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는 기업들 막전막후

2017.04.11 11:27:11 호수 1109호

불황 맞아? 골라 골라 ‘빌딩 쇼핑’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방면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물주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빌딩 인수를 통해 임대업을 하기도 하고 사옥으로 쓰기도 한다. 최근 빌딩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을 알아봤다.



부영은 최근 빌딩을 잇달아 사들이면서 상업부동산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사옥을 매입한 이후 포스코건설 송도사옥까지 손에 쥐었다. 1년 2개월 새 1조2000억원을 쏟으며 공격적으로 매입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사브랜드 홍보
높은 임대수익률

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달 24일 건물주인 PSIB에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매 잔금(1500억원)을 납입하고 등기 이전도 마쳤다.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36번지에 있는 쌍둥이 빌딩이다. 정식 명칭은 포스코이앤씨타워다.

연면적 14만8790㎡ 지하 5층~지상 39층 2개동 규모다. 지난 2007년 9월 착공해 2010년 5월 완공됐다. 3600억원가량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완공 당시 이 빌딩의 소유자는 PSIB였다. PSIB는 포스코건설과 테라피앤디가 지분 49%, 51%를 각각 가지고 있는 합작회사였다.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6월 테라피앤디 지분을 근질권을 행사해 데라피앤디의 지분을 모두 취득해 PSIB의 주인이 됐다. 이후 PSIB는 지난해 9월 부영주택에 송도사옥 소유권을 3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부영은 계약금과 1차 중도금(16.7%)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잔금을 모두 치르며 송도사옥 등기이전까지 마치게 됐다.


부영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송도 사옥을 포스코건설이 5년간 책임 임차하는 조건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연면적 3.3㎡당 매각가격은 670만원 수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 최고 수준 수익률
국내외 기업들 인수 열풍

앞서 부영은 삼성생명 사옥과 삼성화재 본사 사옥을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이번 포스코건설 사옥 인수까지 최근 1년2개월 동안 대형 빌딩 3채를 매입했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태평로2가 150번지에 있는 삼성생명 사옥을 5000억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은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3㎡ 규모다.

삼성생명은 본사를 서초구 삼성타운으로 옮기게 돼 이 건물을 매각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1984년 준공 이후 본사로 사용해왔다. 현재 이 건물 꼭대기에는 ‘삼성생명’을 대신해 부영의 아파트 브랜드인 ‘사랑으로’가 새겨졌다.

삼성화재 본사 빌딩도 부영이 품었다. 서울 중구 을지로 29번지에 있는 삼성화재 본사 사옥은 지하 6층~지상 21층 규모로 매각가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대형빌딩에 군침
이용가치 많아야

외국계 기업도 국내 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안젤로고든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생명의 ‘메트로빌딩’을 861억원에 매입했다. 안젤로고든은 부동산자산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과 함께 지난해 12월 말 삼성생명 소유의 메트로빌딩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메트로빌딩은 연면적 1만3215㎡,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다. 안젤로고든은 메트로빌딩을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개발해 분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평가 받는 서울국제금융센터(IFC)도 외국계 투자운용사에 넘어갔다.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는 AIG코리안부동산개발과 IFC 인수를 위한 매각절차를 지난해 11월 마쳤다.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총 2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FC는 연면적  50만5236㎡ 규모로 업무공간과 상업시설을 갖춘 여의도의 랜드마크 빌딩이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캐피탈타워를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47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블랙스톤은 이번 캐피탈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상업부동산 투자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해졌다.

떠도는 매물들
누구의 손으로

블랙스톤은 전 세계에 투자한 부동산 자산운용 규모가 1010억달러(약 114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운용사로 국내 시장서 빌딩 쇼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계 보험사 안방보험도 국내 빌딩 매입 행렬에 참여했다. 중국 안방보험이 유안타증권 을지로 본사 빌딩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매도자는 하나자산운용이다. 안방보험은 이번 거래로 처음으로 국내 빌딩을 인수하게 됐다. 현재 매매 관련 최종협상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안방보험은 지난해 삼성화재 을지로 본관 사옥(약 4500억원)과 강남캐피탈타워(약 5000억원) 입찰에 참여하며 국내 부동산 매입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외국계 자금이 국내 빌딩 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아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사무용 빌딩은 신축 빌딩 증가와 함께 공실률이 10%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높은 공실률에도 임대료는 잘 떨어지지 않아 연 4~5%대 임대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명목 임대수익률뿐 아니라 몇 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Rent free) 마케팅을 감안한 유효수익률도 4%대로 높다.

국내 부동산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청계천로의 랜드마크 빌딩인 시그니쳐타워를  매입한다. 올 들어 국내에서 이뤄진 상업용 부동산 거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시그니쳐타워 소유주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하 신한BNPP)이다. 신한BNPP는 이지스를 이번 매매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2개월가량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잇단 매입 부영 업계 큰손으로
임대업 하거나 사옥으로 쓰기도

시그니쳐타워는 연면적 9만9991㎡ 규모로 2011년에 완공했다. 이 건물을 보유한 신한BNPP 부동산 펀드의 주요 투자자는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센다스(지분율 30%)다. 지난달 9일 예비입찰은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투자사는 이지스를 비롯해 동양자산운용, 에머슨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과 이 건물 투자사인 아센다스, CBRE글로벌인베스트먼트-아부다비투자청(컨소시엄), 블랙스톤-미래에셋 등이다.

이지스가 제시한 가격은 3.3㎡당 2300만원대 중반으로 총 7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는 국민연금 자금을 건물 매입에 동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가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받는 돈은 향후 7년간 총 55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빌딩을 매입하기도 한다. LG생활건강은 올 1월 서울 가로수길에 자리한 빌딩을 225억원에 인수했다. 건물은 대지 연면적 885.84㎡, 4층 규모다. 업계에선 자사 브랜드로 구성된 멀티숍을 운영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건물에는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과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가 입점해있다. 향후 업계에선 LG생활건강이 가로수길을 선택한 것으로 명품 브랜드가 많은 곳에 자사의 주요 브랜드를 모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다

하이투자증권 장문준 연구원은 “아시아 시장서 한국 상업용 부동산은 일본만큼 안정적이고 동남아보다 위험이 적다. 수익률 역시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임대수익률은 세계 2위 수준으로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불고 있는 빌딩 사자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