배다른 형제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10여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뒤 투병 중인 승상배 동화홀딩스 총회장이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승 총회장은 재혼을 통해 이복자식들을 두고 있어 향후 동화홀딩스 경영 구도와 상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48년 동화홀딩스(옛 동화기업)를 설립한 승 총회장은 본처와의 사이에서 2남2녀를 뒀다. 장남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과 현재 승 총회장 대신 사실상 동화홀딩스 경영권을 쥐고 있는 차남 승명호 부회장이다.



그러나 승 총회장은 1960년대 후반 본처가 사망하자 당시 초혼이었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와 재혼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학력 위조 파문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사 중 한 명으로, 지난 6월 대법원으로부터 학력을 위조해 단국대 교수로 임용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승 총회장과 김 대표의 결혼은 20년이 넘는 나이차를 극복해 화제를 모았다. 승 총회장은 올해 87세, 김 대표는 63세다. 이후 승 총회장은 1972년 김 대표와 사이에서 또 한 명의 아들을 얻었다. 바로 사업가로 알려진 승현준씨다.
업계 관계자는 “승은호-승명호 형제는 서로 힘을 합쳐 세계적인 목재기업을 일군 우애 깊은 경영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이들 형제에게 배다른 동생이 있다는 것은 동종업계뿐만 아니라 동화홀딩스 내부에서도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승은호-승명호 형제는 끈끈한 형제애로 사업을 사이좋게 이끈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형은 해외에서 동생은 국내 사업을 각각 진두지휘하면서 서로에게 최고의 경영 조언자이자 사업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
승 회장은 1969년 동화홀딩스가 인도네시아에 세운 현지법인을 발판 삼아 코린도그룹을 설립해 원목개발, 합판, 신문용지 제조, 물류, 금융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1984년 동화홀딩스에 입사한 승 부회장은 초고속 승진을 거쳐 2006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섰다.
반면 이들의 이복동생인 승현준 씨는 동화일가 형제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걸어왔다. 승 회장과 승 부회장은 국내에서 각각 연세대와 고려대를 나왔지만, 승씨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승씨도 승 총회장의 도움을 받아 기업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주둔지는 동화홀딩스가 아니었다.

승상배 총회장 뇌출혈로 10년째 투병… 상속구도 촉각
은호-명호 체제에 재혼 후 얻은 아들 부상 여부 관심

승씨는 1989년 어머니인 김 대표가 세운 동숭아트센터 이사를 거쳐 1997년 포레스코 대표로 취임했다. 중밀도섬유판(MDF) 업체인 포레스코는 승 총회장이 1976년 설립한 건축내장재 업체로 출발한 옛 청담물산의 후신이다.
포레스코의 지분 일부를 김 대표가 갖고 있었지만 2003년 승씨에게 전량 상속했다. 동숭아트센터 역시 승 총회장이 김 대표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씨는 2000년 인터넷 전용단말기와 GSM 단말기 등을 생산하는 비유컴 대표까지 겸임하면서 한때 100억원이 넘는 재산으로 삼성가 이재용, 현대가 정의선 등과 함께 국내 100대 젊은 부호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승씨는 2004년 4월 포레스코 대표직에서 사임한 이후 별다른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포레스코 측은 “승씨가 회장 직함만 유지한 채 전문경영인(CEO)에게 경영을 맡겼다”고 전했다. 2007년 1월 포레스코에서 분사한 쏠라엔텍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같은 해 12월 이마저도 경영권과 함께 양도했다.

무엇보다 승씨는 동화홀딩스 지분이 전혀 없다. 동화홀딩스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
금감원에 따르면 동화홀딩스 지분구조는 지난 9월 현재 승 부회장이 8.95%(180만306주), 승 회장이 8.69%(174만892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대표이사와 회장 직함으로 동화홀딩스 등기이사(상임)로 등재돼 있다.
승 총회장은 1990년대 후반 뇌출혈로 쓰러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회사 지분을 단 1%도 갖고 있지 않다. 승씨와 김 대표도 마찬가지로 동화홀딩스 지분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승씨는 아버지 승 총회장의 도움으로 동화홀딩스와 동종업인 건축내장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동화일가와는 철저히 배제돼 왔다”며 “동화홀딩스 지분은 물론 현재 추진하는 사업이 지지부진해 병상에 누워있는 승 총회장이 만약 잘못될 경우 재산 분할 등 동화홀딩스 경영 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화홀딩스 측은 오너 일가의 사적인 사안인 만큼 상당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가족사는 회사 경영과 무관한 경영진의 개인적인 일로 전혀 아는 바가 없을 뿐더러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다만 회사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이미 승은호-승명호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동화홀딩스는?
60년 마루 최강자’

승명호 부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동화홀딩스는 ▲목질보드재를 생산하는 동화기업 ▲강화마루 생산업체 동화자연마루 ▲보드가공용 화학수지업체 동화케미칼 ▲보드 생산업체 대성목재 ▲창호 및 인테리어내장재 생산업체 동화씨마 등 10여 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중 동화자연마루는 마루업계에서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보이면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는 드물게 2003년 10월 지배구조 개선차원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동화홀딩스는 최근 자회사인 동화자연마루를 동화씨마에, 동화케미칼을 동화기업에 각각 흡수합병키로 하는 사업구조로 개편했다.
해외엔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에 중밀도섬유판(MDF)과 원목마루를 생산하는 법인 8개를 두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5000억원을 기록했다.
승은호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물류, 부동산, 리스, 건설 등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려 현지에선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연매출은 약 1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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