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혼자 남은 새벽…편의점 강도 “활동개시!”

2011.01.18 09:24:47 호수 0호

무법천지 ‘편의점’ 생계형 범죄 판치는 이유

끊이지 않는 편의점 대상 강도행각 문제 ‘심각’
종업원 혼자 있는 심야시간 이용 불청객 ‘등장’



연말연시 편의점을 대상으로 한 강도 행각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CTV, 비상벨 등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편의점 범죄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24시간 운영된다는 점과 새벽시간이 되면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 한 사람만 남는다는 점은 강도들로 하여금 ‘편의점’을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장소로 판단하게 만들었다. 실제 대부분의 편의점 강도는 새벽시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4시간 접근이 용이하다 보니 누구든 출입에 제한이 없어 강도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편의점 강도에 대해 취재했다.

최근 ‘편의점’을 대상으로 한 강도 행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대 청소년부터 30대 가장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편의점을 대상으로 강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경기 북부 남양주경찰서는 편의점 강도 곽모(2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곽씨는 지난 6일 오전 1시25분께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편의점에 복면을 쓰고 침입했다.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내들어 종업원을 위협한 곽씨는 계산대에서 3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편의점 강도 대부분 무직


특히, 편의점 강도는 술 약속이 많은 연말과 연초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지난해 12월30일 새벽시간대 편의점에 들어가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강도)로 박모(19)군 등 10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군 등은 지난해 12월5일 편의점에 손님이 뜸한 오전 4시께 거제시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흉기로 종업원을 위협해 현금 45만원을 빼앗았다. 이어 같은 달 20일 비슷한 시각 다른 편의점에 들어가 같은 수법으로 45만원을 들고 달아나는 등 2차례에 걸쳐 총 9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 모자와 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범행에 임했으며 빼앗은 돈은 모두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이들은 새벽 시간 편의점에 인적이 드물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계획했다”면서 관련 종사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 안산에서는 직장을 잃은 30대 남성이 수차례에 걸쳐 편의점 강도를 일삼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지난 5일 오전 이른 시간 편의점에 침입해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로 윤모(3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씨는 지난 5일 오전 5시25분께 안산시 월피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한 뒤 금고에 있던 현금 7만원을 빼앗는 등 지난달부터 안산 월피와 고잔동 등 이 지역 편의점 3곳을 4차례에 걸쳐 털어 현금 167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 종업원 강모(20)씨는 흉기를 휘두르는 윤씨와 몸싸움을 벌이다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윤씨는 범행 후 택시를 타고 도주하다 편의점 주변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경찰에게 검거됐다. 하필 5일 전 같은 차림으로 강도짓을 했던 편의점에 다시 나타난 것이 화근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해 직장을 잃은 윤씨는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었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 같은 강도 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윤씨는 “금품을 빼앗기에는 편의점이 가장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편의점 사장들이 직원들에게 강도가 오면 돈 줘서 보내라고 교육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의 진술처럼 편의점이 손쉬운 범죄 대상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간 시간에는 종업원 혼자서 매장을 지키는 경우가 많고 현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편의점은 강도 상해를 대비한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강도가 들면 큰 저항 없이 돈을 내주는 편이다.

하지만 편의점 관계자들은 “편의점 털기는 그리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편의점에는 CCTV와 방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한번 편의점을 털어 빼앗아갈 수 있는 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부분의 편의점은 몇 시간 주기로 정산을 한 뒤 거스름돈 정도만 카운터에 남겨둔다. 실제 매출액은 매장 창고나 금고에 따로 보관하기 때문에 강도가 들어도 빼앗아가는 돈은 소액일 수밖에 없다.

겉보기에만 쉬워 보이는 범죄대상일 뿐 실속은 없고 잡힐 위험은 크다는 게 편의점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편의점 업체들은 각 직영점과 가맹점에 범죄예방을 위한 CCTV, 반사경, 비상벨 등을 설치해뒀으며, 지구대 경찰서와도 비상신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화 수화기를 내려 놓은 채 일정 시간 번호를 누르지 않으면 자동으로 해당 지구대 및 경찰서에 신고되기도 한다.

또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사고 사례를 전파하고, 공지사항과 용의자 인상착의 등을 공유해 유사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편의점 범죄를 미리 막거나 유사시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할 만한 장치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점주에 따라 야구방망이나 호루라기 등을 비치해두고 있지만 오히려 강도를 자극할 수 있어 지양하는 방법 중 하나다. 현재로서는 강도에 협조한 뒤 경찰에 신고, 사후 처리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

편의점 만만한 곳 아냐

그런가 하면 편의점을 터는 강도 대부분은 특정한 직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용불안, 취업난 등으로 직장이 없는 20대와 정리해고 등의 문제로 직장을 잃은 30~40대 가장들이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터는 경우가 많은 것.


이와 관련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편의점 범죄는 대부분 생계형 범죄”라면서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 방지책은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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