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대 축구부 장학금 미스터리

2017.09.04 10:31:02 호수 1130호

돈 받고 학교 다닌 선수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3월 KC대학교 축구단이 창단됐다. 대학부 81번째로 창단된 축구단은 학교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작했다. 하지만 창단 1년6개월 만에 ‘비리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현재 경찰 조사 중인 입시 비리 의혹에 이어 장학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축구단은 또 다시 풍랑 속에 빠져 들고 있다.
 



KC대학교(이하 KC대)서 만난 내부 관계자는 “언론보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실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일요시사>는 축구단 선수들 입학과 성적 등 학사 비리 의혹을 고발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KBS가 축구단의 장학금 유용 의혹을 끄집어냈다. 이제 관심은 선수들에게 실제 지급된 장학금에 집중되고 있다.

장학금 > 등록금?

KC대는 ‘장학금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교비 장학금과 교외(기탁) 장학금을 구분하고 있다. 교비 장학금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교외 장학금은 외부서 들어온 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된다. 선수들은 2016년 1·2학기와 올해 1학기에 걸쳐 교비․교외 장학금을 골고루 수령했다.

선수 가운데 한 명은 2016년 1학기에만 교비․교외 장학금을 합해 7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다. 정부서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을 제외해도 400만원이 넘는다. 

2016년 1학기 등록금이 입학금을 포함, 395만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당 선수는 오히려 돈을 받고 학교에 다닌 셈이다. 이처럼 선수들은 국가장학금을 포함, 적게는 80여만원, 많게는 700여만원까지 한 학기 장학금으로 지급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장학금 지급 구조부터 잘못됐다”며 “장학금을 만들고 결정하는 사람이 한정돼있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신학부 S교수가 있다. KC대서 장학금을 담당하는 부서는 학생처다. S교수는 당시 학생처장이었다. 학생처장은 장학위원회 위원장을 당연직으로 맡는다. 장학위원회는 장학금 수혜 대상자의 자격과 수혜기간, 지급액은 물론 지급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이름 바꾸고 몰아주고
장학금 과다 지급 의혹

여기에 학부별로 지급되는 장학금은 학부장이 관리하는데 신학부의 경우 S교수가 학부장을 맡고 있었다. 선수들은 대부분 신학부를 통해 ‘우회 입학’했기 때문에 신학부 소속이다. 보직해임 전까지 축구단 단장도 S교수의 몫이었다.

장학위원회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바로 ‘체육특기자 장학금’. 

2016년 KC대 입학전형에는 체육특기자 전형이 없다. 그럼에도 KC대는 체육특기자 장학금 명목으로 1년에 걸쳐 선수들에게 160여만원을 지급했다. KBS 보도를 통해 드러난, 선수들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현금으로 인출된 바로 그 돈이다. 축구단의 장학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대목이다.
 

체육특기자 장학금을 둘러싼 뒷말은 내부서 먼저 터져 나왔다. 잡음이 이어지자 장학금 명칭이 ‘스포츠 홍보 장학금’으로 슬그머니 변경됐다. 장학금 지급 시행 세칙에도 ‘스포츠 홍보 장학금: 축구단서 추천한 축구단원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교외 장학금 부분은 더 심각하다. 제자사랑 장학금, 자기계발 장학금, 섬김 장학금, 신학제자기금, 동문회 장학금, 써니&제인 장학금, 용산교회 장학금 등의 교외 장학금은 교비 장학금에 비해 수혜자 선정과 지급이 자유롭다. 

올해 1학기 선수 1명에게 지급된 용산교회 장학금의 경우, 해당 교회의 담임목사가 S교수였다.

일반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내내 그 존재조차 모르는 장학금이 축구단으로 집중된 것이다. 


KC대 재학생은 “자기계발 장학금하고 써니&제인 장학금은 정말 처음 들어봤다”며 “어떻게 하면 탈 수 있느냐”고 거꾸로 물어왔다. 4년간 학교에 다닌 재학생도 모르던 장학금은 축구단 1학년 선수들에게 들어갔다.

써니&제인 장학금은 기탁자의 지명이나 취지에 따라 움직이는 돈이다. 기부자가 지명하지 않았을 경우는 장학위원회의 의지에 따라 학생들에게 지원이 가능하다. 써니&제인 장학금은 매년 학교로 들어오는 돈을 수혜 학생 수에 따라 나눠 지급됐다. 올해 1학기에는 선수 1명이 1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이상한 명목으로
최대 700만원 지급

자기계발 장학금은 학교서 추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수학습지원센터의 인정 및 추천을 받은 자에 한해 받을 수 있다. 교수학습지원센터 관계자는 “자기계발 장학금을 타기 위해선 반드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일종의 상금 개념”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2016년 1학기 자기계발 장학금 명목으로 140만원씩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축구단 선수들은 수업도 제대로 못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며 오후 시간엔 축구 연습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참여할 시간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섬김 장학금으로 넘어가면 그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생활 형편이 어렵고 학교를 위해 공헌한 자에게 주는 섬김 장학금은 일종의 근로장학금이다. 학교 내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돈이다. 2016년 2학기 선수 3명에게 150만원이 넘는 돈이 섬김 장학금으로 주어졌다.

축구단 섬김 장학금 의혹은 지난 4월20일 KC대 33대 총학생회 ‘울림’이 진행한 공청회 1부서 학생들의 질문으로 불거졌다. 이날 질문한 한 학생은 “축구단 선수들이 근로를 하지 않았음에도 학생처서 근로일지를 가짜로 발급해 (근로)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S교수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S교수는 “내가 선수들을 직접 통솔해 밤 늦게 학교 근처서 담배꽁초를 주운 적이 있다. 여성안심귀가길 서비스라고 해서 경찰들과 함께 돌아다니기도 했다”며 “정정당당하게 봉사시간을 받았다. 내가 책임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KC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KC대학교 축구단 운영비리에 관한 답변 제출’ 문서를 보면 축구단 장학금과 관련한 좀 더 명확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민원인은 축구부 단장이었던 S교수가 장학금 지급 기준을 어겨가면서까지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KC대 장학금 지급 시행세칙에 따르면 ‘직전학기 15학점 이상, 평균 성적 2.0 이상’이 돼야 장학금 수혜 대상 요건이 갖춰지는데, 선수들이 해당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S교수는 “시행세칙에 그런 규정이 있으나 본칙인 장학금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장학위원회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있다”며 “장학생 선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장학위원회의 의견을 통해 지급했다”고 답했다.

또 선수들에게 지급된 한 학기 장학금이 등록금을 초과했는지 여부에 대해 “시행세칙에 섬김 장학금, 봉사장학금, 자기계발장학금, 국외교환학생장학금, GS장학금은 예외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선수들이 받은 장학금이 규정상으론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S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 선수들에게 최대한 몰아준 것도 맞다”며 “그 결과 일반 재학생들은 그 수혜 대상서 제외됐다”고 꼬집었다.

재학생만 피해

S교수 후임으로 학생처장과 축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K교수는 “선수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파악하고 있는데, 내규에 맞춰 지급한 걸로 보인다”며 “규정과 절차를 따랐다면 의도를 갖고 저 쪽(축구단)으로 밀었더라도 장학위원회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으니 최대한 빨리 조사해 9월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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