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삼양식품 왜?

2016.07.19 09:50:33 호수 0호

회사 무너지는데 오너는 한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맨꼭대기에서 후발주자들을 내려다 보던 옛 기억은 희미해진지 오래다. 국내 식품업계를 호령하던 삼양식품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이곳저곳 기웃거리지만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서성이길 반복하는 양상이다.

실적 악화에 빠진 삼양식품이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지만 시장의 흐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존 사업의 침체와 더불어 신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외식사업마저 발목을 잡은 까닭이다. 어느새 경영진의 능력에도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되는 게 없다

삼양식품의 위기는 연결재무재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이 순손실을 기록한 건 2002년 이후 13년 만이다. 영업이익은 71억4300만원으로 전년대비 26.47% 줄었고, 같은 기간 매출액도 7.56% 감소했다.

무엇보다 ‘크라제버거’ ‘호면당’ 등 외식업종 브랜드의 더딘 성장이 뼈아팠다. 크라제버거는 2014년 나우아이비12호 펀드와 인수합병에 관한 투자계약을 맺었다. 삼양식품은 나우아이비12호펀드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크라제버거는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했고 이는 삼양식품의 순손실로 이어졌다.

호면당 역시 삼양식품의 부진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10년 취임한 전인장 회장은 곧바로 면요리 전문점인 호면당을 인수해 본격적인 외식사업 확장에 나섰다. 호면당은 인수 직후인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62억원, 8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상승세를 탔지만 2014년에는 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14년에 론칭한 라면요리 전문브랜드 ‘라멘:에스(LAMEN:S)’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외식사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단기적인 성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사업 확장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삼양식품의 외식업종 진출을 낙관적으로 볼 수 없었던 이유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외도에 몰두하는 사이 ‘캐시카우’였던 라면시장에서 삼양식품은 빠른 속도로 입지를 잃어갔다. 1985년 40.9%에 달했던 삼양식품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매년 하강곡선을 그리다 2015년에 11.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이 61.6%로 1위였고 오뚜기가 18.3%로 뒤를 이었다. 농심을 따라잡는 건 언감생심이고 오뚜기와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한 자릿수 점유율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라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건 뚜렷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탓이다. 농심과 오뚜기가 신라면, 짜왕, 진짬뽕 등의 히트작을 출시하는 동안 삼양식품은 특별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불닥볶음면이 체면치레 했을 뿐이다. 

라면 판매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던 삼양라면마저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식품연감>을 보면 2006년 이후 고매출 ‘톱5’에서 농심의 신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과 줄곧 순위경쟁을 벌였던 삼양라면은 지난해 5월 사상 처음으로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회장이 손만 대면 ‘마이너스’
‘밑 빠진 독’ 외식사업이 발목

신·구 사업영역 전반에 걸친 침체가 이어지자 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도 한층 커졌다. 무엇보다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타계하고 전 회장 체제가 가동된 2010년부터 삼양식품의 실적이 급추락했다는 점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긴 힘들다. 전 명예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2009년에 25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2015년에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현재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조차 요원하다.

실적 악화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오너일가의 도덕성이다. 전 회장이 단독 경영을 맡은 후부터 계열사 부당지원, 오너 일가 부당이익 편취, 페이퍼컴퍼니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마저 훼손되고 있다.

2014년에는 ‘집안기업’으로 분류되는 내츄럴삼양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뒤늦게 적발돼 과징금 26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실제 내츄럴삼양의 대표는 전 회장이다. 특히 아들 전병우씨가 내츄럴삼양의 지분 26.8%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비글스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본업도 흔들

식품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다각도로 내수경기 침체를 이겨내고자 하는 것과 달리 삼양식품은 별다른 기획력과 영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본업인 라면사업은 물론 부업인 외식사업까지 삐걱댄다는 건 전 회장에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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