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어려워도…’ 많이 받아간 회장들 백태

2016.08.30 10:29:42 호수 0호

하는 일 없는데 월급이 ‘억’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각종 악재로 휘청거리는 회사 사정과 상관없이 오너 경영인 상당수는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과 검찰수사 및 재판 등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경영인들은 별 탈 없어 보인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재벌닷컴>이 지난달 16일까지 금융당국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408개사(상장사 1806개사, 비상장사 602개사)의 등기임원 보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 상반기에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한 경영진은 총 237명이다. 지난해에는 229명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회사 나몰라라
보수 꼬박고박

최고 보수를 받은 경영인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으로 총 141억6600만원을 수령했다. 여기에는 ‘퇴직금’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그는 올해 3월 영원무역홀딩스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138억44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는 성 회장이 1974년 영원무역을 세운 뒤 41년을 근무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GS리테일 등기임원서 물러난 허승조 전 부회장은 퇴직금 51억5900만원을 포함해 총 64억7900만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3위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계열사에서 52억1900만원을 받았다. 허 회장은 퇴직금을 제외한 순보수액으로만 보면 올 상반기 최고 보수 경영인이었다.

김원배 전 동아에스티 부회장은 퇴직금 46억9700만원 등 모두 49억1500만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2개사에서 42억원을 받아 5위를 차지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등 3개사에서 총 41억1800만원을 받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7위는 LG서 38억5700만원을 받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이외에도 김상철 전 펩트론 부사장(34억6700만원),이승휘 세아베스틸 부회장(32억4300만원),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30억8000만원)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경영난으로 해당 기업이 구조조정 중이거나 각종 비위 혐의로 검찰수사 대상에 오른 대기업 오너 경영인이 여럿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난으로 위기를 겪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 등으로부터 상반기 보수로만 23억3900만원을 받았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에 매각했으며 지난달 5일에는 현대상선마저 신주를 상장하며 40년 만에 현대그룹 품을 떠났다. 이로써 현대상선 경영권은 40%가량의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유수홀딩스로부터 5억61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유수홀딩스는 IT솔루션 업체, 선박관리업체 등을 거느린 중견그룹이다.

최근에는 여의도 사옥서 식당업까지 진출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보유주식 96만주를 매각해 1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사상 최대 위기에 회사 사정과 별개로 거액의 보수를 챙겼다. 롯데쇼핑은 상근 등기임원(대표이사)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상반기에 모두 8억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롯데그룹 어느 계열사에서도 업무 보고를 받지 않을 만큼 경영과는 무관했다. 호텔롯데의 비상근 등기임원인 신영자 이사장은 상반기에 8억5000만원의 급여와 4억9600억원의 상여 등 모두 13억4600만원을 받았다.

구조조정·비리에도 주머니에 ‘수십억’ 
고액 연봉 오너들 수두룩 ‘모럴해저드’

기업의 위기는 뒷전인 채 올해 상반기 보수를 올려 받은 총수들은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각종 비리의혹으로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인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올 상반기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텔롯데로부터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18억7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도 보수가 늘었다. 올해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탈세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이 회장의 올 상반기 보수는 8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6억5000만원 보다 23%가량 증가한 수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상무보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오너 경영진의 과다 보수 논란이 기업 투명성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최근 부실 공시로 제재를 받는 기업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법인 증가에 따른 회계정보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공시조사를 통해 경고·주의와 과징금 조치를 받은 법인 규모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공시 조사 결과 경고·주의 건수는 2012년 19건에서 2015년 42건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에 2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과징금 조치를 받은 기업도 13건에서 18건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법인 최대주주에 대해 대표자와 지분율은 물론 사업과 재무 현황 등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내용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져 ‘모럴해저드’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할 정보의 경중을 기업이 판단한 뒤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부실하다는 점을 인지하더라도 사후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경우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에서 최대주주 공시 부실이 드러나며 기업의 공시 투명성에 대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숨긴 정황을 확인한 뒤 누락된 내용을 보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업 투명성
악재로 작용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비리의혹에 휘말리거나 아직 뚜렷한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영성과를 이유로 재벌 총수에게 두둑한 연봉을 지급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수십억원대의 연봉을 챙겨가는 이들이 경영책임을 져야할 상황에서는 뒷짐을 지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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