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주사제 소문과 진실

2016.11.18 13:29:39 호수 1089호

대통령도 여자, 젊게 보이고 싶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 자매의 이름으로 각종 주사제 처방과 혈액 검사를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서 ‘태반주사’를 맞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대리처방 받은 주사제를 해외 순방 때 사용했거나 청와대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아가 이런 비선 의료 행위들이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 향후 검찰 등 수사기관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후 최순실(60·구속)씨와 그의 언니 최순득(64)씨 이름으로 약 19차례 주사제 처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하고 직접 진찰 규정 등을 위반하는 등 ‘대리처방’한 김상만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2014년까지 차움의원에 근무)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계속된 대리 처방

지난 15일 복지부에 따르면, 강남구 보건소는 차움 의원을 조사, 박 대통령이 취임 전인 2012년부터 2013년 2월까지 최씨 자매 이름으로 7차례 주사제를 처방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이름으로 2012년 3·5·8·9월에, 최순득씨 이름으로 11월 두 차례와 2013년 2월 초에 각각 처방을 받았다. 차트에는 ‘박 대표’ ‘대표님’ 등으로 표기돼 있다. 

차트를 작성한 김 원장은 “당시 박 대표(박 대통령)를 직접 진료했으며 박 대표가 직접 주사를 맞고 간 것을 최씨 자매 이름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공식 취임 뒤에는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차움을 방문했거나 진료받은 적이 없다. 다만 최순실씨는 2010년 8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차움서 진료받았다”고 밝힌 차움의원의 해명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취임 뒤에는 김 원장이 박 대통령 주사제를 최순득씨 이름으로 처방한 뒤 직접 청와대로 가져가는 방식을 택했다. 취임 초인 2013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총 12차례다.

진료 차트에는 ‘청’ ‘안가’ 등으로 표기됐다. 2013년 9월에는 간호장교가 채취해 온 박 대통령의 혈액을 최순실씨의 이름으로 검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보건당국과 의료계 관계자들은 “김 원장이 차움의원서 박 대통령을 위해 대리처방한 주사제는 녹십자의 태반 주사제 ‘라이넥’”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김 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주사한 약물은 피로 해소를 위한 비타민주사로 알려졌다.

태반, 백옥, 신데렐라주사…
청와대서 ‘회춘주사’ 맞았나

하지만 김 원장은 “정맥주사는 간호장교가 직접 주사했고 피하주사에 한해 (직무 후에) 직접 놨다”고 말했다. 이후 피하주사의 구체적인 성분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피하주사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맞는 주사로 태반주사, 인슐린주사 등 사용 범위가 제한적인 반면 비타민주사는 통상 수액과 함께 혈관에 직접 맞는 정맥주사다. 태반주사는 만성피로 해소와 간 기능 개선 등에도 효능이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을 진료한 복수의 의료인들은 “박 대통령이 심한 만성피로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비타민주사의 일종으로 피로 해소와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일명 ‘백옥주사’(글루타티온) ‘신데렐라주사’(티옥트산) 등의 주사제도 처방받았다.

김 원장이 최씨 자매를 진료하기 시작한 곳으로 알려진 차움의원은 차병원그룹이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를 표방해 설립한 곳이다. 최씨 자매는 이곳을 즐겨 찾아 김 원장으로부터 비타민주사 등의 영양 처방을 받았다.

최씨 이름의 처방 기록을 보면 2012, 2013년 같은 약물을 평소보다 2~3배 많이 처방한 사례가 21번이나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주사제 등 처방을 차움의원서 받은 후 나머지는 외부로 가져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가 평소보다 많이 처방받아 간 주사제들은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 사용했거나 청와대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성형 목적 추정
‘길라임’ 가명 회자

복지부는 지난 16일, 김 원장의 의사 자격을 75일간 정지하기로 했다. 또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김 원장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형사 고발하고 과거 최씨 자매를 진료한 차움의원 다른 의사의 대리 처방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를 요청했다.

이 같은 시점에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 이용 당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쓰고 이용했다는 보도가 나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길라임’은 SBS 인기드라마 <시크릿 가든>서 배우 하지원이 맡았던 극중 여주인공 이름이다.

전 차움의원 관계자 A씨는 박 대통령이 병원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언제 와서 어떻게 했는지를 기록할 때 가명을 길라임으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전 차움의원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30만∼40만원씩 들었던 것 같다. 수납이 전혀 안 이뤄졌다”고 말했다. 차움의원의 VIP 회원권은 1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일각서 제기된 프로포폴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제가 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마취를 안 하는 분”이라며 “부모님 때문에 의식을 잃고 일어나는 일들에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중남미 순방 때 고산지대를 다니느라 위경련이 일어났다. 내시경을 하러 국군수도병원에 갔는데 마취하지 말라고 했다. 이건 팩트”라고 말했다.

정맥주사는 흔히 영양주사, 포도당주사, 수액주사 등으로 불린다. 아미노산 수액제, 포도당주사 등 그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환자 상태와 질병 여부에 따라 신중을 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고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투여 받아야 한다.

의사면허 등 의료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정맥주사를 놓을 수 있고 설령 의료면허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특별한 이유없이 다른 장소에서 주사제를 투여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다른 의원에선?


차움의원의 주사제 처방 내역은 드러났지만 최순실, 정유라 모녀가 다녔던 김영재 의원의 처방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김영재 의원은 성형 시술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향정신성 주사제가 포함돼 있는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1차 조사를 벌였던 강남구 보건소는 물론 결과를 보고받았던 보건복지부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