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민중미술 작가 민정기

2016.10.31 10:00:52 호수 0호

역사와 현대를 횡단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중미술 작가 민정기가 돌아왔다. 2004년 회고전과 2007년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 이후 오랜 숨 고르기 끝에 열리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선 도시를 바라보는 더욱 깊어진 작가의 시선과 변화된 화풍이 담긴 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금호미술관은 오는 13일까지 작가 민정기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자 민중미술의 대표 작가다. 그는 흔히 이발소에 걸려 있는 통속적인 풍경화나 풍속화에서 나타나는 화풍, 이른바 이발소 그림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 미술의 독자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동시에 문학적 텍스트를 시각화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진행했다.

텍스트를 시각화

1987년 작가는 경기도 양평으로 작업실을 옮긴 후 우리가 사는 환경과 역사를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을 직접 걸어 다니며 관찰하고, 역사·지리 자료를 수집해 해석한 풍경을 그림으로 뽑아냈다. 이번 전시는 회화 27점과 55점의 판화로 구성됐다. 대부분 올해 완성한 신작 회화에는 작가가 인식한 현실의 모습, 아픈 분단의 역사와 개발의 흔적, 자연에 대한 그리움 등이 겹쳐 있다.
 

풍경화의 서사는 임진나루부터 시작한다. 서울과 개성 사이 길 중 절반은 우리가 밟을 수 없는 곳이다. 지하1층 전시실은 이처럼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임진강에 닿을 수 없도록 굳게 닫힌 철문과 군사 구조물을 그린 ‘임진리 나루터’, 현재의 모습에 전통적 모습을 겹친 ‘임진리 도솔원’, 임진나루 주변의 어제와 오늘을 고스란히 담은 ‘임진리 나루터 정경’ 등 3점이다.

대부분 신작으로 구성 분단 현실 상기시켜
어두운 정서의 판화…자연과 도시 넘나들어


1층과 2층에선 조선 초기 작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 시선으로 그린 ‘유 몽유도원도’와 다양한 시점과 스케일로 잡아낸 산수의 모양새에 개발의 흔적과 현대적인 삶의 풍경들이 겹쳐진 ‘안산 수암동’ ‘이포나루’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전통 공간을 느끼고 싶다면 3층으로 가면 된다. 작가는 ‘묵안리 장수대’ ‘경주 칠불암’ ‘화암사 뒷길’ 등을 통해 바라보기 좋은 것만이 아닌 우리의 삶과 연결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품고 있는 장소를 보여주려 애썼다.

규제의 정서

작가의 판화 작품은 ‘규제의 정서’를 공유한다. 작가는 직접 목격하고 겪은 사회적 모순과 혼란, 문학으로 간접 경험한 역사적 상황을 포착, 55점의 판화로 남겼다. 1980∼1990년대 사회 전반에 깔린 어두운 정서는 여전한 분단 현실을 상기시킨다.
 

전시 관계자는 “자연과 도시, 역사와 현대라는 서로 다른 맥락들이 자유롭게 횡단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과 환경의 연결고리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jsjang@ilyosisa.co.kr> 

 

[민정기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서양화 전공) 졸업(1972)

▲ 개인전

‘민정기’ 금호미술관, 서울(2016)
‘제18회 이중섭미술상 수상기념전’ 조선일보미술관, 서울(2007)
‘본 것을 걸어가듯이’ 마로니에 미술관, 서울(2004)
‘제5회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서울, 서울 / 학고재, 서울(1999)
‘양근에서 오대산으로’ 가람화랑, 서울 / 인사갤러리, 서울(1996)
‘양근을 그리다’ 가람화랑, 서울(1992)
‘서울의 봄’ 서울미술관, 서울(1986)
‘제1회 개인전’ 서울미술관, 서울(1983)


▲수상

제18회 이중섭미술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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