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삼세번의 외침 '왜?'

2016.11.21 13:43:43 호수 0호

온 나라가 난리도 이런 난리법석이 없다. 건국 이래 이런 일이 또 있었던가? 연일 ‘최순실’로 시작해 ‘박근혜’로 끝나는 복장 터지는 뉴스에 진절머리가 나는 요즘이다. 어쩌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에까지 처했을까.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알고 뽑았든 모르고 뽑았든 모두가 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내 탓이고 우리 탓이다. 예컨대 국민들 탓이란 말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모두가 눈 뜬 장님이었다. 대통령 뒤에서 국가를 좌지우지하고 국민을 우롱한 최순실과 그 일당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오죽하면 이민을 가고 싶어도 외국인들 보기 창피해서 못 가겠다는 말까지 들리겠는가.

이런 와중에 요즘 대한민국 매스컴은 너 나 할 것 없이 사실보도에 초점을 맞추고 단독과 특종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적어도 <일요시사>는 그들과 다르고 싶었다. 여타 언론들처럼 앵무새 같은 보도를 하기보다는 뭔가 들불처럼 번지는 국민적 메시지를 제대로 한번 담아내고 싶었다. 기사 마감 때마다 늘 해왔던 고민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몇 날 며칠을 밤잠 설치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최종 결론은 역시 하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일요시사>가 하기로 작정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마땅히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이, 그것도 아직 살아있는 정권을 직접 겨냥한 일종의 ‘시국선언’이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늘 열댓 개의 제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했던 1면에 민심을 어지럽히고 국정을 파국으로 이끈 대통령을 향해 준엄하게 소리쳤다. "물러나라"고.

물론 <일요시사>가 물러나란다고 대통령이 물러나겠는가. 하지만 <일요시사>의 당돌한 외침이 있었던 바로 그 주에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처음으로 100만개의 촛불이 파도처럼 일렁였고 "물러나라"는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는 북악산 자락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일요시사>의 외침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 다음 주에 이어진 메시지는 국민적 공감대를 포괄하는 낮은 목소리를 담아냈다. “부끄럽다”가 그것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작금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부끄럽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 스스로 무엇을 잘못해서 부끄러운 게 아니다. 역사와 국민 앞에 대죄를 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을 둔 국민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모름지기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 중 가장 으뜸은 부끄러움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다. 그래서 인간은 옷을 입고, 앉아서 도구를 이용해 손으로 식사를 하며, 집에서 누워 잠을 잔다.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고 못 느끼는 건 그 다음이다.

그럼 그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은 무엇인가? 금수만도 못하다는 얘기다. 최순실 같은 비선권력에 알아서 설설 기며 퍼줬던 대기업과 당초 대충 봐주기식 수사로 사건을 얼렁뚱땅 넘기려 했던 검찰은 물론, 이 와중에도 차기 정권을 놓고 중구난방 아귀다툼을 벌이는 야당과 국민들이 물러나라는데도 버티는 대통령이 이젠 부끄러움을 넘어 불쌍해 보일 정도니 할 말을 잃는다.

이쯤에서 멈추고 싶었다. 아니 멈추려고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타블로이드판형 신문 1면에 단일제목으로,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두 번씩이나 살아있는 정권을 향해 들이댄 것은 대한민국 언론사에 <일요시사>가 처음이다.

시쳇말로 ‘겁대가리 상실한 똥배짱’이라 손가락질해도 좋다. 하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이 두려워 나라꼴 망가져 가는데 뒷짐지고 현상만 전하는 다수의 방관자이기보다는 불이익을 당할 때 당하더라도 호기있게 들이대는 소수의 나팔수이고 싶었다.

그리고 ‘삼세판 민족’의 후예답게 세 번째 힘주어 외친다. 역사 속 위기 때마다 백성의 힘으로 수많은 국난을 극복했듯 이번에도 잘못된 역사를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고 다시 일어서자고. “일어나라 대한민국”

<최민이 본지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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